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을사년(乙巳年)이 밝았다. 대한제국의 외교관을 박탈한 일본과 맺은 ‘을사조약’에 의한 한일의정서가 1905년에 체결된지 120년이다. 세계는 강렬한 변화의 중심에 놓여 있다. 그때와 다르지 않다.
하지만 지속되는 경기 불황에 뜬금없는 12·3비상계엄 사태로 나라 안팎이 어수선하다. 미국 국익을 우선시하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취임으로 외교, 경제적 압박도 거셀 전망이다. 글로벌 보호 무역의 흐름은 더욱 굳어질 것이다.
균형과 중립에 기반한 실용적 리더십이 요구되고 있다. 세계 10위권의 강국이다. 선진 민주국가다. 속히 정상화해야 한다. 국민적 지혜와 힘을 모아야 할 엄중한 시기다.
정치권부터 즉각적인 협치에 나서야 한다. 대화와 소통, 민주주의 질서를 복원해야 한다. 낡고 진부한 진영 대결을 종식해야 한다. 국민들까지 편가르는 분열과 대립을 끝내고 ‘대통합’으로 안전하고 정의로운 나라의 초석을 다져야 한다.
윤석열 대통령, 한덕수 국무총리 탄핵 소추로 권한대행을 맡은 최상목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국정 안정을 위해 헌법과 법률, 국민적 상식에 부합하는 막중한 책임감을 가지고 국정 수반으로서 역할에 헌신해야 할 것이다. 우선해 국회가 추천한 헌법재판관을 모두 임명해 ‘9인 체제’를 완결, 향후 절차적 시비를 없애야 한다. 내란 특검법도 궁극에 수용해야만 한다.
연말 무안국제공항에서 발생한 제주항공 여객기 폭발로 탑승자 179명이 안타깝게 희생당했다. 상상도 못할 참사 앞에 국민들은 큰 충격과 슬픔에 빠졌다. 국가의 가용한 모든 자원을 총동원해 수습에 최선을 다해야 한다. 국민이 마음 편하게 일상 생활을 이어가는 더 평화롭고 행복한 대한민국을 만들어야 하겠다.
중대성·심각성을 고려해 헌법재판소는 윤 대통령 탄핵 심판을 가장 시급하게 처리해야 하는 당위를 갖는다. 철저한 진상 규명을 위해 정당한 체포영장 집행 등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와 경찰, 검찰의 수사 또한 속도를 내야 한다.
정치의 불확실성 고조가 원화 약세를 초래하며 달러/원 환율이 상승하고 있다. 수출은 둔화하고 내수는 침체되고 경제 전반에 먹구름이 짙다. 리스크가 타격하는 상황을 조기에 봉합해야 한다. 최 권한대행 스스로도 성장률 전망에 대해 “하방의 어려움이 있다”며 1%대 저성장이 불가피하다는 견해를 드러냈다.
한국은행은 광주·전남의 경우 주력 업종인 석유화학과 철강, 자동차 부문에서 부정적인 영향을 받을 것으로 내다봤다. 금리와 물가 부담은 줄어들겠으나 소비 심리가 위축돼 있어서 내수가 살아나더라도 회복 속도는 완만하겠다고 예상했다. 소비 심리가 얼어붙으며 중소기업과 소상공인 등 지역 경제는 붕괴 직전으로 치닫고 있다. 헌정 질서를 파괴한 불법 계엄 사태로 지방의 어려움이 갈수록 커지고 있다. 지자체 살림살이는 궁핍해지고 민생은 무너지고 있다.
고 김대중 대통령은 ‘기회는 위기의 옷을 입고 온다’고 했다. 가늠하기 어려운 국난을 마주하고 있지만 슬기롭게 잘 헤쳐나가야 한다.
1980년 5월 광주의 횃불이 더 활활 타올라야 한다. 매섭게 칼바람이 부는 혹한의 거리에 나선 시민들은 응원봉과 선결제로 ‘어둠’을 밝히고 있다. 탄핵이든, 수사든 최대한 빨리 책임을 물어야 한다. 더 단단하게 더 따뜻하게 민주주의를 만들어야 할 때다.
