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충남 홍성에 사는 A씨는 지난 8월 2021년식 테슬라 모델3 롱레인지를 타던 중 센터디스플레이에 ‘BMS_a079, 충전 불가. 정비 예약하세요’라는 문구가 뜬 것을 발견했다. 이후 충전용량이 50% 이하로 제한되자 A씨는 테슬라 서비스센터에 정비를 맡겼고 재제조배터리(리만배터리)로 무상 교체수리를 받았다. 하지만 8일 만에 똑같은 오류가 다시 떴다. A씨는 “언제 또 고장 날 지 모르는 배터리로 교체해줬다”고 한탄했다.
#2021년식 모델Y를 타는 경기 수원 거주 B씨는 ‘BMS_a079’ 오류로 이달 초 차량을 테슬라 서비스센터에 맡겼다가 ‘수리비 2815만원 폭탄’을 맞았다. 누적 주행거리(22만8000㎞)가 보증한도거리(16만㎞)를 넘겨 무상교체가 어렵다는 이유다. 심지어 이번에 고장 난 배터리는 지난해 5월 BMS_a079 오류로 이미 한 차례 교체 받았던 재제조배터리였다. B씨는 “뒤통수 맞은 느낌”이라고 했다.
테슬라가 배터리 관리시스템(BMS) 오류로 도마 위에 올랐다. 테슬라는 올해 1~9월 4만3637대를 판매해 BMW, 메르세데스-벤츠에 이은 수입차 판매량 3위에 올랐지만, 품질 이슈와 서비스 대응 문제가 커지고 있다.
20일 박상혁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테슬라에서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2017년부터 올해 9월까지 국내에 판매된 테슬라 차량 13만4429대 중 4351대(3.2%)에서 BMS_a079 오류가 발생했다. 이 가운데 2회이상 오류가 발생한 차량은 265대다.

주로 2020~2021년 팔린 미국산 모델Y와 모델3의 고장빈도가 높다. 2021년식 모델Y는 총 8836대가 국내에 판매됐는데, 그중 1800대(20.4%)에서 BMS_a079 오류가 발생했다. 같은 해 판매된 모델3도 총 판매량 8632대의 11.5%인 995대에서 오류가 발견됐다.
BMS란 배터리 셀과 팩을 실시간으로 모니터링해 배터리 안전·성능을 관리하는 시스템이다. BMS_a079 오류는 일종의 오류코드로 배터리 내부에서 문제가 발생했다는 뜻이다. 업계에서는 2020~2021년 미국산 테슬라 차량에 장착된 건전지 모양의 원통형 삼원계(NCM) 배터리셀을 문제의 원인으로 꼽는다.
당시 테슬라는 원통형 배터리셀 수천개를 연결해 하나의 배터리팩을 만들었는데, 배터리셀 일부가 전압 이상, 터짐 등으로 고장 날 경우 안전을 위해서 BMS가 오류코드를 띄우고 충전을 50% 이하로 제한한다. 해당 배터리는 파나소닉이 제조했는데 이 가운데 일부 불량이 발생한 것으로 업계는 추정한다.

이런 문제는 2022년 판매된 모델3(오류 발생률 1.3%), 모델Y(0.7%)에서는 찾아보기 어렵다. 테슬라는 2022년부터 LG에너지솔루션의 원통형 NCM 배터리, CATL의 리튬인산철(LFP) 각형 배터리를 장착하는 등 공급사를 다양화했다. 이호근 대덕대 미래자동차학과 교수는 “2020년은 테슬라가 막 글로벌 전기차 시장에서 뛰어들어 대량 생산을 시작한 시점”이라며 “설계오류가 있는 파나소닉 배터리를 장착했다가 2022년부터는 개선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했다.
문제는 테슬라의 사후 조치다. 9월 현재까지 수리 건수 4637건 중 2406건(51.9%)이 재제조배터리로 교체됐다. 재제조배터리는 열화된 중고 배터리를 재생한 것으로 신품 대비 배터리 성능이 80% 정도에 불과하다. 주행거리가 줄어드는 경우가 많고, BMS_a079 오류 재발생 가능성도 6% 수준이다.

테슬라는 미국에선 2021년식 모델Y·3에 대해 품질 이슈로 무상수리를 한 적이 있다. 하지만 국내에선 자발적 리콜 움직임이 아직 없다. 이에 국토교통부는 지난 8월 한국교통안전공단 자동차안전연구원에 테슬라 차종에 대한 BMS 제작 결함 가능성 조사를 의뢰한 상태다. 권용주 국민대 자동차운송디자인학과 교수는 “이번 사태로 국내 소비자에겐 ‘테슬라가 배짱장사를 한다’는 인식이 강해졌다”며 “만약 테슬라가 해법을 내놓지 않으면, 정부가 강제적 리콜 결정을 통해 소비자 권익을 보호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