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코치로 벌써 10년 가까운 경력을 쌓았지만, 사령탑의 무게는 예상보다 더 무겁다. 지난 3일 감독 대행 직을 맡은 두산 조성환 감독 대행 이야기다.
조 대행은 15일 잠실 키움전을 앞두고 감독 대행으로 느끼는 고충을 털어놨다. 조 대행은 전날 키움전 승리로 취임 후 3승째를 올렸다. 10경기에서 3번을 이기고 7번을 졌다. 단순 승패의 문제만은 아니다. 승부처 선택의 순간이 여전히 고민스럽다.
조 대행은 “투수 교체가 너무 어렵다. 다른 팀 감독님들 말씀하시는 것처럼 저도 불펜 투수 1명에게 1이닝을 온전히 맡기고 싶은데 변수가 워낙 많이 생긴다. 어제도 선발 최승용이 6회까지 던졌다. 7회는 박치국, 8회는 최지강, 9회는 김택연 이렇게 아주 좋은 플랜이 있었는데 생각대로 되지 않은 일이 너무 많다”고 말했다.
전날 두산은 4-0으로 맞이한 7회에만 투수 3명을 썼다. 박치국을 2사 1루에서 고효준으로 바꿨고, 고효준이 안타와 볼넷을 연달아 허용하면서 다시 최지강을 올렸다. 불펜 3명을 쓰면서 1실점을 막았고, 4-1 승리까지 거뒀지만 불펜 소모가 아쉬웠다. 휴식을 주려고 했던 이영하를 8회 올려야 했다.
조 대행은 “박치국 선수가 공이 워낙 최근에 좋아서 좌타자들도 다 맡기려고 했는데, 중간에 볼넷이 하나 끼면서 그렇게 하지 못했다. 고효준은 좌타 송성문 1명만 딱 상대하게 하려고 했는데 안타를 맞았다. 후속으로 좌타 이주형이 나왔는데 거기서 바로 최지강을 붙여야 하나 또 고민했다. 그런 판단들이 어렵더라”고 말했다. 조 대행은 그러면서 “점수 차가 좀 더 타이트했다면 바로 최지강을 붙이지 않았을까 싶다. 한편으로 경기 끝나고 생각해보니 점수 차나 상대 타자보다 우리 입장에서 더 강하고, 본인 공을 던질 준비가 된 선수를 써야 하는 것이 아닌가 그런 반성도 했다”고 덧붙였다.
힘든 시기를 보내고 있지만 두산은 조금씩 전력 재정비 중이다. 이날 선발로 나서는 곽빈의 투구 수 제한이 풀렸다. 좌완 필승조 이병헌도 2개월 만에 1군 복귀했다. 그러나 팀이 아무리 강해도 사령탑은 고민할 수밖에 없는 자리다.
조 대행은 “대행되고 나서 3번 이기는 동안 3㎏가 빠졌다. 1승에 1㎏씩인 것 같다”고 쓴웃음을 지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