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첫째 둘째 셋째도 기술"…이재용, 20년 된 공부모임 재정비

2025-02-24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의 20년 된 공부모임인 ‘미래기술연구회’가 3년 만에 재정비해 최근 새롭게 출발했다. 국내 유명 석학과 최고경영진이 머리를 맞대고 삼성의 미래를 이끌 혁신 기술을 연구할 예정이다. “첫째도 둘째도 셋째도 기술”이라 외치던 이 회장이 위기를 타개하기 위해 기술력 강화에 초점을 맞추는 모습이다.

25일 재계에 따르면 지난 21일 오후 서울 서초구 삼성전자 사옥에서 새롭게 진용을 꾸린 미래기술연구회의 첫 회의가 열렸다. 2시간가량 진행된 회의엔 이 회장도 직접 참석했다. 신임 회장을 맡은 남기태 서울대 재료공학부 교수가 이날 주제 발표를 했고, 전영현 반도체(DS) 부문장(부회장)과 송재혁 DS부문 최고기술책임자(CTO·사장), 전경훈 디바이스경험(DX) 부문 CTO 겸 삼성리서치 연구소장(사장), 고한승 미래사업기획단장(사장) 등 삼성전자의 최고위 기술 임원들과 석학 등 10여 명이 참석했다. 한 재계 관계자는 “신임 회장과 인사하고 소통하는 자리로 안다”라며 “현재 삼성전자의 위기를 기술적 관점에서 짚어 보고, 융합 기술의 중요성에 대해 생각을 나눴다”라고 말했다.

20년 된 이재용 회장의 공부 모임

미래기술연구회는 2004년 이재용 회장의 상무 시절 조용히 꾸린 조직이다. 좋은 경영자가 되기 위해서는 많은 공부가 필요하다는 이건희 선대회장의 뜻이 반영됐다. 정기적으로 모여 주제 발표를 하고 혁신 기술에 대해 토론했다고 한다. 지난해까지 회장을 맡았던 김윤영 서울대 명예교수는 기계 메커니즘의 자율전산설계 기술을 세계 최초로 개발한 석학이다. 그 외에도 바이오와 뇌공학의 융합을 주도한 이광형 한국과학기술원(KAIST) 총장, 미생물 대사공학 권위자 이성엽 KAIST 교수, 반도체 소자·공정 분야 전문가 황현상 포항공대 교수 등이 연구회에 참여해 왔다. 정보통신기술(ICT), 재료·소자, 바이오, 기계, 에너지·환경 등 분야별로 운영위원을 선정해 다양한 분야에서 떠오르는 기술 현안을 논의했다.

이달부터 3년간 연구회를 이끌 남 교수는 신소재 전문가로 세계 최초로 신개념 탄소중립 연료 생산을 성공시켰다. 한국과학기술한림원의 ‘미래의 노벨과학상 후보’에 꼽힌 남 교수는 금 나노 입자에 거울상 대칭(카이랄) 구조를 구현한 연구로 2018년 네이처지 표지를 장식했다.

유럽 최대 반도체연구소 아이멕과도 만났다

이 회장과 최고위 기술 경영자들이 미래기술 연구에 주목한 데는 당장의 사업 현안 외에도 10년 후 먹거리를 찾아야 한다는 절박함에서 비롯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가전·모바일·반도체 등 기존 삼성전자의 대표 사업 영역들에서 후발 주자들과 경쟁이 갈수록 치열해지고 있고, 미국 트럼프 행정부 출범으로 국내외 불확실성도 커지고 있다. 기존에 잘하던 것만으론 미래의 성장을 담보하기 어려운 환경이다. 이런 가운데 이 회장이 직접 미래기술연구회를 챙기면서 2023년 11월 출범한 미래사업기획단도 올해 본격적으로 신사업 발굴에 속도를 낼 것으로 보인다.

이날 이 회장을 비롯한 전영현 부회장, 송재혁 사장 등 반도체 부문 경영진은 루크 반 덴 호브 아이멕(imec) 회장과도 만난 것으로 확인됐다. 아이멕은 벨기에·프랑스·네덜란드 3국이 설립한 유럽 최대 규모의 종합반도체연구소다. 삼성 반도체가 해외 연구소와 적극적인 기술 협력을 통해 기술적 한계를 돌파하려 할 가능성이 제기된다. 이 회장은 지난 2022년에도 아이멕 본사에서 반 덴 호브 회장과 만난 후 아이멕이 고안한 BSPDN(후면 전력공급 네트워크)를 2나노미터(㎚·10억분의 1m) 공정에 활용키로 결정한 바 있다. 반도체 후면까지 활용해 미세 회로에서 전력 전달 효율을 높이는 기술이다. 삼성전자가 올해 2나노 공정 양산을 계획하고 있는 만큼 아이멕과의 기술협력도 한층 강화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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