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997년 6월 1집 ‘West Side’를 발매하며 ‘가위’, ‘사랑해 누나’로 혜성처럼 등장해 전 국민의 사랑을 독차지했던 가수 유승준. 그는 이후 ‘나나나’, ‘열정’, ‘비전’, ‘찾길 바래’, ‘성원’ 등을 히트시키며 2001년까지 명실상부 대한민국을 이끈 톱스타였다.
잘생긴 외모뿐 아니라 뛰어난 가창력에 화려한 춤실력과 무대 매너, 예능감까지 갖춰 청소년의 우상으로 자리매김했으며 ‘아름다운 청년’, ‘스타가 되기 위해서 태어난 남자’ 등의 수식어를 얻으며 당대를 풍미했다.
그는 국내 활동 기간 5년 동안 지상파 1위만 45관왕을 달성하고 케이블 성적까지 합산하면 무려 55개 이상의 트로피를 거머쥘 정도로 엄청난 인기를 구가했다. 부산광역시 BEXCO에서 열린 2002 한일 월드컵 조 추첨식에서 공연을 할 정도로 한국을 대표하는 최고의 가수로 손꼽히며 그 흔한 안티도 거의 없던, 긍정적인 이미지의 엔터테이너였다.
그렇게 탄탄대로를 걸으며 왕성한 활동을 하던 2002년 1월, 병역기피 사건이 터지면서 그의 이미지는 한순간에 나락으로 곤두박질쳤다. 그는 신체검사 후 입대 대기 중인 상황에서 해외 공연 후 한국으로 돌아오겠다며 ‘귀국보증제도’를 이용해 출국하고는 돌연 미국 시민권을 취득했다. 그동안 “군대는 반드시 갈 것”이라고 공공연히 선언했던 그의 이 같은 만행에 사람들은 실망과 분노를 감추지 못했다. 이에 정부에서는 그가 저지른 사건이 출입국 관리법 제11조 1항 3호 대한민국의 이익이나 공공의 안전을 해하는 염려가 있다는 내용에 근거해 입국금지 처분을 내렸다.

유승준의 행태는 매년 3~4천명의 병역 기피자가 발생하며 문제시되던 당시 상황에서, 교묘한 수법으로 병역을 기피한 케이스로 전 국민의 공분을 샀다. 이때부터 사람들은 그를 한국인 유승준이 아닌 미국인 ‘스티브 유’로 불렀다.
그의 미국 시민권 취득은 비단 연예계뿐 아니라 대한민국 사회 전반에 큰 파장을 불러일으킬 정도로 엄청난 사건이었다. 이는 훗날 대한민국의 병역법 개정에 영향을 미치기까지 했다.
병역기피 사건 이후 그가 불렀던 곡들은 물론이고 방송 출연 자료, 심지어 이름 석자 조차 뉴스, 신문 사회면이 아닌 이상 일절 언급되지 않았다. 그의 노래는 방송에서 금지곡 수준으로 배척되었으며 현재까지도 지상파 방송에서 그의 노래나 방송 출연 자료화면 등은 뉴스가 아닌 이상 전혀 나오지 않고 있다.
그는 2003년 예비 장인의 조문을 이유로 3일간 일시적 입국을 한 것을 제외하면 이후 단 한 번도 한국에 발을 들이지 못했다. 그리고 23년이 지난 현재까지 자신의 명예 회복을 위해 여론전과 법적 대응 등 모든 수단을 동원하고 있다. 그는 2015년 LA 총영사관에 재외 동포 체류 자격으로 비자 발급을 신청했으나 거부당했으며 이를 취소해달라는 소송을 제기해 최종 승소했다. 하지만 LA 총영사관은 비자 발급을 또다시 거부했고 유승준은 2차 소송을 제기해 2024년 11월 대법원에서 최종 승소했다. 이어 세 번째 비자 발급 신청에 나섰으나, 다시 거부돼 현재 소송 중이다. 하지만 입국이 허용될 가능성은 현저히 낮은 것으로 보인다.

한순간의 잘못된 선택으로 한국에서 쫓겨난 이후 병역 기피의 대명사로 불리며 연예계는 물론, 한국 사회에서도 흑역사로 전락한 유승준. 최근 그가 유튜브를 통해 복귀를 알려 화제가 됐다. 그리고 지난 17일 자신의 유튜브 채널 ‘유승준’을 통해 근황을 알린 가운데, 또다시 논란의 중심에 섰다.
그가 게재한 ‘유승준 컴백? BREAKING NEWS! Yoo Seung Jun aka YSJ has returned?’라는 제목의 영상에서 그는 아내와 두 아들, 쌍둥이 딸과의 일상을 공유하며 심경을 전했다. 해당 영상은 업로드 8일 만에 조회수 20만회를 기록했으며 구독자 수는 8만명을 넘고 있다.
영상을 통해 유승준의 외모를 쏙 빼닮은 아이돌급 외모의 아들들 모습과 쌍둥이 딸의 모습은 단숨에 눈길을 끌며 화제가 됐다. 이에 아들이 훈남이라며 긍정의 반응을 보이는 이들도 있었지만 다수의 네티즌들은 눈살을 찌푸리며 유승준의 등장 자체에 거부감을 드러냈다.

특히 영상을 통해 유승준이 내뱉은 말들이 화근을 불렀다. 유승준은 “앞으로 유튜브를 통해 제 삶의 작은 부분들을 여러분과 함께 나누고 또다시 소통하려고 한다. 많은 사랑과 성원 부탁드린다”라고 운을 뗐다. 그는 이어 “너가 나를 모르는데 난들 너를 알겠느냐. 네가 뭔데 판단을 하냐고? 너희들은 지금껏 한 약속 다 지키고 사냐”라며 그동안 이어져온 논란에 대한 생각을 전했다. 그는 “아무것도 없이 시작해서 여기까지 왔다. 돌아보면 뭐 그렇게 손해 본 게 있을까 싶다. 지금까지 버텨온 것만 해도 기적이다. 그냥 이렇게 끝내기에는 아직 못다 한 꿈과 열정이 식지 않아서 포기가 안 된다. 인생은 너무 짧으니까”라고 덧붙이며 앞으로의 활동과 소통 의지를 밝혔다.
그의 거침없는 발언에 누리꾼들은 “꼴도 보기 싫다”, “도망갔으면서 약속 타령이다”, “나라 상대로 사기 쳤으면서 무슨 복귀냐”, “국민을 기만해놓고 반성은커녕 뻔뻔하다” 등의 날 선 비판을 보이는 한편 “응원하는 사람도 있다는 사실을 알아주셨으면 좋겠다”, “신규 앨범 나오길” 등 응원의 글을 전하는 이도 있었다.
“포기가 안 된다”라며 유튜브를 통해 복귀를 시도한 유승준. 그러나 그가 병역을 기피했다는 것과 법적으로 입국이 금지됐다는 사실은 바뀌지 않는다. 우리 사회에서 병역은 워낙 민감한 사안이기에 현재 그에게 쏟아지고 있는 비난은 어쩌면 당연한 결과인지도 모른다. 앞으로 그가 어떤 모습으로 대중 앞에 나설지 귀추가 주목된다.
김수진 기자 sjkim@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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