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 “정상외교 없으면 기업 수주 이뤄질 수 없어”
여당도 엇갈린 반응 “국민들 오해” “더 늘려야”
최상목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6일 내년도 예산안에서 예비비를 올해보다 6000억원 증액한 이유에 대해 “경제 안보의 시대이기 때문에 정상외교가 필수적인 요소가 됐다”고 밝혔다. 예비비를 대통령 정상외교에 활용하겠다는 뜻을 명확히 한 것이다. 정부가 세수결손을 이유로 지방교부세를 삭감하는 등 ‘허리띠 졸라매기’를 강요해놓고 예비비만 증액한다는 우려가 여당에서도 나왔다.
최 부총리는 이날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이인선 국민의힘 의원이 “내년에 예비비를 6000억원 정도 높여서 뭘 할 것인가”라고 묻자 이같이 답했다. 최 부총리는 “과거 우크라이나 전쟁 이전에는 대통령의 정상외교라는 게 그냥 기업들의 외교, 기업 활동을 도와주는 정도의 의미였다”며 “그런데 이제는 공급망이 분절되고 경제 안보의 시대이기 때문에 정상외교나 정부의 외교 활동이 굉장히 필수적인 요소가 됐다”고 설명했다.
최 부총리는 “예비비 규모 면에서 보면 일반회계 예산 중 일반예비비 비중이 올해 0.46%로 과다한 편은 아니다”라면서도 “(정상외교가) 기업의 수주나 기업들의 해외 활동을 도와준다는 측면이 아니고 이제는 필수적인 요소가 돼서 그게 없으면 (수주가) 이뤄질 수가 없는 상황이 됐다”고 야당 의원들에게 거듭 협조를 당부했다.
최 부총리는 천하람 개혁신당 의원이 ‘미국 대선에서 도널드 트럼프 공화당 후보가 당선되면 정부의 예비비 활용방안이 무엇이냐’고 묻자 “한·미 동맹이 굳건하지만, 통상적인 미·중 전략경쟁 하에서는 여러 통상적인 노력들이 필요할 것 같다”며 “인플레이션감축법(IRA)이나 반도체법이 들어와 있는데, 대통령 정상외교를 통해서 많은 노력을 할 것”이라고 답했다.
정부는 지난해 대통령 해외 순방과 정상외교 관련 업무에 역대 최고 수준인 예비비 532억원을 쓴 바 있다. 올해 정상외교 예산으로 책정된 271억원보다 2배가량 많은 돈을 예비비에서 쓴 것이다. 대통령실 용산 이전 관련 비용으로도 예비비 86억7000만원을 써 논란이 된 바 있다. 예비비는 일반 예산과 달리 국회의 심의를 받지 않아도 돼서 ‘정부 쌈짓돈’으로 불린다.
야당은 물론이고 여당에서도 정부가 국민에게는 ‘허리띠 졸라매기’를 강조하면서 예비비를 증액한 것은 부적절하다는 지적이 나왔다. 윤호중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정부는 세수 부족 대응 방안으로 지방교부세도 손대고 있고 외국환평형기금까지 끌어다 쓰고 있는데, 예비비를 최대 상한까지 얼마든지 쓸 수 있다는 자세로 접근할 문제는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이인선 국민의힘 의원도 “국민이 보기에 ‘(정부가) 이것도 줄이고 저것도 줄이고 돈도 없는 주제에 이건(예비비) 또 왜 늘리냐, 너희 마음대로 하려고 하는 것 아니냐’고 오해할 수 있기 때문에 예비비가 내년에 늘어난 이유를 명확하게 얘기해달라”고 당부했다.
반면 여당에선 예비비를 대통령 해외 순방에 더 끌어다 써도 된다는 반론도 나왔다. 구자근 국민의힘 의원은 “(한국의 불가리아·체코 원전 수주는) 윤석열 대통령의 해외 순방 경제 성과”라며 “해외 순방 예비비 더 증액해도 된다. 국민들이 동의할 거라 생각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