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정조사 청문회..."불출대장 삭제도 지시"
[서울=뉴스핌] 이영태 선임기자 = 지난해 12월 3일 윤석열 대통령이 비상계엄을 선포하기 전날 김성훈 대통령경호처 차장의 지시로 민간인 신분인 노상원 전 국군정보사령관에게 비화폰이 지급됐다는 의혹이 4일 제기됐다.
국회 '윤석열 정부의 비상계엄 선포를 통한 내란 혐의 진상규명 국정조사 특별위원회(국조특위)' 위원인 더불어민주당 윤건영 의원은 이날 국정조사 2차 청문회에서 김대경 대통령경호처 지원본부장에게 김 차장의 요청으로 노 전 사령관에게 비화폰을 지급한 사실이 있는지 추궁했다.
대통령경호처 지원본부는 대통령실 비화폰 관리를 담당하며, 김 본부장은 비화폰 관련 업무를 총괄하는 책임자다. 비화폰은 일반 휴대전화와 달리 국정운영을 위해 제한적으로 지급, 사용되는 보안 장비다. 수신·발신 내역은 남지만 통화 녹음이 불가능하고, 통신 과정에서 발생하는 데이터가 암호화돼 도청과 감청을 막아주는 기능을 갖고 있다.
윤 의원은 "이번 내란 사태에서 비화폰은 핵심 통신수단으로 악용됐다. 민간인에게도 지급되고, 일종의 '비화폰 공화국'을 만들었다"며 "여러 루트로 확인한 결과, 경호처에서 노 전 사령관에게 직접 비화폰을 제공했다"고 말했다.
윤 의원은 김 본부장에게 여러 차례 사실관계를 물었지만 김 본부장은 작은 목소리로 "죄송하다"며 말끝을 흐리거나, '정확히 기억이 안 난다'는 취지로 발언하며 답변을 회피했다.
이에 윤 의원은 "전화번호 끝 번호 9481, 기억나나"라며 "노 전 사령관이 쓴 걸로 확인된 비화폰 번호다. 계엄 하루 전, 12월 2일 민간인인 노 전 사령관에게 비화폰을 주라고 한 사람이 있다. 증인은 누구인지 알고 있지 않나"라고 답변을 촉구했다.
김 본부장이 계속해서 즉답하지 않자 윤 의원은 "김 차장의 김○○ 비서관이 와서 비화폰을 가져갔지 않았나. 김 본부장은 비화폰 업무를 총괄하는 사람인데, 모를 리 없다"며 구체적으로 질문을 이어갔다.
그러면서 "민간인 노상원에게 비화폰을 준 게 사리에 맞나"라며 "전화번호 전부를 다 공개할까요"라고 목소리를 높였고, 김 본부장은 난처한 표정을 지었다.
윤 의원은 "김성훈 차장이 내란의 비선 설계자인 노상원에게 비화폰을 바쳤다는 것은 김성훈 차장이 사전에 비상계엄을 알고 함께 공모했다라는 사실을 보여주는 아주 중요한 증거"라고 주장했다.
그는 곽종근 전 특수전사령관 외에 이진우 전 수도방위사령관과 여인형 전 방첩사령관에게도 비화폰을 지급했다는 의혹을 제기했다. 그는 자료화면으로 비화폰 불출대장을 제시하며 "'테스트 특'은 특수전사령관한테 비화폰을 줬다는 것이고 '테스트 수'는 수방사령관한테 줬다는 것이다. '테스트 예'가 바로 노상원 씨한테 간 비화폰이다. 예비역이라고 해서 예자를 썼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12월13일 김성훈 경호처장이 본부장한테 지시를 한다. 자신이 내란의 관련인인 것을 두려워서 관련 기록을 삭제할 것을 요구한다. 그 요구 받은 적 있나"라며 "본부장님과 실무자들이 버텨서 기록을 삭제하지 않았다고 들었다. 용감한 행동"이라고 치켜세우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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