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일마다 햇볕데임 피해 양상 다른데…“재해보험 개정 필요”

2024-10-16

“햇볕데임(일소) 피해가 몇주에 걸쳐 꾸준히 발생해 손해가 막심한데, 농작물재해보험금을 단 한푼도 못 받는 상황이 말이 됩니까?”

8월부터 9월 중순까지 이어진 폭염으로 햇볕데임 피해가 전국적으로 발생한 가운데 과수농가를 중심으로 농작물재해보험이 제 역할을 하지 못하고 있다는 비판이 나온다. 현행 조사 방식으로는 제대로 된 피해규모를 파악하기 어려운 만큼 품목에 따른 특성을 반영해 제도를 개선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충북 괴산군 연풍면의 사과농가들은 올해 추석 대목을 노리고 본격 출하한 ‘홍로’에 햇볕데임 피해가 광범위하게 발생해 큰 손해를 봤다. 농가들은 농작물재해보험으로 보상을 받아 내년 농사를 준비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지만, 현실과 맞지 않는 피해 조사 방식 때문에 기대는 실망으로 변했다.

현행 농작물재해보험은 사과, 배, 단감, 떫은 감에 대해 햇볕데임 피해를 보장한다. 약관에 따르면 열매솎기 후 피해의 경우 특정 일자를 기준으로 피해 본 과실수가 가지에 달려 있는 전체 열매의 6%를 초과하면 인정된다. 그런데 이 기준이 폭염 양상이나 품목 특성을 반영하지 않아 피해를 구제하기 어렵다는 게 농가들의 주장이다.

8264㎡(2500평) 규모로 ‘홍로’를 재배하는 권오영씨(62)는 “8월말 손해사정사가 조사를 나와 그 시점에 상처가 나거나 썩어가는 사과 개수를 세서 피해규모를 산정했다”며 “하지만 폭염 여파로 조사 이후에도 피해가 지속돼 누렇게 변하거나 상품성을 상실한 사과가 더 많아졌는데, 재해보험에서는 이를 하나도 인정하지 않고 처음 조사한 결과만 고수하고 있다”고 하소연했다.

태풍·우박 등 일회성인 다른 자연재해와는 달리 햇볕데임 피해는 한번 발생하면 수확을 마칠 때까지 열매 상품성에 지속적으로 영향을 미친다. 그런데 재해보험 약관에는 조사 한번으로 피해규모를 확정토록 돼 있어 추가적인 피해를 보상하지 못하는 문제가 있다는 것이다.

배농가들도 피해 조사 방식에 문제를 제기한다. 봉지를 씌워 키우는 재배특성상 배는 수확 후 선별 작업 때 봉지를 벗기는 과정에서야 햇볕데임 피해를 정확하게 확인할 수 있다. 그런데 현행에서는 현장만을 중심으로조사하기 때문에 제대로 확인하기 어려운 구조다.

경남 하동배영농조합법인 관계자는 “농작물재해보험에 가입하고도 피해를 인정받기 어렵다”면서 “수확 후 선별 과정 때 조사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대봉감농가들은 햇볕데임 피해에 낙과 수량을 합산해줄 것을 요구하고 있다. 사과나 배 등 다른 과수와 달리 대봉감은 햇볕데임 피해를 보면 2∼3일 내 낙과해 썩어버리는 특성이 있다. 그런데 현 조사 방식으로는 가지에 달린 열매 중 색깔이 변한 과실만을 피해 수량으로 인정하고 있다. 이같은 특성으로 대봉감은 햇볕데임 피해율이 약관이 정한 6%를 넘기기가 어려워 사실상 보상을 받지 못할 우려가 크기에 낙과 수량을 피해량에 합산해달라는 것이다.

산지 관계자들은 갈수록 폭염이 심각해지는 만큼 하루라도 빨리 관련 약관을 개정해 과수농가들을 보호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현재 재해보험이 사실상 폭염 피해에 대한 안전망 역할을 할 수 없다는 것이다.

이경애 괴산 군자농협 상무는 “이번 폭염으로 지역 104농가, 90.45㏊의 사과밭에 대해 햇볕데임 피해 보험 사고가 접수됐지만 보험금 지급이 단 한건도 이뤄지지 않았다”면서 “약관에 문제가 있다고 볼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이상기후가 심해져 햇볕데임 피해가 언제든 일어날 수 있는 만큼 약관 개정을 서둘러야 한다”고 전했다.

대봉감 주산지인 전남 영암의 금정농협 관계자도 “지난해부터 폭염으로 햇볕데임 피해가 늘고 있어 농가들의 걱정이 크다”면서 “안정적으로 농사를 지속할 수 있도록 재해보험 약관에 대봉감 재배특성을 반영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괴산=황송민 기자, 전국종합 hsm777@nongmi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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