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올해 세계 경제는 인공지능(AI)에 집중된 투자 열기로 뜨겁다. 특히 미국은 올해 성장률의 최소 절반이 AI 관련 투자에서 비롯된 것으로 추정된다. 한국은 지난 1년 동안 반도체 수출이 거의 24% 증가했다. 글로벌 AI 열풍이 반도체 수요를 밀어 올린 결과다.
다만 지금의 성장 효과는 본격적인 AI 활용의 결과라기보다, 향후 기술 운용을 위한 인프라를 구축하는 과정에서 나타나는 현상에 가깝다. 기업들은 효율성을 높이기 위해 AI에 투자하고 있으며, 장기적으로 더 높은 성장을 기대한다. 그러나 현재 경제를 움직이는 동력은 여전히 데이터센터 건설과 반도체·서버 같은 물리적 설비 투자에 머물러 있다. AI가 생산성 향상으로 이어지는 뚜렷한 성과는 아직 나타나지 않았다.

지금의 AI 호황은 비용을 수반한다. AI 투자 열풍이 경제의 다른 영역에서 자원을 빨아들이고 있다. 건설 인력이 데이터센터에 투입되면, 공장이나 주택 건설에는 그만큼 인력이 부족해진다. 이로 인해 AI가 아닌 분야의 투자가 지연되거나 비용이 상승한다.
더 근본적인 문제는 에너지 수요 급증이다. 미국 일부 지역에서는 데이터센터가 들어서면서 전기요금이 눈에 띄게 오르고 있다. 이는 두 가지 부정적 효과를 낳는다. 첫째, 가계는 전기료 지출이 늘어나 다른 소비를 줄일 수밖에 없다. 둘째, 전력을 많이 사용하는 기업은 비용 상승 압력에 직면한다. 추가 비용을 제품 가격에 반영하지 못하면 수익성이 악화하고, 극단적으로는 시장에서 밀려날 위험도 커진다.
장기적으로 AI가 본격적으로 활용되면 기업의 효율성은 더욱 높아질 것이다. 동일한 자원으로 더 많은 산출을 만들어낼 수 있기 때문이다. 이 과정에서 일부 노동자는 일자리를 잃을 수 있다. 그러나 시간이 흐르면 기술 분야에서 새로운 일자리가 생기고, 비용이 낮아진 산업에서도 고용이 늘어날 수 있다. 여가 확대에 따라 여행·레저 산업에서 새로운 일자리가 발생할 가능성도 크다.
다만 경제에서 중요한 것은 일자리의 ‘숫자’가 아니라 ‘생산성’이다. 전체 생산성이 높아져야 경제성장률도 높아진다. AI가 일부 노동자의 생산성을 끌어올리는 동시에 다른 노동자를 더 낮은 생산성 부문으로 이동시킨다면 거시적 순효과는 제한적일 수 있다. 기업 단위의 성과가 곧바로 경제 전체의 성장으로 이어진다고 단정할 수 없는 이유다.
AI는 그 본질이 파괴적이다. 어떤 산업에는 기회를 열어주지만, 다른 산업에는 충격을 안긴다. 장기적으로 성장에 긍정적 기여를 할 가능성이 크다. 하지만 그 과정에서 발생하는 비용과 부작용을 외면해서는 안 된다.
폴 도너번 UBS 글로벌 웰스 매니지먼트 수석 이코노미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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