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세트 최다 블로킹 신기록 쓴 이다현…‘양효진 바라기’에서 양효진 넘어서기로

2024-11-18

이다현(23·현대건설)은 한국 여자배구 역대 최고의 미들블로커 양효진(35)을 보며 선수의 꿈을 키웠다. 2019~2020 V리그 신인드래프트에서도 꼭 양효진이 속한 현대건설의 지명을 받길 바랐다. 현대건설은 당시 1라운드 2순위로 이다현을 호명했다. ‘양효진 바라기’의 꿈이 이뤄진 순간이었다.

이다현은 양효진 옆에서 무럭무럭 성장했다. 2021~2022시즌엔 블로킹 2위(세트당 0.735개), 속공 2위(성공률 50.00%)를 기록하며 데뷔 첫 베스트 7(미들블로커)에 선정됐다. 지난 시즌엔 양효진과 함께 ‘트윈 타워’를 이뤄 현대건설의 통합우승을 이끌었다.

이다현은 6번째 시즌을 맞이한 올해도 자신의 한계를 넘어서고 있다. ‘지속성’이 관건이지만, 단연 눈에 띄는 미들블로커다. 이다현은 18일 현재 블로킹 1위(세트당 1.032개), 이동 1위(성공률 88.89%), 속공 2위(성공률 47.54%)를 기록 중이다. 리그에서 세트당 1개 이상의 블로킹을 잡아낸 선수는 이다현과 흥국생명의 외국인 공격수 투트쿠 부르주 유즈겡크(1.000개)뿐이다.

지난 8일 정관장전에서 블로킹 7개로 개인 한 경기 최다 블로킹 기록을 갈아치운 이다현은 16일 2라운드에서 다시 맞붙은 정관장과 경기에서 1세트에만 7개의 블로킹을 잡아냈다. 양효진 등이 보유한 종전 기록(5개)을 넘어선 단일 세트 최다 블로킹 신기록이다. 이날 블로킹으로만 11득점을 올린 이다현은 한 경기 최다 블로킹 공동 2위에 오르며 양효진과 어깨를 나란히 했다.

차상현 SBS스포츠 해설위원은 “기본적으로 블로킹을 하기 위한 손 모양과 감각이 상당히 좋다. 자신감도 많이 올라온 것 같다”며 “이동 공격과 속공, 블로킹 능력을 고르게 갖추고 있고, 앞으로 더 성장할 잠재력도 가지고 있다”고 말했다.

이다현은 지금도 양효진의 플레이를 ‘교본’처럼 여긴다. 연습할 때 네트 옆, 뒤에서 양효진의 블로킹 스텝과 타이밍 등을 관찰한다. 그는 “(양)효진 언니가 연습하는 걸 가까이서 지켜보는 것만으로 정말 큰 도움이 된다”며 “지금 이 시절이 배구의 개념을 잡아가는 데 밑거름이 되는 것 같다”고 이야기했다.

양효진은 남녀부 통틀어 누적 득점 1위(7682점), 블로킹 1위(1586개)를 기록 중인 V리그의 ‘살아 있는 전설’이다. 국가대표로도 맹활약하며 두 차례 올림픽 4강 신화를 일궜다. 지난 시즌까지 10년 연속 베스트 7(미들블로커)에 선정되며 건재함을 과시했다.

이런 양효진도 어느덧 30대 후반을 바라본다. 그는 2024~2025시즌을 준비하며 “예전엔 장기적인 계획을 세웠는데, 이젠 ‘이번 시즌만 잘 버티자’ 이렇게 생각을 바꿨다”고 말했다.

당장은 아니더라도 양효진 은퇴 이후를 생각해야 하는 현대건설로서도 이다현의 꾸준한 성장은 반갑다. 지난 시즌까지 GS칼텍스를 이끌었던 차 위원도 “이다현 선수가 지금처럼 성장하면 팀적으로 굉장히 도움이 될 것”이라고 짚었다.

‘포스트 양효진 시대’는 어떤 방식으로든 반드시 온다. 이다현이 ‘양효진 바라기’를 넘어선다면, 그 시대가 자연스럽게 열릴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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