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한국] 1년 전 시작된 그립톡 상표 무효 심판이 얼마 전 그립톡 상표권자의 패소로 마무리됐다. 특허청 특허 심판관들이 그립톡 상표는 스마트폰 거치대, 스마트폰 그립 등에 사용되는 보통명칭이라고 판단한 것이다. 이후 특허법원에서 심결 취소 소송 및 대법원에서의 상고 절차가 진행될 수 있어서, 아직 끝난 건 아니다. 상표권자는 특허심판원의 그립톡이 무효라는 심결을 받아들이지 않고, 특허법원과 대법원까지 다퉈 볼 수 있다.
이번 심판 사건은 신속 심판 청구 사건으로서 일반적으로 6개월 이내 처리해야 하는 것이 원칙이다. 경고장 등 내용증명이 있었던 경우 신속심판 청구가 가능하다. 그런데도 당사자 간 치열한 공방 끝에 심판 청구 제기 후 1년 정도의 시간이 걸리고서야 비로소 심결이 났다. 그만큼 당사자들은 치열하게 주장 및 증거를 제출했고, 이를 판단하는 심판관들도 상표권자의 정당한 권한 행사와 1000여 명의 소상공인의 이해관계 사이에서 꽤 깊은 고뇌가 있었을 것으로 보인다.
이번 그립톡 사건은 지난해 10월 전후로 거슬러 올라간다. 필자도 그 당시 많은 소상공인들로부터 상담 전화를 받았다. 그립톡 상표권자로부터 상표 침해 경고장을 받았고, 합의금으로 수백만 원에서 수천만 원씩 요구받았다는 것이었다. 상담의 대부분 경우 판매량과 판매액이 얼마 되지 않는 소상공인들이었다. 등록상표를 찾아보았고, 실제 네이버 등의 온라인에서 그립톡 상표 사용 상태를 보았다. 상표가 2019년 정당하게 등록된 것은 맞지만, 충분히 무효가 될 것으로 보였다. 필자도 상표를 출원하면서 지정상품으로 그립톡이라는 단어를 사용한 적도 있고, 특허청도 상표나 디자인 등에서 스마트폰 거치대 등에 관하여 그립톡이라는 단어를 받아들이고 있었다. 또한 필자는 젓갈소믈리에 상표를 무효로 소멸시킨 경험이 있었다. 그 당시 다수의 언론과 칼럼 등을 통해 그립톡 상표권자가 불리할 것이라는 의견을 피력했다. 상표권 행사가 너무 늦었다고 판단했다.
그립톡 상표권자로부터 경고장을 받고 상담을 의뢰한 소상공인들에게는 일단 상표권자의 상표권 행사가 있었으므로, 판매는 중지하되 합의금은 주지 말라고 조언했다. 그립톡 상표가 무효 가능성이 높고, 판매액도 크지 않기 때문에 합의금을 줄 필요가 크지 않았다. 다만 판매를 중지해야 하는 이유는 혹여라도 그립톡 상표가 무효가 되지 않고 등록상표로 정당한 권한이 인정되는 경우라면 상표권의 침해를 알고 실시한 것이 되기 때문에 형사상 고의의 침해죄가 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판매는 그립톡 상표의 무효심판 결과를 보고 재개하면 된다.
언론 보도에 따르면 그 당시 침해 경고장을 받은 소상공인이 1000명을 넘는다고 했다. 크게 2가지 생각이 들었다. 우선 1000명이 넘는 소상공인이 스마트폰 거치대로 그립톡이라는 이름을 사용하고 있다면, 그것이 스마트폰이 보통명칭이 됐다는 증거가 될 수 있어서 상표권자에게 불리하게 작용할 수 있겠다는 것이다. 또 그립톡 상표권은 2019년에 등록이 됐음에도 1000명이 넘는 소상공인들이 사용할 때까지 상표권의 행사를 하지 않은 것에서 상표권자가 손해배상이나 합의금을 청구하고자 하는 큰 그림을 그린 것이 아닐까 하는 의심이 들었다. 마치 해당 특허 기술을 적용한 제품들이 시장에서 활발하게 팔릴 때 특허괴물이나 특허 전문 관리회사(NPE, Non Practicing Entity)들이 등장해 많은 손해배상금을 청구하며 특허권을 행사하는 것과 유사한 경우처럼 말이다.
그러나 특허와 상표는 다르다. 특허권의 경우 특허 기술을 많은 사람이 사용한다고 해서 특허권이 소멸하는 경우가 없다. 따라서, 특허의 경우 많은 사람이 시장해서 특허 기술을 활발하게 모방할 때, 특허괴물이나 NPE 등이 등장해서 큰 이익을 볼 수 있게 된다. 이와 다르게 상표의 경우 상표로 적법하게 등록이 됐다고 하더라도, 이후 많은 사람들이 해당 제품의 처럼 사용하거나 인식하게 되는 경우 상표가 무효가 되어 소멸할 수 있다.
초코파이의 경우도 1976년 오리온 초코파이가 출시되고 매우 큰 매출을 올리며 시장에서 인기를 끌었다. 이후 1980년 해태가 초코파이 제품을 출시했고, 1986년 크라운도 초코파이 상표를 사용하기 시작했다. 1997년 오리온은 롯데의 초코파이 상표 등록을 무효로 해달라는 특허심판과 특허법원 소송을 제기했지만, 특허심판 및 특허법원에서 오리온의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초코파이가 초코파이 제품에 보통 명칭보통명칭이나 관용하는 상표로 되어 자타상품의 식별력을 상실했다고 판단한 것이다.
결국은 타이밍이다. 만약 그립톡의 상표권자가 1000여 명의 소상공인이 사용하기 전에 상표권의 정당한 행사가 꾸준히 있었다면 이번 같은 무효심결이 나지 않을 수 있었다고 본다. 상표가 보통 명칭이나 관용표장이 됐는지에 대한 판단의 주요 기준은 수요자나 동종업자가 해당 상품의 상표로 일반적으로 사용하고 있는지, 상표권자가 해당 상표의 보호를 위하여 상표권 행사를 꾸준히 하고 있는지 여부이다. 따라서 상표권 정당한 행사가 너무 늦어지면 적법하게 등록된 상표권이라도 보통 명칭이나 관용표장 등으로 소멸할 수 있으니 주의해야 할 것이다.
공우상 특허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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