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제철 美 투자 검토에…노사 갈등 심화 우려

2025-01-08

포항 2공장 폐쇄 공방, 해 넘긴 임단협 등으로 노사관계 악화 일로

9일 교섭 재개…생산직 노조 민감한 고용불안 이슈 쟁점화 가능성

현대제철이 미국 제철소 투자를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지면서 가뜩이나 악화 일로를 걷고 있는 노사 관계가 더 악화될 가능성이 우려된다. 제조업 생산직 노동조합은 회사의 해외 생산거점 투자에 대해 국내 공장의 일감 축소와 고용불안을 이유로 부정적 인식을 갖는 게 일반적이다.

현대제철은 8일 미국 제철소 건설 계획 보도와 관련한 해명공시를 내고 “지속가능한 성장과 글로벌 경쟁력 확보를 위해 다양한 방안을 검토하고 있으나 현재까지 결정된 사항은 없다”면서 구체적 사항이 결정되는 시점, 또는 1개월 내에 재공시하겠다고 밝혔다.

대미 투자 검토 자체를 부인하지는 않은 셈이다. 앞서 현대제철은 관련 사실을 문의하는 출입기자들에게 “미국 남부지역에 투자 검토를 진행 중으로, 금액 및 시기, 생산 방식은 결정된 바 없다”고 답한 바 있다.

도널드 트럼프 2기 행정부의 출범에 따른 보호무역주의 강화, 캡티브 마켓(계열사간 내부시장)인 현대자동차와 기아의 미국 내 자동차용 강판 수요 증가, 미국 자동차 빅3 중 하나인 제너럴모터스(GM)와 현대차그룹간 자동차 원자재‧부품 통합 발주 협력체계 구축 등을 감안하면 현대제철의 미국 제철소 건설에 따른 기대효과는 충분하다.

오히려 미국 현지 생산기지 구축 없이 현대제철 한국 공장에서 자동차용 강판을 생산해 미국 현대차‧기아 공장에 공급하는 기존의 방식이 공급망 측면에서 큰 리스크 요인이 될 수 있다.

문제는 노조의 반발이다. 국내 공장에서 생산해 수출하던 물량을 현지 생산체제로 돌리면 국내 생산수요는 감소할 수밖에 없다. 가뜩이나 중국발 공급과잉과 환경 문제 등으로 철강 설비가 구조조정에 내몰리는 상황에서 대미 투자 및 물량 이전은 생산직 근로자들에게 고용불안 요인으로 인식될 수 있다.

같은 현대차그룹 계열 완성차 업체인 현대차‧기아도 미국 공장에 생산 차종을 투입할 때마다 국내 노조와 진통을 겪는다. 이 때문에 고급차 브랜드인 제네시스 차종들은 GV70 전동화 모델을 제외하고는 전량 국내에서 생산해 미국으로 수출된다.

현대제철은 가뜩이나 포항 2공장 폐쇄 문제로 노조와 갈등을 빚어왔다. 회사측은 국내 철강 수요 감소에 따라 설비가 낡아 운영 효율이 떨어지는 포항 2공장을 폐쇄할 예정이었으나, 고용 문제를 앞세운 노조 반발로 결국 형강제품만 생산하고, 기존 4조 2교대 생산체제에서 2조 2교대로 축소 운영하는 형태로 고용을 유지키로 했다.

임금‧단체협약(임단협) 교섭 관련 갈등도 장기화되고 있다. 현대제철 노사는 지난해 임단협을 해를 넘겨서까지 마무리하지 못하고 있다. 지난해 9월 시작된 임단협 교섭은 12월 5일을 마지막으로 사측의 교섭대표 변경 등의 이슈로 파행을 보이다 29일 만인 이달 3일 재개됐다.

현대제철의 미국 투자계획이 구체화된 게 아닌 ‘검토’ 단계라 아직 노조 측은 공식 입장을 내진 않고 있지만 오는 9일로 예정된 17차 교섭에서 문제를 제기할 가능성도 있다. 노조는 합법적 파업이 가능한 쟁의권을 보유한 상태로, 교섭 과정에서 미국 제철소 투자 문제가 새로운 쟁점으로 돌출될 경우 노사 갈등은 더욱 심해질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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