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발 떼는 의정 협의체, ‘극과 극’ 불신과 아집부터 풀어야

2024-10-22

지지부진하게 표류해오던 여·야·의·정 협의체가 대한의학회와 한국의과대학·의학전문대학원협회 참여로 출범하게 됐다. 이들은 “전쟁 중에도 대화는 필요하다”면서 “우리가 선도적으로 참여해 다른 의료계 단체까지 확대 참여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대한의사협회와 전국의과대학교수협의회, 대한전공의협의회 등은 불참 입장을 고수하고 있어 대표성에 한계는 있지만, 정부가 의료대란 사태 해결에 사실상 손 놓은 상황에서 이렇게라도 의료계가 참여하는 첫 협의체가 발족했다는 사실은 의미가 있다.

그러나 여전히 갈 길은 첩첩산중이다. 사태 해결의 핵심인 전공의 입장이 ‘의대 증원 원점 재검토’로 강경하다. 협의체에 참여하는 두 단체 역시 이미 입시 절차가 시작된 2025학년도 의대 입학정원 재논의를 요구하고 있다. 평행선을 달리는 의·정 간 입장 차를 어느 선까지 좁히기 위해서는 불신 해소와 정책 리더십이 중요해졌다. 결국 윤석열 대통령의 결단이 필요한데, 지금도 상황 인식과 해법이 탁상공론 수준에 머물러 있어 걱정스럽다.

윤 대통령은 최근 참모진 회의에서 “의사 수가 늘어도 처우가 나빠지지 않는다는 사실을 (의사들에게) 설득해보자”고 말했다고 한다. 그러면서 국민소득이 증가하면 의료비 지출이 더 크게 증가하므로, 의사 공급 역시 이에 맞춰 유연하게 늘어야 한다고 주장한 밀턴 프리드먼을 언급한 것으로 알려졌다. 프리드먼은 국가의 개입을 최소화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시장 옹호론자다. 윤 대통령은 의료 민영화와 시장만능주의로 세계에서 의료비가 가장 비싼 미국의 의료 시스템을 따라가겠다는 것인가. 도대체 애초 그의 의료개혁 철학과 방향이 뭐였는지 되묻게 한다.

의사에게는 의료비 지출이 증가해 소득이 줄지 않을 것이라고 말하고, 국민에게는 건강보험료 인상은 없을 것이라 설득하는 이 모순적인 임기응변으로는 아무것도 해결할 수 없다. 정부가 의료계와 조율한 대책은 없이 이런 탁상 논리만 개발하느라 시간을 허비하는 동안에도 의료 공백은 악화하고 있다. 당장 서울대병원 노조가 오는 31일부터 무기한 파업에 돌입한다. 그런데도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의료인력추계수급위원회는 감감무소식이고, 주목했던 윤 대통령과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의 만남도 의료대란 돌파구 없이 ‘빈손 회동’으로 끝났다. 정부는 여·야·의·정 협의체라는 마지막 기회마저 날려선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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