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중국에서 반미·애국 논객이자 ‘민간기업 저격수’로 명성을 떨쳤던 평론가 쓰마난(司馬南·69)이 탈세 혐의로 약 18억원의 벌금을 물었다.
25일 중국중앙TV(CCTV) 등에 따르면 중국 국가세무총국은 지난 21일 쓰마난이 거액의 세금을 탈루했다며 926만9400위안(약18억원)의 벌금을 부과한다고 밝혔다. 당국에 따르면 쓰마난은 2009~2023년 소득을 낮춰 신고해 462억 4300만 위안(약9억원)의 세금을 탈루했다. 또 자신이 지배력을 행사하는 6개 법인의 매출액도 허위 신고해 중소기업에만 적용되는 75만3200위안을 부당하게 받아챙겼다.
중국 매체들은 앞다퉈 쓰마난의 탈세 소식을 전하며 “논객으로서 생명력은 끝났다”고 평했다. 팔로어가 6000명 넘는 쓰마난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 계정에는 지난해 11월부터 새 게시물이 올라오지 않고 있다.
쓰마난은 신마오주의 이념을 대표하는 논객이다. 본명은 ‘정리’이며 공산당원이라고 알려졌다. 시사평론가로 활동하다 2010년대부터 유명해졌다. 중국에서 불평등에 대한 불만이 커지던 무렵 쓰마난은 미국 정치와 자본주의를 신랄하게 비판했다. “미국에서는 부자일수록 세금을 덜 낸다”고 비판했으며 미국을 “전 세계의 착취자”라고 묘사하기도 했다.
불평등을 비판하며 ‘마오쩌둥 사상’을 다시 강조하는 쓰마난의 주장은 2010년대 초까지만 해도 반발과 논쟁을 불러일으켰다. 2012년 하이난대 강연 중 한 학생이 “마오주의는 자유에 대한 위협”이라고 외치며 쓰마난에게 신발을 던진 일이 단적이다. 하지만 반미, 반자본주의, 애국을 엮은 쓰마난의 주장은 시진핑 정권 출범 이후 더욱 인기를 끌며 영향력을 확대했다.
쓰마난의 영향력은 2021년 더우인에 23차례 ‘레노버의 6가지 죄’를 묻는 영상을 올리면서 절정에 달했다. 세계 최대 PC제조업체인 레노버는 원래 중국과학원 부설기관으로 출발한 국유기업이었으나 구조조정을 거치며 민간기업이 됐다. 쓰마난은 레노버가 민간기업이 되는 과정에서 국유재산을 헐값 매각했다고 비판했다. 레노버 임원 절반이 외국인이라 보안 유출 우려가 있으며, 이들이 지나친 고액 연봉을 받고, 연구개발(R&D)과 혁신에도 소홀했다고 비판했다. 류촨즈 레노버 회장은 사실이 아니라고 했지만 온라인은 레노버에 대한 비난으로 들끓었다. 중국 당국은 별달리 제재하지 않았다.
마윈이 중국의 금융시스템을 비판한 이후 알리바아 상장이 취소되는 등 중국 당국이 민간 기업을 겨냥에 칼을 빼들던 시기였다. 쓰마난도 알리바바를 겨냥해 “자본은 야만적이며, 시장 감독에 실패했다”라고 언급했다. 쓰마난의 주장은 ‘공동부유’와 ‘국진민퇴’(국영기업이 이끌고 민영기업은 물러난다)를 내세우던 중국 지도부와 방향성이 맞았다.
쓰마난의 민간기업 비판은 ‘사이버 트래픽’을 이용한 돈벌이 수단에 지나지 않는다는 비판도 있다. 차이신은 이번에 탈세 혐의가 적발된 쓰마난의 기업 내부 관계자를 인용해 “쓰마난은 온라인 화제를 만든 브랜드 협력 등으로 돈을 벌었다”고 전했다. 쓰마난은 2022년 미국 캘리포니아주에 부동산을 샀다는 사실이 밝혀져 “반미는 직업이고 친미는 생활”이라는 비판을 받기도 했다.
쓰마난의 몰락을 두고 중국 지도부의 의중이 반영됐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중국 지도부가 경제침체 극복과 투자유치를 위해 민간기업에 힘을 실어주기로 방향을 바꾼 상황에서 민간기업에 공격을 일삼는 쓰마난이 부담스러웠을 것이라는 관측이다.
홍콩 매체 단전매에 따르면 중국 관변논객 후시진은 위챗에 “쓰마난의 벌금은 사마난의 사기업에 대한 급진적 발언과 관련이 있다”고 설명하는 게시물을 올렸다 삭제했다. 후시진은 지난해 7월 중국공산당 20기 중앙위원회 3차전체회의(3중전회) 결과를 해설하면서 중국 당국이 사회주의 가치의 핵심인 ‘공유제’를 포기한다는 인상을 주는 언급을 했다가 3개월 간 SNS가 정지된 바 있다.
싱가포르 연합조보와 홍콩 성도일보도 탈세 사건이 없었더라도 쓰마난은 중국 당국 입장에서 부담스러웠을 것이라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