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습적 '3중 규제'에 이사 계획하던 1주택자·은퇴자 "집 팔리겠나" 한숨

2025-10-16

강력 대출 억제, 토허제 확대 방침에 서민들 자금계획 골머리

전문가들 "단기 효과 있겠으나…공급 없는 수요 억제, 부작용 클 것"

[서울=뉴스핌] 송현도 기자 = 정부가 과열된 주택 시장을 안정시키겠다며 내놓은 '10·15 부동산 대책'을 두고, 급변한 강력 대출 규제와 토지거래허가구역(이하 토허제) 등 규제 지역 설정으로 서민들의 부동산을 통한 자금 조달 계획에 빨간불이 켜졌다. 처분을 준비하던 집주인들도 이사계획이 무산될지 우려하고 있다.

서울 전역과 경기권 일부를 조정대상지역과 토허제로 묶고, 주택 가격에 따라 대출 한도를 대폭 축소하는 초강력 처방에 시장은 일단 숨을 죽인 모양새다. 다만 내 집 마련과 이사를 준비하던 실수요자들이 직격탄을 맞으면서 현장에서는 혼란이 가중되고 있다.

◆ 강력 대출 억제, 토허제 확대 방침에 서민들 자금계획 골머리

17일 부동산 업계 등에 따르면 결혼 4년 차 맞벌이 A씨 부부는 최근 몇 년간의 노력이 물거품이 됐다. 연 소득 1억1000만원인 부부는 모은 돈과 대출을 합쳐 서울의 14억 원짜리 아파트 계약을 눈앞에 두고 있었다. 하지만 10·15 대책 발표 하루 만에 자금 계획은 무위로 돌아갔다.

매수 지역이 투기과열지구로 지정되면서 주택담보대출비율(LTV)이 기존 최대 70%에서 40%로 급감했고, 무엇보다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산정 시 적용되는 스트레스 금리가 1.5%에서 3.0%로 두 배 뛰면서 대출 가능액이 급감한 것이다.

실제로 연 소득 1억원인 차주의 대출 한도는 최대 8600만원까지 줄어들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A씨 부부 역시 당초 계획보다 8000만원가량 부족한 자금을 단기간에 마련할 길이 없다. 정부가 생애최초 주택구매자를 위해 일부 LTV 완화 조치를 유지했지만, 강화된 DSR 규제가 대출 총액을 묶어버려 사실상 '그림의 떡'이 된 것이다.

1주택자도 상황은 마찬가지다. 50대 후반 B씨의 전 재산은 서초구의 30억 원짜리 아파트 한 채다. 그는 이 집을 팔아 작은 집으로 옮기고, 남은 돈으로 노후를 보내려 했다.

하지만 이번 대책으로 25억원 초과 주택의 주택담보대출 한도가 기존 6억원에서 2억원으로 쪼그라들면서, 대출을 끼고 집을 살 수 있는 매수자가 사실상 증발할 것으로 보인다. 오직 수십억 원의 현금을 동원할 수 있는 '현금 부자' 외에는 매수가 어려운 것이다. 집이 팔리지 않는 동안에도 B씨의 부담은 눈덩이처럼 불어난다. 매년 수천만 원에 달할 것으로 예상되는 보유세(재산세·종합부동산세)는 소득이 없는 은퇴자에게 큰 압박이다.

'갈아타기'를 계획하던 1주택자 C씨 역시 마찬가지다. 그는 기존에 살던 성동구 16억 원짜리 집을 6개월 내에 파는 조건으로 대출을 받아 20억 원짜리 새집으로 이사 계약을 마쳤다. 하지만 대책 발표 이후 토지거래허가구역(토허제) 규제에 따라 구매자가 줄어들 것으로 점쳐진다.

만약 C씨가 약속된 6개월 안에 기존 집을 처분하지 못하면, 대출 약정 위반으로 대출금이 즉시 회수되고 향후 3년간 주택 관련 대출이 제한되는 등 파산 위기에 처할 수 있다. C씨는 기존 제도에 따라 이사를 계획했지만, 정부가 갑작스럽게 규제를 강화하면서 한순간에 벼랑 끝으로 내몰린 셈이다.

◆ 전문가 "단기 효과는 있겠지만…공급 없는 수요억제, 부작용 남길 것"

이같이 정부가 과열된 시장을 진정시키려 한 정책 의도와는 다르게, 예고 없이 투하된 고강도 '쇼크 요법'은 투기 세력과 실수요자를 가리지 않는 무차별적 충격을 줬다는 비판을 피하기 어렵다.

전문가들은 이번 대책이 '거래 단절'을 심화시켜 현금 부자에게만 유리한 시장을 만들고, 갭투자 위축으로 전세 공급이 줄어 '월세 가속화' 등 임대차 시장 불안을 야기할 수 있다고 경고한다. 윤수민 NH농협은행 부동산 전문위원은 "내 집 마련을 하려던 사람들이 포기하고 임대 수요로 그대로 남아있게 될 것"이라며 "반면 갭투자가 막히면서 신규로 나올 수 있는 전세 매물이 절반 정도로 줄었다. 수요는 그대로인데 공급이 줄다 보니 가격이 상승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무엇보다 시장의 근본 문제인 '공급 부족'을 외면한 채 수요 억제에만 치중했다는 한계가 뚜렷하다. 단기적인 시장 냉각 효과는 있을지 모르나, 그 대가로 시장의 효율성과 정책 신뢰, 그리고 수많은 시민의 주거 안정을 희생시켰다는 비판에서 자유롭기 어려워 보인다.

이은형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규제를 통해 거래를 억제해서 인위적으로 시장을 억누른다면 단기적인 효과는 볼 수 있다"면서도 "다만 그때는 완화 시점에 대한 근본적인 질문이 따라붙는다"고 지적했다.

dosong@newspi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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