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스’ 900회와 TV 토크쇼 ‘실종시대’

2025-01-22

24일 권혁재 감독이 연출한 영화 ‘검은 수녀들’을 개봉하는 배우 송혜교는 영화 개봉에 즈음해 여러 인터뷰 일정을 잡았다. 물론 매체의 영화담당 기자들과의 인터뷰도 있지만, 방송출연도 있다.

그 일정을 보면 tvN ‘유퀴즈 온 더 블럭’으로 기존 방송 프로그램은 하나다. 가수 강민경의 유튜브 채널, 가수 겸 방송인 정재형의 유튜브 채널 ‘요정재형’, 송은희·김숙의 유튜브 채널 ‘비밀보장’ 등 유튜브 예능이 주다. 요즘 영화를 개봉하는 배우들은 대놓고 TV보다는 이 같은 유튜브 예능을 우선으로 홍보일정에 넣는다.

이는 ‘토크쇼’라는 형식이 지금 얼마만큼 TV 플랫폼에는 불리해졌는지를 알려주는 사례와 같다. 현재 명맥을 유지하는 토크쇼는 MBC의 18년 차 ‘라디오스타’와 tvN의 8년 차 ‘유퀴즈 온 더 블럭’으로 유이하다.

이중 ‘유퀴즈 온 더 블럭’은 내로라하는 명사와 유명인 등 섭외가 힘든 인사들의 출연으로 화제성에서 다른 프로그램을 압도한다. 그렇다면 본연의 말맛, 말의 재미를 추구하는 순수한 의미의 토크쇼로는 ‘라디오스타’만이 남는다.

2007년 5월 첫 방송 된 ‘라디오스타’는 여운혁PD가 당시 기획했던 ‘황금어장’의 한 코너였다. 음악을 기반으로 라디오 방송을 오마주한 작은 토크 프로그램이었지만, 당시에는 없었던 ‘날 것 그대로의’ 토크를 이어간 끝에, 현재 방송 중인 MBC 예능 중 최장수 프로그램이 됐다.

이제 ‘라디오스타’는 다른 토크 프로그램이 아닌 유튜브의 토크쇼들과 경쟁해야 한다. 22일 진행된 기자간담회는 그러한 ‘라디오스타’의 현재 숙제를 상기시켜주는 자리였다.

‘라디오스타’는 최근 제작진을 큰 폭으로 세대교체했다. 1991년생인 김명엽PD가 메인 연출로 자리했다. 그는 역대 가장 어린 PD이면서, MBC 예능국에서도 젊은 축에 속한다. 지금의 감각과 공감대로 젊은 시청자에게 소구하라는 내부 방침이 드러난다.

김PD는 스스로 “MZ라고 여기 껴있는 것 같다”며 “MBC 예능국에서는 어린 나이다. ‘라디오스타’가 장수예능이고 올드할 수 있으니, 저 같은 젊은 PD가 중화할 수 있다고 생각해서 놔주신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최근 유튜브 토크쇼가 흔히 말하는 슈퍼스타 분들을 부르는 부분에 있어 비교가 될 수 있다고 생각하지만, 막상 그런 프로그램의 경우는 홍보가 위주로 진솔한 깊은 이야기는 나오지 않는 것 같다”고 말했다.

김PD는 “우리 프로그램은 쇼보다 진솔한 이야기도 있고, 이를 유쾌하고 재미있게 표현하는 ‘종합과자선물세트’라고 생각한다. 한 연령대에 치우치지 않고 여러 연령대가 볼 수 있는 프로그램”이라고 강조했다.

프로그램의 1회부터 함께 한 김구라 역시 지금의 현실을 짚었다. “방송사 수입 중에서 지난해 처음으로 광고 수입보다 콘텐츠 수입이 더 많았다고 한다”고 전제한 그는 “환경은 바뀌고 있고, 오히려 할 수 있는 것을 해야 한다. 이정재나 김혜수 같은 분들은 원래 우리 프로그램에 나오지 않았다. 그분들의 홍보양식이 있다고 봐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의외의 분들이 나오고, 익숙한 분들에게 의외의 모습이 나오는 것이 중요하다. 언젠가 ‘썰전’에서 전원책 변호사를 뵙고 설렌 마음처럼, 설레는 긴장감을 준다면 우리는 기본적으로 되는 게 아닌가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라디오스타’는 매체변화와 경쟁 프로그램 등 외적인 요인뿐 아니라 김구라의 일시하차나 원년멤버 윤종신의 하차 그리고 신정환의 하차 등 다양한 요인으로 인한 내부적인 요인으로도 흔들렸다. 하지만 결국 18년의 역사를 유지한 것이 저력을 증명하며, 900회는 그 새로운 도전의 시발점이 될 듯하다.

“다음 주에 만나요, 제발~”이라는 마지막 멘트가 초반 생존의 문제였다가 프로그램의 인기로 그렇지 않게 됐지만, 다시 그 멘트의 무게가 느껴지는 요즘이다. 과연 지상파 토크쇼는 어디까지 할 수 있을까. 그 힘을 보여주는 다음 주가 되길 바란다. 제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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