소설가 한강의 노벨문학상으로 대한민국의 저력을 보여줬다. 새해에도 이에 버금가는 국민적 감격을 안기는 낭보가 들리길 기대한다. 5·18 광주의 희생을 통해 성취한 민주주의다. 과거가 현재를 돕고, 미래를 열 것이다.
굉장히 고통스런 한해였다. 너나없이 힘든 시기를 보냈다. 다사나단했다. ‘제멋대로 권력을 부리며 함부로 날뛰다’. 대학교수들은 지난해를 표현한 사자성어로 ‘도량발호(跳梁跋扈)’를 꼽았다. ‘요리 뛰고 저리 날친’ 최악의 사례는 비상계엄이었다. 국민의 삶을 위해 노력하고 봉사하는데 권력이 선용돼야 하겠다. 삐뚤어진 권력이라면 위임한 주권자가 즉시 회수하는 게 맞다. 정의와 공정의 가치를 정립해야 한다.
정치 혁신을 촉구한다. 아무도 ‘노(NO)’라고 하지 못하는 무소불위의 제왕적 권력을 막아내지 못한다면 결국에는 모두가 공멸하고 만다. 경제를 망치는데만 그치지 않을 것이다. 민주 사회에서 가장 큰 위협이다.
본보를 비롯해 온라인이 대세인 지금, 긴급하게 중대한 소식을 전파하기 위해 제작된 신문 호외가 불티났던 적이 흔치 않았다. ‘윤 대통령 탄핵안 가결’ 이라는 헤드라인이 걸린 보도에 광장에 모은 시민들은 우리가 이겼다며 환호성을 질렀다. 중장년들은 오랜만의 일이라며 반가워했고, 젊은 층은 생전 처음이라며 신기해했다. 발행일이 아닌 토요일날 뿌려진 호외는 ‘탄핵 굿즈(기념품)’, ‘역사 굿즈’로 삼아 개인 소장 자료로서 인기를 끌었다.
아이러니하게 시민 기본권인 인권과 자유를 훼손하는 불법부당, 불의에 저항하며 역사는 발전해왔다. 또 언론의 역할이 분명하게 존재했던 게 사실이다. 누구도 납득 못할 계엄의 밤에도 그랬고, 반면에 대한민국 첫 노벨문학상 수상 등 미증유의 사건에서도 그랬다. 신문의 지속 가능성에 대한 공감대가 더욱 확장돼야 하는 지점이다.
2024년을 뒤로 하고 새로운 희망으로 2025년을 맞는다. 더 이상 한 도시를 가리키는 고유명사가 아니라 보통명사가 됐다. 세계가 다시 한번 주목한 광주다. 계엄령으로부터 대한민국을 지켜낸 5월 정신이다. ‘불확실성’에서 벗어나기 위해 재차 역량을 모아야 한다.
국가애도기간 속의 새해다. 1980년 5월을 떠올리게 한 12·3비상계엄의 충격이 미처 가시기도 전에 전 세계를 뒤흔든 여객기 참변이 발생했다. 광주·전남 지자체·민간단체는 해넘이·맞이 행사를 전면 취소했다. 여느 때와 다르게 조용하고 엄숙하다. 분향소를 찾아 희생자들의 넋을 기리며 유족에게 깊은 위로를 전하고 있다.
본보는 불행한 역사가 되풀이 되지 않도록 ‘횃불’을 높이 들겠다. 수많은 생명, 소중한 가족을 잃는 비극은 다신 없어야 한다. 오늘보다 나은 내일을 열 것을 다짐한다. 독자로부터 관심과 신뢰를 받도록 감시와 견제의 선두에 설 것이다. 초유의 첩첩한 난관을 마주하고 있다. 정론직필의 가치를 수호하기 위해 더욱 분발하고자 한다.
올곧이 시민의 행복을 추구하며, 지역 발전과 문화 창달에 기여하는 호남인의 대변자, ‘사회적 공기(公器)’로서의 소임을 다할 것을 약속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