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격차 따라잡자”…통신3사, '각양각색' LLM 전략

2025-08-05

SKT '에이닷 4.0', KT '믿:음 2.0', LG유플러스 '익시젠'… 독자모델 경쟁 치열

딥시크 쇼크 계기 AI 전략 대전환… "보안 중요한 통신업계, 자체 LLM 필수"

[미디어펜=배소현 기자]SK텔레콤(SKT), KT, LG유플러스 등 통신3사는 최근 자체 LLM(거대언어모델)을 선보이며 독자 기술력 확보에 주력하고 있다. 그간 해외 빅테크들과의 협업에 의존해왔던 전략에서 벗어나 자체 기술력 강화를 통해 글로벌 격차를 줄여나가겠다는 의지로 풀이된다.

5일 업계에 따르면 국내 AI(인공지능) 기술력은 경쟁국인 미국과 중국 등 주요국에 비해 GPU(그래픽처리장치) 인프라, 인재 확보 등의 측면에서 많이 뒤쳐진 것으로 나타났다.

최근 미국 AI 고객관계관리(CRM) 기업 세일즈포스가 발표한 '글로벌 AI 준비 지수' 보고서에서 한국은 AI R&D(연구개발) 성과와 스타트업 활동, 산학 협력 수준을 평가하는 'AI 생태계' 부문에서 10점 만점에 1.8점을 기록했다. 미국(9.3점), 인도(4.0점) 등에 크게 뒤지는 결과다.

또 상반기 미국 스탠퍼드대 인간중심인공지능연구소(HAI)가 발간한 'AI 인덱스 2025' 보고서에 따르면 AI 모델 개발 부문에서 한국의 존재감은 미미했다. 2024년 발표된 '주목할 만한(Notable) AI 모델' 가운데 한국산 모델은 1개에 그쳤으나 미국은 압도적인 1위(40개)였으며, 그 뒤는 중국(15개)이 차지했다.

한국은 AI 인재 유출도 심각한 수준으로 드러났다. AI 인재 이동 지표에서 한국은 -0.36을 기록했다. 국내 유입보다 해외로 빠져나가는 인재가 더 많다는 의미다. 반면 미국, 프랑스, 독일 등 주요국들은 플러스(순유입)를 기록했다.

국내 기업들이 글로벌 기업들과의 대규모 투자 경쟁에서 뒤처진 결과다. 이에 통신사들은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해외 빅테크들과 협력하는 전략에 의존해왔다.

그러나 최근 통신3사 모두 고도화된 자체 기술력을 뽐내기 시작하면서 기류 변화가 나타나는 모습이다. 올해 초 전 세계를 놀라게 한 중국발 딥시크 쇼크 이후 적은 비용으로도 높은 성능의 LLM을 만들 수 있다는 것이 증명된 가운데 통신3사를 중심으로 AI 전략 전면 개편에 나서는 등 글로벌 기술력 격차 줄이기에 속도를 내는 움직임이 두드러지고 있다.

우선 1000만 명의 가입자를 보유한 SKT의 '에이닷'은 최근 '에이전틱 워크플로우'가 적용된 '에이닷 4.0' 버전으로 업데이트 됐다.

에이닷 4.0은 △계획 수립 △외부 도구 활용 △다중 에이전트 협업 △결과 점검 등 네 가지 핵심 기능을 자율적으로 수행할 수 있으며 이를 통해 사용자의 복잡한 요구도 능동적으로 처리한다.

또 사용자의 요청을 분석해 가장 적절한 하위 에이전트를 자동으로 배정하고 각 단계를 나눠 순차적으로 실행하는 '에이전트 오케스트레이터' 기술도 적용됐다. 사용자가 원하는 기능을 직접 선택해야 했던 기존 버전과 달리 이번 버전은 에이닷이 알아서 전 과정을 처리한다.

KT도 자체 LLM '믿:음'의 새로운 버전 '믿:음 2.0'을 공개했다. KT는 일찍이 AI에 투자를 하고 믿음 1.0 버전도 2023년에 완성했지만, 정치적 외풍으로 발생한 경영 공백으로 기술 고도화 시기를 놓치며 LLM 경쟁에서 뒤처졌다고 평가 받았다. 이후 KT는 MS(마이크로소프트)와의 협업을 통해 사업 역량을 키웠으나 독자적인 기술 개발은 부족했다는 평이 따랐다.

그러나 최근 '한국적 AI' 제하의 믿음 2.0을 기반으로 다시 격차 줄이기에 나선 것으로 보인다. 신동훈 KT Gen Al 랩장에 따르면 믿음 2.0은 △115억 파라미터 규모의 '믿음 2.0 베이스' △23억 파라미터 규모의 '믿음 2.0 미니' 2종이며 모두 한국어와 영어를 지원한다.

'믿:음 2.0 베이스'는 범용 서비스에 적합한 모델로 한국 특화 지식과 문서 기반의 질의응답에서 강력한 성능을 나타낸다. '믿:음 2.0 미니'는 베이스 모델에서 증류한 지식을 학습한 소형 모델이다.

LG유플러스도 그룹사와 협력을 바탕으로 빅테크와의 격차 줄이기에 주력하고 있다.

LG유플러스는 LG AI 연구원의 '엑사원 4.0'을 중심으로 기술 고도화에 나서고 있다. '엑사원 4.0'은 자연어 이해와 생성, 지식 기반의 빠른 답변에 강점이 있는 LLM과 스스로 가설을 세우고 검증 및 문제 해결 능력을 갖춘 추론 AI 모델을 하나로 결합했다.

엑사원을 기반으로 제작된 sLLM '익시젠'의 기술 강화도 기대된다. LG유플러스는 익시젠을 기반으로 한 상담 자동화, 대화 요약, 고객지원 챗봇 등의 기능을 중심으로 B2B 특화 AI컨택센터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업계에서는 최근 통신사들의 이 같은 움직임에 대해 긍정적으로 평가하는 분위기다.

업계 한 관계자는 "통신사들은 보안이 생명인 만큼 자체 LLM에 대한 필요성이 크다"며 "해외 기술에만 의존하기 보다는 지속적인 기술 고도화 과정을 통해 자체 기술력을 키우고 경쟁력을 갖춰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기술력뿐만 아니라 일상 생활 속에서 활용도 높은 모델을 내놔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김대종 세종대학교 경영학부 교수는 "이재명 정부에서 소버린 AI를 띄운 만큼 통신3사들이 독자적인 LLM 개발을 강화하고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면서도 "통신사의 AI 서비스가 고객 응대 등 일상 속에 얼마나 자연스럽고 정밀하게 적용되는지가 핵심이다. 즉 '초개인화 서비스'를 가장 잘 실현하는 기업이 경쟁 우위를 점할 것"이라고 언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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