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T단상] 버티컬 AI와 SaaS 결합, 한국 소프트웨어 시장 바꾼다

2025-04-30

올해 주요 글로벌 테크 행사에서 국내 정보기술(IT) 기업들이 생성형 인공지능(AI) 기반 서비스형 소프트웨어(SaaS) 플랫폼 글로벌 확장을 선언하고 나섰다. 이 상황은 단순히 기술 트렌드 이상 의미를 지닌다. 기존 한국 기업들의 IT 운영 방식은 시스템 통합(SI) 중심의 온프레미스(On-premise)가 깊게 자리 잡은 시장이라는 점에서 SaaS 방식의 부상은 구조적 전환의 시작을 알리는 신호탄으로 해석되기 때문이다.

한국 IT 시장은 SI를 중심으로 기업의 요구에 따라 기업 내부에 시스템을 구축해 왔었다. 이는 기업 맞춤으로 시스템이 제공된다는 장점이 있지만 △개발과 유지 비용 증가 △기술 표준화 △다양한 솔루션 연동 불가능의 단점도 분명했다. 무엇보다 요즘처럼 빠르게 변화하는 비즈니스 환경에서는 매번 새롭게 시스템을 만드는 방식이 비효율적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따라서 최근에는 표준화된 SaaS를 도입해 업무에 적용하는 기업들이 느는 추세다. 지난해 한국소프트웨어산업협회(KOSA)에서는 국내 SaaS 시장 규모를 2022년 1조7400억원에서 2025년 2조5500억원으로 50%에 육박한 상승률을 보일 것이라 예상하기도 했다. 정부의 지원 사업 및 디지털 전환 수요도 증가함에 따라 점차 대기업뿐만 아니라 중소·중견기업들도 SaaS 도입을 적극 고려하고 있다.

여기에 AI 기술의 급속한 발전은 SaaS 확산에 결정적인 전환점을 제공했다. 기업 내 온프레미스 환경에서는 AI 언어모델의 지속적 업데이트나 학습 데이터 반영, 기능 고도화 등이 제한되고 이를 유지하기 위해 높은 수준의 기술 인력과 지속적 투자가 필요하다. 하지만 SaaS 형태의 AI 서비스는 정기적인 자동 업데이트와 유지 보수가 포함돼 사용자 입장에서는 최신 기술을 손쉽게 활용할 수 있다.

필자가 운영하는 통합계약관리솔루션(CLM)을 이용 중인 기업들 역시 기존의 온프레미스처럼 '만드는' 방식이 아닌 '구독'의 방식을 선택하고 있다. 또 특정 분야에 국한되는 것이 아니라 인사(HR), 회계·재무(ERP) 등 활용 분야가 넓어지고 있다.

통합계약관리솔루션(CLM)은 AI와의 결합으로 가장 빠른 변화를 맞이하는 분야로 손꼽힌다. 계약서 작성, 검토, 보관, 이행 관리까지 전 과정에 AI를 접목함으로써 기업은 리스크를 줄이고, 인적 자원 의존도를 낮추는 등 업무 속도와 정확성을 크게 향상할 수 있다.

특히 올해 IT 산업의 최대 화두인 'AI 에이전트'는 SaaS의 효용성을 더욱 부각한다. AI 에이전트는 사용자의 업무를 대신 수행하는 자율형 AI로 각 도메인에 특화된 '버티컬 AI' 기술이 결합하면서 비즈니스에 실질적인 변화를 불러오고 있다.

국내 버티컬 AI는 법률, 세무·재무, CS(고객 서비스), 의학 등 다양한 도메인 분야에서 기술을 고도화하며 비즈니스 민첩성을 확보하는 수단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예컨대, 필자의 회사에서 제공하는 법률 특화 버티컬 AI는 방대한 법령, 정책, 규제 및 판례 데이터를 일 단위로 업데이트해 기업의 컴플라이언스 업무를 효율화한다.

이처럼 특정 도메인에 특화된 버티컬 AI가 SaaS 방식과 만나면 기업들은 비즈니스 민첩성을 확보하는 동시에 전문가들의 데이터로 구축된 고도화된 기능을 자유롭게 활용할 수 있게 된다. 즉, 기업들은 맞춤형 서비스를 신속 정확하게 제공받을 수 있으며, 업무 프로세스에 필요한 근거 확인 및 의사 결정 프로세스를 단축해 시간과 비용 모두 절감하는 효과를 얻는다.

한국은 글로벌 대비 SaaS 시장의 성장 속도가 느리다고 알려져 있다. 다만, AI 기술력 및 인프라 구축 등 성장 기반에 대해서는 높은 수준으로 평가받는다. 국내 SaaS 기업들은 이미 글로벌 표준 규격에 따라 기술을 보강해 왔다. 이는 국내 SaaS 기술 수준이 글로벌 시장에서 겨뤄볼 수 있는 역량을 충분히 갖췄음을 의미한다.

이러한 시점에 국내 기업들이 기존 온프레미스 방식을 벗어나 SaaS로 전환하는 사례가 늘면서 변화의 시발점을 맞이했다는 것은 매우 의미 있다. 이를 발판 삼아 버티컬 AI를 장착한 국내 SaaS 기업들이 글로벌 시장에서도 발돋움할 기회를 마련할 수 있길 바란다.

임정근 BHSN 대표 jklim@bhsn.a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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