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수출 발목 잡나’… 수출승인권 틀어쥔 산업부의 해 넘긴 ‘늑장 심사’

2024-10-07

산기법상 45일 안에

심사 결과 통보해야 하는데

실제론 426일 걸려 통보

수출 승인받는 데만 해 넘겨

기업들이 국가핵심기술을 활용해 경쟁력을 갖춘 제품을 만들어 해외시장에 팔고 싶어도 산업통상자원부가 수출 승인을 제때 내주지 않고 있다는 지적이 7일 나왔다. 산업부가 분초를 다투는 산업현장의 고충은 외면한 채 관료주의적 사고에 빠졌다는 비판이 나온다.

7일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강승규 의원(국민의힘)이 산업부로부터 받은 보고에 따르면 산업부는 지난해 각 기업으로부터 수출 승인 신청 27건을 받고도 정해진 기한 내 심사 결과를 알리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국가핵심기술이 들어간 제품을 수출하려면 산업기술보호법에 따라 산업부 승인을 받아야 한다. 이 법 시행령은 산업부가 수출 승인 신청을 신청받은 날로부터 45일 안에 결과를 통보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필요한 경우 산업기술보호전문위원회나 산업기술보호위원회의 심의를 거치도록 했다.

그런데 산업부는 지난해 심사 결과를 48일에서 최장 426일 지나서야 신청 기업들에 통보한 것으로 드러났다. 수출 승인받는 데만 한 해를 넘긴 것이다. 2022년에도 신청된 20건 전부 91~273일 지나서야 심사 결과를 통보했다. 2021년엔 신청받은 22건 중 과반수인 13건에 대해 67~256일 지나 승인 통보한 것으로 파악됐다.

올해 1~7월에도 22건 중 1건을 제외한 나머지에 대해 45일을 넘겼다. 전문위 회의가 열리는 데까지 204일 걸린 경우도 있다.

이와 관련, 산업부는 ‘산업기술보호전문위 등의 심의를 거치는 경우 심사 기간에 산정하지 않는다’며 문제 될 것이 없다는 입장으로 전해졌다. 하지만 이러한 심사에는 기간 제한을 두지 않아 수출기업으로선 하염없는 기다림을 감수해야 한다는 불만이 제기되고 있다.

기업들은 수출승인권을 쥔 산업부에 밉보였다간 경영상 더 큰 차질이 빚어질까 우려하며 끙끙 앓고 있다는 전언이다. 한 기업 관계자는 통화에서 “기업들이 산업부 눈치를 상당히 볼 수밖에 없다”며 “수출 승인이 지연되면 손해는 기업이 떠안게 된다. 어쩔 수 없다”고 했다. 재계는 산업부 눈 밖에 나면 서류를 보완해 다시 제출하라는 식의 ‘갑질’에 시달릴 수 있다며 몸을 사리는 기류다.

산업기술 분야 한 전문가는 “인사이동으로 업무가 바뀌는 산업부 공무원들이 국가핵심기술 관련 수출 여부에 대한 전문성이 있는지 의문”이라며 “특히 위원회 심의는 산업기술보호협회에 위임하고 있는데, 협회가 분야별로 심도 있는 심의를 하기에 한계가 있는 만큼 산업별 협회에 심의를 맡기는 게 바람직하다”고 했다.

강 의원은 “지금 해외시장은 전쟁터와 같은데 산업부는 우리 산업을 보호하고 지원하는 주무부처이면서도 국가핵심기술 지정 및 수출 승인 업무에 관해선 산기법을 전가의 보도로 국회나 타 부처의 감사에 빗겨나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국가핵심기술 수출 승인 지연과 관련해 현장 기업인들의 애로사항이 있으므로 산업부는 국회의 지적사항을 뼈아프게 받아들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배민영 기자 goodpoint@segye.com

[ⓒ 세계일보 & Segye.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Menu

Kollo 를 통해 내 지역 속보, 범죄 뉴스, 비즈니스 뉴스, 스포츠 업데이트 및 한국 헤드라인을 휴대폰으로 직접 확인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