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GM, 2021년 9월 첫 생산 4년만 20만대 곧 달성
국내 첫 ‘상생형 일자리’…실상은 ‘무노조’ 경영
노동자들, 노조 결성 후 ‘임금·단체협상’등 요구
사측 “설립 당시 합의서 반드시 지켜야” 평행선

광주글로벌모터(GGM)에서 생산하는 경형SUV 캐스퍼의 누적 생산량이 이달 중 20만 대를 넘어설 전망이다. 첫 생산에 들어간지 불과 4년여 만에 이룬 성과다.
GGM은 3일 “현대차의 위탁을 받아 생산하는 캐스퍼(전기차 포함)의 누적 생산 대수가 이번달 중으로 20만대를 돌파할 것”이라고 밝혔다.
현재의 생산속도라면 GGM이 상생협의회를 통해 임금과 노동조건을 결정하는 최종 기준시점인 ‘35만대 생산’도 머지 않았다.
국내 첫 상생형 일자리로 2019년 출범한 GGM은 출범시점부터 무노조 경영을 표방해왔다. 노조를 결성하지 않는 대신 ‘노사상생협의회’라는 협의체를 만들어 노동자 대표와 사측이 임금상승률 등을 정하겠다는 것이다. 상생협의회는 매년 물가상승률만큼 임금상승률을 정하고 있다.
하지만 노동자들은 상생협의회의 결정을 거부하고, 지난해 1월 노동조합을 결성했다. 상생협의회가 아닌 노조와 사측이 직접 만나 협상을 하자는 것이다.
GGM 노동자들의 평균 연봉은 4700여 만원에 불과하다. 초임 연봉은 4000만원대다. 현대자동차 생산직 노동자 임금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하는 수준이다.
하지만 사측은 “누적생산량 35만대 달성 전까지는 상생협의회를 통해 임금 및 노동조건을 결정하기로 한 협정서를 준수해야 한다”며 맞서고 있다.
2021년 9월15일 1호 차가 생산된 캐스퍼는 큰 인기를 끌며 주문량이 크게 늘어났다. 캐스퍼는 2022년 5만대, 2023년 4만5000대, 2024년 5만3000대 등 매년 5만대 안팎으로 생산되고 있다. 올해 8월까지 누적 생산량은 19만8632대다.
지난해 전기차 모델이 첫 출시된 캐스퍼(수출명 인스타)는 유럽과 일본 등 54개 나라로 수출되고 있다. 차량 10대 중 9대(89.9%)가 수출용이다. 국내에서 캐스퍼를 인도받으려면 계약 후 1년 이상 걸린다. 지난 6월까지 밀려있는 주문량만 2만7000대에 달한다. 노동자들이 토요일 특근까지 하며 차량을 생산하고 있지만 역부족이다.
심각한 생산 적체 해소를 위해서는 2교대 도입이 불가피하다. GGM에는 현재 689여명의 노동자가 일하고 있다. 2교대를 도입하려면 350여명의 추가 인력이 필요하다. GGM은 지난해부터 2교대 도입을 추진하고 있다. 하지만 노조와의 갈등으로 2교대 도입마저 무산될 처지다.

노조는 지난 1월부터 최근까지 9차례에 걸쳐 부분 파업을 진행하고 있다. 실무교섭도 진척을 보이지 않고 있다. 광주시 노사민정협의회가 지난 4월 양측에 ‘조정·중재안’을 제시했지만 이 역시 결렬됐다.
캐스퍼 생산을 위탁한 현대차 역시 노사 갈등을 이유로 GGM에 2교대 도입 보류 의견을 전달했다.
사측은 “급증하고 있는 캐스퍼 수요에 맞추려면 2교대 전환이 이뤄져야 하는 상황인데 노조는 상생협약서를 폐기해야만 2교대 전환에 동의하겠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고 말했다.
노조도 2교대의 필요성은 알고 있지만 ‘35만대 원칙’을 깨지 않는 한 수용하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노조는 “사측은 ‘35만대 원칙’ 준수를 내세우며 노동자들이 정당하게 요구하는 임금과 복지 개선사항에 대해 논의하려 하지 않는다”며 “35만대 기준을 폐기하면 2교대 도입 문제를 함께 논의하겠다”고 밝혔다.
전문가들은 GGM노사가 설립 정신을 바탕으로 새로운 상황에 맞는 사회적 합의를 마련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박명준 한국노동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GGM노사관계가 파국으로 간다면 ‘한국에서는 상생의 노사관계 구축이 불가능하다’는 사회적 좌절을 안길 것”이라면서 “상생협약의 큰 틀 안에서 노조를 인정하고 함께 새로운 사회적 계약을 추진해야 한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