노년층 4명 중 3명은 ‘디지털 건강 문해력’ 취약··· 건강 앱 가입부터 난관

디지털 기기를 이용해 건강정보를 찾고 실생활에 적용하는 ‘디지털 건강 문해력’이 낮은 국내 성인 비율이 27.8%에 달한다는 연구 결과가 발표됐다. 특히 60세 이상 노년층과 저소득층이 취약했다.

삼성서울병원 임상역학연구센터 조주희 교수와 암환자 삶의 질 연구소 윤정희 교수 연구팀은 디지털 환경에서 건강정보를 이해·활용하는 능력에 관한 연구를 국제학술지 ‘저널 오브 메디컬 인터넷 리서치(Journal of Medical Internet Research)’에 게재했다고 3일 밝혔다. 연구는 전국의 19세 이상 성인 1041명 중 55세 미만은 온라인 설문, 55세 이상은 대면 인터뷰하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디지털 건강 문해력이란 모바일 앱이나 온라인 포털, 소셜미디어 등 디지털 기기를 이용해 건강 관련 정보를 탐색·이해하고 신뢰도를 평가해 실제 생활에 적용할 수 있는 능력을 말한다. 연구진은 34개 문항으로 구성된 ‘디지털 헬스 리터러시 평가도구(DHTL-AQ)’를 직접 개발해 연구 참여자들이 건강 정보를 찾고 비판적으로 취사선택하는 과제의 해결 과정에 점수를 매겼다.

연구 결과, 연구 참여자의 전체 평균 점수는 73.8점(100점 만점)으로 나타났다. 디지털 건강 문해력 수준이 ‘높음’으로 분류된 참여자는 72.2%(752명), ‘낮음’인 비율은 27.8%(289명)였다. 문해력 수준이 높은 참여자들의 평균 점수는 90.3점이 나온 반면 낮음으로 분류된 참여자들의 평균 점수는 31.5점에 그쳐 차이가 컸다.

디지털 건강 문해력 역량이 낮은 그룹을 심층 분석한 결과, 60세 이상 노년층과 월소득 200만원 이하 저소득층, 무직 등 사회적 취약계층의 비율이 높게 나타났다. 특히 60세 이상 연령층(250명)에선 ‘높음’ 그룹에 포함된 비율이 22%(55명)에 그쳐 다른 연령층과 대비됐다. 또한 ‘낮음’ 그룹에선 건강 관련 앱을 찾는 데 성공한 비율이 19.4%, 회원가입까지 한 비율은 17%에 그치는 등 디지털기기를 활용해 건강정보를 얻는 문턱부터 막히는 경우가 대부분을 차지했다.

연구진은 정보 활용 능력의 격차가 새로운 형태의 건강 불평등을 부를 수 있다는 점에서 우려스럽다고 밝혔다. 노년층의 디지털 건강 문해력이 더 취약하다는 점을 고려해 단순한 기기 보급을 넘어 사회적 교육 프로그램과 공공 차원의 디지털 접근성 지원, 의료현장에서의 맞춤 안내 서비스 등 포괄적인 지원이 필요하다고도 지적했다. 조주희 교수는 “건강정보를 이해하고 비판적으로 활용하는 역량 자체에서 격차가 나타난다는 사실을 보여준다”며 “고령층과 취약계층에 맞춘 맞춤형 디지털 역량 강화 교육, 직관적이고 단순화된 앱 설계, 검증된 건강정보 제공체계 구축이 시급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