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정부의 동해 심해 가스전 탐사 개발 사업 ‘대왕고래 프로젝트’가 최대 2416조원의 탄소 비용을 발생시킬 것이란 분석이 나왔다. 탐사에만 수천억원이 들고, 탄소중립으로 가스 수요는 갈수록 줄어들 것이 명백해 여러모로 경제적이지 못하다는 비판이 나온다.
기후환경단체 기후솔루션은 8일 대왕고래 프로젝트를 분석한 이슈 브리핑 보고서를 발간했다. 보고서를 보면 기후솔루션은 정부에서 발표한 자원 추정량 140억배럴을 모두 채굴할 경우 30년간 총 58억2750만t의 온실가스가 배출될 것으로 추산했다. 현재 한국의 연간 배출량의 8배가 넘는 수치다. 조달·공급망, 제품 이용 단계에서 발생하는 온실가스(스코프3)를 제외하고 직간접 배출량만 따져도 47억7750만t이다.
온실가스 배출은 막대한 사회적 비용으로 이어진다. 중앙은행 기후리스크 연구협의체(NGFS)가 제시한 기준으로 탄소 비용을 계산해보면, 2050년까지 탄소중립을 달성한다고 가정했을 때 2416조원의 비용이 발생한다. ‘평균온도 2도 제한 목표’ 달성 시나리오엔 1040조원, NDC(국가 온실가스 감축목표) 시나리오엔 213조원이 발생한다.
기후솔루션은 대왕고래 프로젝트가 제2의 삼척 블루파워가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삼척 블루파워는 한국에 마지막으로 신규 건설된 석탄 화력발전소다. 지난해 상업운전을 시작했으나 전력망 공급 부족으로 사실상 멈춰 서 있다. 전 세계 석유·가스 수요가 줄어들면서 가동률은 더욱 떨어질 것으로 보인다.
대왕고래 사업도 세계적인 석유·가스 수요감소에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 채굴해도 팔 곳이 없기 때문이다. 국제에너지기구(IEA)에 따르면 NDC 강화와 에너지 전환 가속화로 석유와 천연가스 소비는 각각 2050년까지 2023년 대비 최대 77%, 79% 감소할 것으로 보인다. 국내 화석연료 수요 전망도 마찬가지다. 현 정부가 수립한 11차 전력기본수급계획안을 기준으로 보더라도 한국의 가스 수요는 2038년까지 2022년 대비 52% 줄어든다.
글로벌 금융사들은 이미 신규 석유·가스 사업에서 손을 떼고 있다. 세계 50대 은행 중 26개 은행과 상위 50개 손해보험사 중 13개 보험사는 신규 석유·가스 사업에 대한 투자와 보험을 제한하고 있다. 2000년 이후 좌초된 가스·송유관 사업만 72개에 달한다.
기후솔루션은 대왕고래 사업으로 지진이 일어날 가능성도 있다고 우려했다. 지난해 행정안전부 연구에 따르면 동남권에만 활성 단층이 14개 존재하는데, 시추지역으로 선정한 부지가 지진이 일어났던 포항시 남구에서 40㎞밖에 떨어지지 않았다는 것이다. 영국 더럼 대학 교수진 연구에 따르면 전 세계에서 발생한 인공지진 728건 중 유가스전에서 발생한 지진은 107건이다.
오동재 기후솔루션 가스팀 팀장은 “석유가스전 개발은 높은 비용과 기후환경 리스크, 글로벌 에너지 전환 추세와의 괴리로 경제성과 지속 가능성을 담보할 수 없다“며 “석유가스 개발이 곧 에너지 안보라는 낡은 인식으로 저무는 시장에 베팅하느라 미래를 놓칠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