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 온난화의 운명도 AI에 달렸다면[페트로-일렉트로]

2025-10-28

※석유(Petro)에서 전기(Electro)까지. 에너지는 경제와 산업, 국제 정세와 기후변화 대응을 파악하는 핵심 키워드입니다. 기사 하단에 있는 [조양준의 페트로-일렉트로] 연재 구독을 누르시면 에너지로 이해하는 투자 정보를 만나보실 수 있습니다.

이제 성장을 이야기할 때 인공지능(AI)을 빼놓을 수 없을 것 같습니다. 그와 동시에 AI라는 성장 엔진을 구동하는 데 드는 막대한 에너지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습니다. 전력 이야기인데요. 전력은 산업과 더불어 온실가스 배출 비중이 높은, 따라서 기후변화를 막기 위해 탄소 감축이 꼭 필요한 부문이죠. AI가 ‘어떤 전력을 기반으로 돌아가느냐’가 기후변화 대응에 매우 중요한 현안으로 떠올랐습니다.

AI發 전력 수요 증가, 일본이 하나 더 생겨나는 셈

AI가 앞으로 얼마 만큼의 전기를 소비할 것인지에 대한 전망을 보다 보면 놀라울 정도입니다. 국제에너지기구(IEA)는 2024년부터 2030년까지 전 세계 데이터센터의 전력 소비 증가량이 945 테라와트시(TWh)에 달할 것으로 추정했는데요. 2023년 일본의 전력 소비량이 약 902.8 TWh 임을 감안하면 AI가 엄청난 양의 전력을 소모하고 있다는 점을 깨닫게 됩니다. 또 유럽 아일랜드의 경우 현재 국가 전력 소비량의 20%를 데이터센터가 차지하고 있으며, 내년에는 이 비율이 30%대까지 증가할 수 있다고 하네요. 데이터센터만 해도 전력 수요가 기하급수로 늘어나는 셈입니다.

그만큼 전력 생산은 증가해야 하겠죠. 구글과 마이크로소프트(MS) 등 빅테크들이 원전을 포함해 대규모 전력 공급 계약을 잇따라 맺는 이유 역시 이와 맞닿아 있습니다. 구글은 올 7월 자산운용사 브룩필드가 운영하는 펜실베이니아주 수력발전소 2곳에서 생산되는 전력을 앞으로 20년 동안 공급 받는 계약을 맺었습니다. 마이크로소프트(MS)는 지난해 전력회사 컨스털레이션 에너지와 2027년부터 재가동에 들어가는 스리마일 아일랜드 원전 1호기의 전력을 20년 동안 ‘독점 공급’ 받기로 했죠. 이 소식은 두 가지 측면에서 시사점을 제공하는데요. 역사상 최악의 원전 사고가 발생한 미국 스리마일섬에서 원전이 다시 돌아간다는 것이 하나이고요. 한 기업이 발전소 전력을 독점하기 시작했다는 점이 두 번째 시사점일 것입니다. 오픈 AI는 최근 백악관에 제출한 보고서에서 미국이 매년 100GW의 신규 발전 용량을 확보해야 한다고 제안했습니다. 100GW는 원전 100기 발전량에 해당합니다. 그러면서 오픈 AI는 “전기는 새로운 원유”라고 강조했습니다.

당장 전기 필요한데… 여전히 화석연료에 의존

즉 AI 붐으로 당장 데이터센터에 어마어마한 양의 전기가 필요한 상황인 만큼, 발전원이 탄소를 많이 배출하는지 아닌지를 따질 상황이 아니라는 인식이 퍼져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이렇다 보니 화석연료 활용이 증가하고, 따라서 이것이 기후변화 대응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는 것입니다. IEA에 따르면 현재 세계적으로 데이터센터 전력을 가장 많이 공급하는 발전원은 석탄과 천연가스 등 화석연료(60%)입니다. 재생에너지는 27%, 원자력은 15%를 차지합니다. 재생에너지가 빠른 속도로 따라잡고 있지만 AI는 여전히 화석연료에 의존하고 있는 실정입니다.

글로벌 AI 경쟁을 선도하고 있는, 그래서 세계 데이터센터 전력 소비의 절반 가량을 차지하는 미국에서 당장 화석연료 확대 움직임이 일어나고 있습니다. 이달 미국 네브라스카주는 석탄 화력 발전소의 운영을 중단하고 이를 천연가스 발전소로 대체하겠다는 한 지역 발전사를 상대로 소송을 걸었는데요. 당장 데이터센터로 급증하는 전력 수요를 맞추기 어렵다는 이유에서입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가 화석연료 중심의 에너지 정책을 펴면서 앞으로 이런 사례들이 더 늘어날 것으로 보이는데요. 크리스 라이트 미 에너지부 장관은 지난달 “AI 붐에 대응해 폐쇄가 결정된 석탄 화력 발전소의 가동 중단 시점을 연기하겠다”고 밝히기도 했습니다.

전문가들은 AI 기술이 양면성을 띄고 있다고 지적합니다. AI 기술은 기후 모델링, 기상 예측, 재난 경고 시스템에 기여하는 등 기후변화 대응에 큰 도움을 줄 것이라는 기대를 받고 있습니다. 이와 동시에 위에서 살펴본 것처럼 화석연료 사용을 증가시키는 경로 의존성을 심화시킬 것이라는 우려 역시 존재합니다. AI가 지구 온난화라는 전 지구적 과제를 해결할 비밀 병기가 될지, 아니면 오히려 인간의 부담을 더욱 늘릴지에 세계의 이목이 쏠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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