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디-에반스-김정호 트리오 구축, 방패를 내려놓고 세 자루의 창을 든 한국전력

2025-05-10

한국전력이 세 자루의 창을 들었다.

한국전력은 이번 비시즌에 큰 변화가 불가피했다. 팀의 핵심이었던 임성진이 KB손해보험으로 전격 이적했기 때문이다. 안정적인 수비와 준수한 공격으로 팀의 공수 밸런스를 잡아줬던 임성진의 이탈은 한국전력의 선택을 강요했다. 임성진 정도의 밸런스를 갖춘 자원을 외부에서 영입하긴 힘든 상황에서, 공수 밸런스 분배가 어려운 과제로 떠올랐다.

권영민 감독의 선택은 방패를 내려놓고 창을 드는 것이었다. 시작은 김정호의 영입이었다. 삼성화재에서 자유계약선수(FA)로 풀린 김정호를 임성진의 대체자로 낙점했다. 김정호는 임성진보다 블로킹과 수비에서는 떨어지지만, 서브와 공격에서는 업그레이드를 기대할 수 있는 자원이다.

이후의 포석들도 일관된 흐름이었다. 아시아쿼터 선수로는 199cm의 장신 윙 자원 에디를 지명했다. 마찬가지로 서브와 공격에서는 확실한 장점이 있는 선수였다. 권 감독은 에디의 활용 방법으로 아웃사이드 히터 기용을 언급했다. 리시브에서 리스크가 상당해질 수밖에 없지만, 아포짓 한 자리에 확실한 공격수를 채울 수 있다면 화력에서는 어마어마한 이점도 따라올 선택이었다.

그리고 현지 시각 9일 튀르키예 이스탄불 엘리트 월드 그랜드 호텔에서 열린 2025 한국배구연맹(KOVO) 외국인 선수 드래프트에서 권 감독은 2순위로 트라이아웃 최대어로 언급된 쉐론 베논 에반스를 품으며 원했던 한 자리 퍼즐도 깔끔하게 맞췄다. 그는 “트라이아웃 등록할 때부터 에반스를 유심히 살펴봤다. 영상도 찾아봤고 여기 올 때 마음속으로 거의 에반스가 1순위였다. 공격-서브-블로킹 면에서 일본 리그에서도 잘했고, 이틀 동안 연습 경기 상황을 봤을 때도 다른 선수들보다 나았다. 팀에 도움이 많이 될 선수”라고 에반스를 평가했다.

이로서 한국전력의 다가오는 시즌 날개 라인업은 에디-김정호 아웃사이드 히터 듀오에 아포짓 에반스로 정해지는 모양새다. 서브-공격에서의 위력만큼은 지난 시즌 트레블 팀인 현대캐피탈에도 뒤지지 않는 수준이다.

그러나 방패를 내려놓고 창 세 자루를 든 이상, 역시 문제는 리시브다. 리시브가 너무 흔들리면 에디와 에반스의 하이 볼 플레이에만 의존하다가 시즌 중반 이후 체력 문제에 시달리면서 무너질 가능성이 크다. 파이프에 강점이 있는 김정호의 무기 하나도 리시브 불안으로 인해 사라질 수 있다. 물론 필요한 것은 세터의 머리 위로 가는 A패스가 아니다. 적당히만 띄워놓으면 이후에는 삼각편대의 공격 개인기로 뚫어갈 수 있다. 물론 이 ‘적당히만’이라는 것이 결코 쉽지 않다는 것이 문제다.

그래서 정민수-장지원-서재덕이 맡게 될 리베로 한 자리의 역할이 매우 중요해질 한국전력이다. 에디의 리시브 부담을 최대한 덜어주면서, 깔끔한 리시브로 김정호가 후위일 때는 파이프 동선을 열어줄 수 있어야 한다. 수비 상황에서도 최대한 많은 공을 퍼올려 에반스를 중심으로 한 반격 기회를 창출해야 한다. 세 자루의 창이 마음껏 날뛸 수 있도록 제몫을 다할 필요가 있다.

지금껏 방패를 내려놓고 창으로 승부하려는 팀들은 제법 많았다. 그러나 결실을 맺은 팀은 드물었다. 하지만 한국전력은 지난 시즌의 현대캐피탈이 그 드문 사례를 남긴 것처럼, ‘닥공’ 배구로 새 시즌 돌풍의 주인공이 되고자 한다. 그들의 도전이 어떤 결실을 맺을까.

사진_KOVO, 한국전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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