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방의회 의원들의 외유성 출장에 대한 논란이 끊이지 않는다. 해외 연수란 명목의 출장 일정표가 관광지로만 채워진 사례도 있다. 연수 보고서도 날림이어서 포털사이트 내용을 베낀 부실 보고서가 판친다. 세금이 낭비되는 현장이다. 이럴 때 언론은 ‘혈세 낭비’ ‘혈세 투입’이라 한다. ‘세금’이 아니라 ‘혈세’라 한다.
세금이 괜한 곳에 쓰였다고 생각되면 대부분 ‘혈세’다. 세금으로 구입한 물품 관리가 안 될 때도, 사업에 예산이 많이 들어갈 때도 ‘혈세’다. 세금을 지나치게 쓴다 싶으면 거의 ‘혈세’라고 표현한다. 이렇듯 ‘혈세’의 남발을 보게 된다.
“혈세를 가볍게 여긴다” “수천억 원의 혈세를 들였다” “섣부른 정책이 혈세 낭비로 이어진다” 등 강조나 의미 부여는 특별할 때만 해야 적절하다. ‘세금’으로도 사실을 충분히 전달한다. ‘혈세’가 지닌 본래 뜻은 ‘피 같은 세금’. 국어사전들은 ‘귀중한 세금’ ‘국민의 희생과 고통 속에서 거둔 세금’ ‘낭비하면 안 되는 세금’ ‘가혹한 세금’ 같은 의미를 나열한다.
최근 독자가 이메일을 보내왔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때문에 방송 뉴스에 ‘관세’가 자주 나오는데, [관쎄]로 발음한다는 지적이었다. 이것도 강조일까? 국어사전에 보이는 표준발음은 [관세]. 나도 [관쎄]는 아니었다. [관세 전쟁]이 자연스러웠다. 그렇지만 주위 젊은 층에게 물어보니 [관쎄]가 자연스럽다고 한다. ‘혈세’는 국어사전도, 언어 현실도 [혈쎄]다. 비슷한 환경인 ‘개인세’도 [개인쎄]였다.
그래도 방송 뉴스는 좀 더 보수적이면 어땠을까. 다른 독자들은 어떻게 생각하시는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