尹 정국인식 해부
15화 : 알고리즘 통제권
최근 한 달 사이 소셜미디어 X(엑스·옛 트위터)에는 좌우 진영을 가릴 것 없이 유튜브 알고리즘에 대한 불만의 글이 적잖이 올라왔다.
‘채널 추천 안 함’ ‘관심 없음’을 눌러도 극우 유튜브가 추천에 뜬다.
우파 유튜버 라이브는 검색해도 뜨지 않는다. 좌파 유튜브는 ‘채널 추천 안 함’을 눌러도 다시 뜬다.

알고리즘에 포획된 정국의 단면이다. 유튜브 측은 알고리즘 운영과 추천 원리에 대해 상세히 밝힌 바 없다. 각 진영은 서로에게 불리하게 운영되고 있다며 불만을 토로한다.
‘알고리즘 포로에서 탈출해야겠다’는 노력보다 자신의 선택적 노출을 방해하는 콘텐트가 눈앞에 펼쳐지는 게 성가시고 짜증날 뿐이다. 유튜브는 답이 없다.

구글(유튜브)·메타(페이스북) 등 정보기술(IT) 기업들은 수익을 위해 사람들을 최대한 오랫동안 자사 플랫폼에 잡아둬야 한다. 공포와 분노는 사람들의 참여를 단번에 이끄는 재료다. ‘분노 섞인 불만’을 나타내는 페이스북 게시물이 다른 유형의 콘텐트에 비해 ‘좋아요’를 두 배 가까이 받았다(퓨 리서치 센터, 2017년)는 등 이미 유수의 연구가 증명한다. 사람의 관심을 끌고, 그 관심을 유지하기 위해 더 자극적인 콘텐트가 추천 알고리즘을 타는 이유다.

큰 장(場)이라도 선 듯 분노·증오를 파는 콘텐트는 유튜브와 같은 미디어 플랫폼을 잠식했다. 그러는 사이 유권자들의 ‘감정 정치’는 폭발했다. 정치적 선택 시 이성과 논리보다 개인적인 호오(好惡)·분노·증오 등 감정이 중요한 변인이 되는 것이다.
감정 정치 과잉으로 인한 민주주의 퇴보를 우려해야 하는 이때, 알고리즘 정화(cleansing·클렌징)는 시대 화두로 떠오른다.

적극적으로 움직이는 이들도 있다. 주기적으로 유튜브의 검색 기록을 삭제하는 건 기본이다. 유튜브 설정의 전체 기록 관리-제어 탭에 들어가 ‘유튜브 기록 사용중지’를 실행하고, 아예 콘텐트 추천을 받지 않는다. 웹 브라우저 크롬의 확장프로그램(익스텐션)을 설치해 유튜브 내 추천 기능을 없애기도 한다.

알고리즘 기능을 켜놓은 유튜브는 접속하자마자 과거 자신이 봤던 것과 비슷한 영상이 대거 추천된다. 영상을 보고 나면 자동으로 또 다른 영상이 끊임없이 재생된다. 반면에 알고리즘을 차단하면 아무 영상이 없는 화면에 검색창만 뜬다. 주체적으로 자신이 필요한 동영상 콘텐트만 찾아보면 되는 식이다.
유튜브 추천 기능을 껐다고 전부는 아니다. 개인의 인지적 이해와 노력만으로는 한계가 있다. 보다 적극적으로 알고리즘 통제권을 찾기 위한 방법은 없을까. “기술 발전으로 인한 부작용은 다시 기술로 풀어야 한다”는 움직임이 활발하다.
알고리즘을 ‘넛지’하라
‘팔꿈치로 슬쩍 찌른다’는 의미의 넛지(nudge)는 심리학 용어다. 강요가 아닌 부드러운 개입을 뜻한다. 언뜻 합리적으로 보이지만 실은 비합리적 선택투성이인 인간이 올바른 선택과 행동을 하도록 유도하는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