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때로는 공간이 사람의 의식이나 행동을 결정지을 때도 있다. 넷플릭스 오리지널 예능 ‘데블스 플랜:데스룸’의 세트를 보고 나서 더욱 확고해진 생각이다. 경기도 파주시 일대의 세트는 멀리서 봤을 때는 흰 건물에 깔끔한 인상을 풍겼다. 하지만 문을 열고 들어가자, 뭔가 두뇌 서바이벌 그 피 튀기는(?) 전장의 비릿한 내음이 나는 것 같았다.
‘데블스 플랜:데스룸’(이하 데블스 플랜 2)의 세트 탐방을 드디어 공개할 수 있게 됐다. 지난해 8월26일 촬영에 들어가 9월1일까지 이어진 촬영의 터전이었던 세트는 우승자가 결정된 다음 날인 2일 취재진에게 세트가 공개됐다. 그 이후, 넷플릭스 특유의 기약 없는 보도유예 기간을 지나 드디어 그 전모를 어느 정도 공개할 수 있게 됐다.

세트장의 열기는 여전했으며 일부 촬영 장비 외에 세트는 촬영 당시와 거의 그대로였다. 정종연PD가 150개가 넘는 카메라와 그에 걸맞은 마이크를 통해 세밀하게 들여다본 ‘컨트롤 타워’ 콘솔룸 역시 일부 집기가 치워져 있었지만, 모니터와 전자장비가 뿜어내는 아우라는 그 어딘가 미래의 관리자실을 연상하게 했다. 전날 촬영이 끝나고 뒤풀이로 과음을 했다던 정종연PD 역시 겨우 정신을 차리고 취재진을 맞았다.
이번 시즌은 지난 2023년 공개된 첫 시즌의 후속작이다. ‘더 지니어스’와 ‘소사이어티 게임’ 등 정종연PD 특유의 ‘두뇌 서바이벌’에 열광했던 시청자라면 그의 ‘데블스 플랜’ 제작 소식에 환호했을 듯하다. 역시 그는 밀폐된 공간에 출연자들을 몰아넣고 게임으로 긴장감을 준 다음, 그보다 더한 ‘게임’인 출연자들간의 배신과 연합, 불꽃 튀는 경쟁으로 시청자들의 몰입을 높였다. 시즌 2는 참가자도 2명 는 14명이었을 뿐 아니라, 세트의 규모도 600평이 넘어선 1000평이었다.

세트는 크게 세 가지 공간으로 구분된다. 출연자들이 입장하고 평소처럼 생활하는 ‘생활동’ 그리고 긴장감 넘치는 게임이 펼쳐지는 ‘게임동’ 그리고 게임에서 하위권을 차지한 출연자가 갇히는 ‘감옥동’ 등이다. 시즌 2에는 이 감옥동 안에 ‘데스룸’이라는 공간을 만들어 탈락자를 결정하는 ‘데스매치’를 벌이는 공간을 추가했다.
생활동은 정말 사람이 살 것 같은 편안한 분위기에 숙소 역시 남녀를 구분해 최고급 자재를 이용한 침대와 수납공간, 세면과 샤워, 화장실 공간 등을 구성했다. 게임동은 프로그램의 주된 서사가 이뤄지는 곳이므로 위압감을 강조했다. 그 자체로 저항계급이 되는 감옥동은 실제 앙상한 침대와 채도가 낮은 소품 등을 이용해 황량한 느낌을 살렸다. 비밀의 데스룸은 정말 깜깜한 곳으로, 게임의 막다른 곳에 몰린 출연자의 긴장감을 극대화하도록 설계됐다.

전편을 통해 ‘오늘의 대한민국 TOP 10 시리즈’ 1위와 23개국 TOP 10 리스트 진입, 글로벌 TOP 10 TV쇼 부문 3위를 달성했던 ‘데블스 플랜’은 기존의 장점은 강화하면서, 단점을 보완했다. 플레이어를 14명으로 늘려서 기존 12부작 안에서 탈락자가 드물게 나와 긴장감이 저하되는 상황을 막았고, 그만큼 감옥동에 가는 인원도 늘어 감옥동의 출연자들도 하나의 세력이 되도록 했다.
여기에 화장실 등 시설이 기존에는 간이식이었지만 세트에 상하수도 시설을 완비해 실제 숙소에 와있는 듯한 편의를 줬고, 늘 상주하는 의료진 외에도 극심한 경쟁에 내몰릴 출연자들의 심리도 돌봐줄 수 있는 인원을 보강했다.

참가자 역시 아나운서, 배우, 가수 등 연예인뿐 아니라 바둑기사, 모델, 인플루언서, 유튜버 등과 각종 면접과 테스트를 통해 뽑힌 비연예인 참가자가 4명으로 이전 시즌보다 2명이 늘었다. 정PD는 “프로그램 특성상 ‘과락’이 돼서는 안 된다고 생각했고, 게임 능력도 능력이지만 순종적이거나 저돌적인 성향 등 성향에 따른 배분도 신경을 썼다”고 말하기도 했다.

정종연PD는 “시즌 1과 똑같은 이야기가 반복되지 않았으면 하는 바람이 있다. 지난 이야기는 지난 이야기대로 매력이 있지만, 반복은 안 된다고 생각했고 다르게 만들기 위한 고민을 많이 했다”며 “시즌 1과 분위기도 다르고 당연히 출연자를 선정하는 부분부터 규칙의 세밀한 부분까지 무조건 다른 방향이 될 수 있게 준비했고, 실제로 그렇게 나왔다”고 말했다.
그는 “게임을 잘하고 싶은 야망이 있는 사람이 이 야망을 위해 어디까지 할 수 있거나, 어디까지 양보할 수 있는지 보여주고 싶었다. 사람의 욕심 그 그릇의 차이를 보실 수 있는 시즌이 될 것 같다. 저로서는 넷플릭스에서 예쁘게 봐주셔서 계속 다음 시즌이 나올 수 있게 되는 것이 소박한 꿈”이라고 덧붙였다.

넷플릭스 ‘데블스 플랜 2’는 다음 달 6일부터 3주에 걸쳐 총 12회가 방송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