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응천 청장 "1000년 비밀 담긴 경주 월지서 동궁 발견...디테일 확인"

2025-02-06

[서울=뉴스핌] 이지은 기자 = 국가유산청이 지난 10년간 신라왕경 핵심유적 발굴조사에서 신라시대 태자가 살던 동궁을 찾아냈다.

최응천 국가유산청 청장은 6일 서울 강남구 삼성동 코엑스 내 스튜디오159에서 열린 '국가유산청이 새로 쓰는 신라사' 언론 공개회에서 신라의 월성에 대한 이야기를 밝혔다.

이번 언론공개회는 신라왕경 핵심유적에서 지난 10년간 발굴조사한 성과를 총망라해 공개하는 자리이다. 신라 왕경 핵심유적 14개소 중 국립경주문화유산연구소에서 주도적으로 추진해온 신라 왕궁 '월성'과 '동궁과 월지'에 대한 발굴조사의 주요 성과를 의례, 기술, 공예와 예술품 등 3가지 주제로 나눠 최 청장이 직접 설명에 나섰다.

이날 최 청장은 "경주에는 1000년의 비밀이 담겨 있다. 흙속에 담긴 역사는 역동적이라 할 만 하다. 우리는 이곳에서 지난 10년, 잠들어있던 신라 사람들의 염원과 의례, 장엄한 기술력, 신라다움의 디테일을 맞이할 수 있었다. 그 발견의 감동을 함께 나눠보고자 한다"고 밝혔다.

이종훈 국가유산청 역사유적정책관은 지난 10년간 발굴조사에 대해 "신라 왕릉 사업은 2014년 처음 시작했다. 경주 8대 유적, 월성, 동궁과 월지 등등에서 여덟 개의 유적을 대상으로 해서 신라의 핵심적인 유적 8개를 정비하고 복원하는 게 목표였다"라며 "이 사업을 통해 경주가 가지고 있는 고도로서의 위신과 세계 유산으로서의 가치를 재조명하고 새롭게 밝혀내는 게 첫 번째 목표였다"고 설명했다.

첫 번째 주제인 '의례'에서는 신라 왕성인 월성의 성벽을 쌓아 올릴 때 견고한 축조를 바라며 50대 남녀를 제물로 쓴 인신공희, 월성 해자에서 의례에 사용된 것으로 추정되는 축소 모형 목재 배 발견, 월성 내 사로국 시기의 의례 유구 등 그동안 월성에서 밝혀낸 의례와 관련한 굵직한 발굴 성과를 되짚었다.

또한 경주문화유산연구소는 지난해 10월 의례 제물로 바쳐진 개를 공개한 이후 12월까지 진행된 추가 조사에서 개 한 마리를 더 확인했으며, 그 주변에서 수정 목걸이가 담긴 나무상자와 둥근고리칼, 상어 이빨과 함께 1200여 알이나 되는 콩들을 더 발굴했다.

최 청장은 "모든 이야기는 1000년을 함께 한 신라의 중심, 월성에서 시작한다. 작년 10월 월성에서는 희생된 개 뼈가 온전하게 발견됐다. 머리 위에서 아래로 힘이 가해져 목이 꺾여 있었으며 이는 자연스럽게 묻힌 것으로 아닌 것으로 보인다. 남은 뼈로 봤을 때 성견이라기보다 조금 작은 개라고 추정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발굴된 유물을 살펴본 결과 수정 목걸이는 수정이 꿰어진 실까지 함께 발견됐고, 수정이 담긴 나무 상자는 겉 표면의 옻칠 또한 정교했다. 이외에도 콩, 직물, 상어 이빨 등이 가진 의미까지 파악할 수 있다면 더욱 풍성한 이야기를 만들 수 있을 것으로 판단된다"고 말했다.

이 정책관은 "월성 쪽에서는 개가 발견됐지만 시내 쪽에서는 말과 소를 넣어 제사를 지낸 흔적이 나왔다. 많은 의례 행위가 이뤄졌는데, 지금도 무슨 일을 할 때 고사를 지낸다. 우리의 시선으로 바라보면 그 당시가 폭력적일 수 있지만 그 당시에는 문화적으로 이해될 수 있는 부분이다. 그 시선으로 바라봐야 그 문화를 제대로 이해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두 번째는 통일 이후 기술력으로 완성된 신라 왕경의 면모를 '기술'에 초점을 맞췄다. 최 청장은 "최근 월지 동편에서 진짜 동궁을 찾았다"고 밝혔다.

신라 왕경의 토목기술이 집약된 것으로 알려진 태자의 공간인 동궁이 그간 알려졌던 것처럼 월지의 서편에 있는 대형 건물지가 아닌 월지 동편이라는 새로운 사실이 밝혀졌다.

기존 동궁으로 추정했던 곳은 월성의 동쪽에 위치해 동궁으로 인식됐으나, 최근 조사로 월지 동편에서 서편보다 한 단계 낮은 위계의 건물을 추가로 확인함에 따라 해당 월지 동편 건물지를 동궁으로 보고, 당초 동궁으로 추정했던 월지 서편 건물지는 왕의 공간으로 보는 것이 타당하고 이 두 공간이 각각 독립적으로 운영됐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이 정책관은 "월성에서부터 신라의 왕궁이 확장되어왔다고 보고 있다. 월성을 기점으로 발굴 된 태자의 공간 외에 경주박물관이 있는 곳까지가 왕궁의 영역으로 보시면 좋을 것 같다. 도면을 보면 왕의 공간이 작아 보일 수 있지만, 전체적인 터와 비교해보면 태자의 공간은 그에 비하면 협소한 편"이라고 설명했다.

마지막으로 '공예 및 예술품' 발표에서는 앞서 월지 주변의 출토 유물로만 알려진 바 있으나 이번에 '진짜 동궁'이 발견됨에 따라 출토 위치가 '진짜 동궁'의 북쪽 생활공간으로 확인된 상아 주사위(2017), 선각단화쌍조문금박(2022)의 특수성을 재조명했다.

최응천 청장은 "상아 주사위의 경우 출토 위치가 태자의 생활공간이었다. 광택이 있어서 다른 광물질로 생각할 수 있지만, 말 이빨과 비교해봤을 때 비슷한 성질을 띠고 있어 상아인 것임을 알 수 있었다. 귀한 재료인 상아가 어떤 경로로 신라경주까지 왔을 지가 앞으로 고민해야 할 또 하나의 숙제"라고 말했다.

이종훈 역사유적정책관은 "10년의 왕릉 사업의 성과를 비춰봤을 때 무엇이 가장 큰지 보면 예전에 몰랐던 신라 왕궁의 비밀을 하나씩 밝혀내고 있다는 것이다. 동궁과 월지는 사전 명칭이 정해질 때만 해도 신라 태자궁의 위치에 대해 학계에서도 이야기가 많았다"라며 "이번에 태자의 별도 공간을 밝혀낸 것이 가장 큰 성과"라고 강조했다.

이어 "이런 발굴을 통해 약하긴 하지만 국민들에게 공개될 수 있는 프로그램을 만들어내고 있다. 발굴 조사를 통해 확인된 유물은 많은데 아직 당시 역사적인 연구가 이뤄져야 하는 것이 먼저"라고 덧붙였다.

끝으로 최응천 청장은 "역사를 통해 재미있는 이야기를 만들고 숨어 있는 1cm를 찾아내 살아있는 역사로 되살리는 것이야말로 국가유산청이 가장 잘할 수 있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살아 숨 쉬는 신라 이야기를 앞으로 계속 들려드릴 것"이라고 전했다.

alice09@newspi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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