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25일(현지시간) 한·미 정상회담을 세 시간 앞두고 트루스소셜을 통해 “한국에서 숙청 혹은 혁명이 일어나고 있다. 그런 곳에서는 사업을 할 수 없다”는 폭탄 발언을 쏟아냈다. 한국 정부가 “교회에 대해 잔혹한 급습을 하고, 미군 기지까지 들어가 정보를 가져갔다”는 것이 이유였다.
이후 트럼프 대통령은 정상회담에서 “내가 오해한 것이 확실하다”며 한발 물러섰지만, 교회 압수수색에 대해서는 “나중에 이야기하자”며 여지를 남겼다. 이는 트럼프 대통령 주변에 그만큼 왜곡된 정보를 흘리는 마가(MAGA·미국을 다시 위대하게) 인사와 구명 로비 세력이 활발히 움직이고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트럼프 대통령이 정확히 어느 교회를 염두에 두고 말한 것인지는 불분명하다. 최근 순직해병 특검팀이 여의도 순복음교회와 극동방송을, 서울경찰청이 서울서부지법 난동사태 관련 사랑제일교회를, 김건희 여사 의혹 특검팀이 통일교 본부를 압수수색 한 바 있다. 이들은 모두 트럼프 대통령과 연결고리를 갖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의 주 지지층인 마가 핵심 세력이 기독교 복음주의이고, 통일교 역시 트럼프 대통령과 끈이 닿아있기 때문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2021년 9월 통일교가 9·11 테러 20년을 기념해 개최한 집회에 주요 연설자로 참여한 바 있다. 이 자리에서 그는 “세계 평화를 위해 놀라운 일을 해 온 한학자 총재에 감사드린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통일교가 한반도에서 이룬 업적과 지난 수십 년 동안 이 지구에 불어넣은 영감은 믿을 수 없을 정도”라면서 “거듭 축하의 말을 전한다”고 밝혔다.
통일교에서 탈퇴한 후 이단 전문가가 된 스티브 하산은 당시 엑스를 통해 “사람들은 통일교라고 하면 ‘이상한 이단’ 정도로 생각하지만, 그건 이들이 공화당과 어떻게 얽혀 있는지 몰라서 하는 소리”라고 주장했다. 실제 2021년 5월 열린 통일교 행사에는 마크 에스퍼 전 국방장관, 마크 폼페이오 전 국무장관, 마이크 펜스 전 부통령, 뉴트 깅리치 전 공화당 하원의장 등 공화당 거물급 인사들이 연사로 총출동한 바 있다.
특히 한학자 총재의 아들인 문형진씨가 세운 통일교 분파인 세계평화통일성전은 마가 정치를 중심 교리로 삼고 있다고 미 매체인 비즈니스인사이더는 전했다. 이 교회는 AR-15 소총을 숭배하는 것으로 유명한데, 문씨는 1·6 의사당 폭동에도 동참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트럼프 대통령의 주요 지지층인 마가 복음주의 세력이 영향을 미쳤을 가능성도 크다. 2016·2024년 미 대선에서 백인 복음주의 유권자 80%가량이 트럼프 대통령에게 표를 던졌을 만큼, 이들은 마가 핵심 세력을 형성하고 있다. 이 때문에 윤석열 전 대통령을 지지하는 한국 복음주의 세력은 트럼프 대통령이 개입해 윤 대통령을 구해 줄 것이란 희망을 품고 있다. 미국 복음주의 산실인 리버티 대학의 모스 탄 교수가 한국을 방문해 윤 대통령 구속을 비판하고 이 대통령이 성폭력으로 수감된 적 있다는 허위사실을 퍼뜨린 것도 복음주의 교회를 연결고리로 연합하고 있는 윤 전 대통령 지지자와 마가의 관계를 보여준다.
트럼프 행정부 내 인사까지 좌우할 만큼 막강한 영향력을 발휘하고 있는 마가 인플루언서인 로라 루머, 극우 보수주의자 고든 창 같은 인물도 트럼프 대통령에게 한국에 대한 왜곡된 이미지를 심어줄 가능성이 크다. 루머는 지난 6월 이 대통령이 당선되자 엑스에 “공산주의자들이 한국을 접수했다. 끔찍한 일”이라는 근거 없는 글을 올린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