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초 서정진 셀트리온 회장을 포함한 국내 주요 제약·바이오 최고경영자(CEO) 10여 명의 등기임원 임기가 만료된다. 상당수가 최대주주, 오너 2~3세인 것을 고려할 때 재선임이 유력하지만, 쇄신을 위한 전문경영인 교체도 배제할 수 없다는 전망이 나온다.
31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셀트리온, 광동제약, 보령, 동국제약, 휴온스, 휴젤 등 주요 제약·바이오 기업의 CEO들은 내년 3월 임기 만료를 앞두고 있다.
가장 이목이 쏠리는 곳은 셀트리온과 셀트리온제약이다. 현재 서정진 회장이 각각 회장과 의장을 맡고 있는데, 임기가 2025년 3월 28일 만료된다. 서 회장은 2021년 경영 은퇴를 선언했다 2년 만인 2023년 전격 복귀했다. 당시 서 회장은 2년 임기의 '한시적' 복귀라고 강조했다.
내년 초가 제시했던 시점인 상황에서 경영활동을 이어갈지 업계가 주목하고 있다. 셀트리온-셀트리온헬스케어 합병 등 굵직한 현안을 해결했다는 점과 평소 자신의 한 말을 지켰던 철학, 장남 서진석 의장이 어느 정도 자리 잡았다는 점을 고려할 때 명예회장으로 복귀해 물밑 지원 가능성도 거론된다. 다만 짐펜트라 확산 등 최일선에서 사업을 진두지휘하는 상황에서 1~2년 정도 역할을 연장할 수도 있다는 게 업계 관측이다.
김영진 한독 회장(3월 24일), 최성원 광동제약 회장(3월 25일), 이상훈 에이비엘바이오 대표(3월 30일) 등 주요 오너들도 내년 초 임기가 만료된다. 여기에 김정균 보령 대표·백조나단인 대원제약 사장(3월 25일) 등 오너 2~3세 경영인도 내년 등기임원 임기 만료를 앞뒀다.
송준호 동국제약 대표, 최용주 삼진제약 대표, 송수영·윤상배 휴온스 공동대표(3월 25일), 오상훈 차바이오텍 대표(3월 29일) 등 전문경영인도 내년 초 임기가 만료된다. 여기에 휴젤 한선호·문형진 대표집행임원의 임기도 내년 8월 9일까지로, 상당수 기업 CEO들이 내년 임기 만료를 앞뒀다.
대부분 최대주주, 오너 2~3세 등 사내이사의 임기만료인 만큼 대부분 재선임이 유력하다. 전문 경영인들 역시 실적 개선, 사업확장 등 뚜렷한 성과를 보이고 있어 교체 요인이 약하다는 평가다.
실제 광동제약은 오너 2세 최성원 대표가 지난해 말 회장으로 승진한 만큼 내년 재선임으로 리더십을 강화할 것으로 보인다. 한독은 김영진 회장이 대표이사에 오른 지 30년 가까이 됐지만 여전히 왕성한 경영활동을 하고 있고, 2세인 김동한 전무가 1984년생으로 젊어 큰 변화가 없을 전망이다.
보령, 대원제약은 오너 2~3세가 경영을 책임지고 있어 재선임이 확실시되며 차바이오텍, 동국제약, 휴온스, 휴젤 등도 올해 사상 최대 실적을 예고해 리더십 변화가 크지 않을 것으로 관측된다.
다만 안정 기조 속에서도 내년에는 미국 대선에 따른 전략 변화, 오픈이노베이션 등 대내외 변수에 기민하게 대응하기 위해 일부 경영진 교체를 단행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게 업계 분석이다.
제약 업계 관계자는 “올해 들어 의정갈등 여파로 내수가 위축되고 해외진출, 오픈이노베이션 등 요구가 커지면서 경영진들은 내실을 다지면서 외형을 확장해야 하는 부담을 갖고 있다”며 “임기가 만료되는 CEO 대부분이 최대주주거나 오너 2~3세인 만큼 재선임이 유력하지만 전문경영인을 중심으로 쇄신 일환으로 리더십 교체가 부분적으로 일어날 수도 있다”고 전망했다.
정용철 기자 jungyc@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