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멕시코·캐나다와는 관세 한 달 유예 합의
대중 관세 지속 시 애플 등 충격 불가피
[시드니=뉴스핌] 권지언 특파원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대중 관세 10% 부과 결정과 추후 반도체 등에 대한 관세 부과 가능성으로 인해 미국 기술 기업들이 잔뜩 긴장하고 있다.
3일(현지시간) 야후 파이낸스는 트럼프의 대중 관세 결정으로 PC부터 스마트폰 등 전자기기 관련 업체들이 영향권에 들게 됐고, 반도체 부문 관세 부과도 유력시되고 있어 기술 기업들의 불안이 커지고 있다고 전했다.
이날 트럼프 대통령은 멕시코와 캐나다에 대해 모두 25% 관세 부과를 한 달 유예한다고 밝혔는데, 아직까지 중국에 대한 유예 발표는 나오지 않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백악관 집무실인 오벌오피스에서 기자들에게 지난 1일부터 시행된 대중 10% 추가 관세가 더 높아질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트럼프 대통령은 해당 관세가 개시 사격(opening salvo)이라면서 양국이 무역 균형에 대해 합의에 이르지 못하면 관세가 더 오를 것이라고 강조했다.
다만 향후 24시간 이내로 중국과 대화할 것이라며 협상 가능성은 열어둔 상태다.
◆ 반도체도 사정권...애플 등 비용 증가 불가피
미국 기술 기업 상당수가 중국 내 제조 시설을 두고 있어 10% 관세 부과 시 비용 증가는 불가피한 상황으로, 이들 중 일부는 늘어난 비용을 자체적으로 감당하겠지만 최종 소비자 가격에 인상분이 반영될 가능성도 커졌다.
특히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달 말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와 반도체 대책 논의를 위해 만났다면서 "반도체에 관세를 부과할 것이며, 아마도 2월 18일쯤이 될 것"이라고 언급한 상태여서, 반도체가 들어가는 제품 가격은 더 오를 수 있다.
키방크 캐피탈마켓츠 주식리서치 애널리스트 존 빈은 "매우 막대한 충격이 예상된다"면서 "가격이 오르면 최종 수요에 부정적 영향을 줄 것이라고 생각하는데 결국에는 그 여파가 다시 반도체 기업들로 이어지게 된다"며 악순환 가능성을 경고했다.
지난 주말 관세 전쟁이 본격화하면서 당장 가장 큰 위험에 처한 기업은 애플이다.
중국에 거대 제조 기반을 둔 애플은 10% 관세 부과 시 아이폰에서부터 아이패드, 맥북 프로 등 거의 모든 제품 생산 비용이 늘게 된다.
일례로 현재 북미에서 999달러에 판매되는 아이폰 16프로의 경우 10% 관세가 붙으면 당장 99달러가 인상되며, 1599달러의 맥북 프로는 159달러의 비용을 더 지불해야 하는 셈이다.
물론 애플이 10% 관세 충격을 일부 내지 전액 감당할 수도 있겠지만 이익 마진 악화를 감수해야 한다.
뱅크오브아메리카(BofA) 글로벌리서치 애널리스트 왐지 모한은 애플이 관세 충격을 피하고자 중국 외 제조업 시설을 찾아야 할 수도 있다면서, 만약 애플이 중국 외 국가에서 제조의 80%를 감당할 수 있다면 관세로 인한 주당순이익 충격은 5센트 정도에 불과할 것으로 내다봤다.
하지만 생산의 50%만 중국 외 국가로 돌리게 될 경우 애플의 가격 인상 여부에 따라 7~12센트 정도의 순이익 충격이 발생할 것으로 예상했다.
집권 1기 당시에는 트럼프가 애플에 관세 유예를 제공한 만큼 이번에도 비슷한 조치를 기대할 수 있지만 아직은 관련 발표가 나오지 않고 있다.
만약 반도체 부문에까지 관세가 본격화한다면 반도체 기업들은 PC 제조업체 등 디바이스 제조 기업들에 비용을 전가할 전망이며, 아마존이나 알파벳, 메타, 마이크로소프트 등 인공지능(AI) 반도체 투자를 늘리고 있는 빅테크 기업들이 더 비싼 청구서를 받게 될 것이란 관측이다.
트럼프 관세 불안감 속에 이날 정규장서 애플 주가는 3.39% 급락했고, 엔비디아와 알파벳, 마이크로소프트 등은 모두 1~2% 정도 하락 마감했다.
kwonjiun@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