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5년 역사의 맥도날드는 미국 프랜차이즈 외식업계의 상징과도 같다. 동시에 저임금 비정규 일자리를 뜻하는 ‘맥잡(McJob)’이란 용어가 탄생할 만큼 낮은 보수를 받는 근로자가 많은 기업이다. 그런 맥도날드가 미국 외식업계의 오랜 팁 문화에 반기를 들었다.
4일(현지시간) 맥도날드는 ‘전미 레스토랑 협회(National Restaurant AssociationㆍNRA)’를 공식 탈퇴했다. 이 협회는 1919년 설립된 미국 최대 규모의 외식업 이익단체다. 최저임금 인상 반대, 팁을 고려한 최저임금 이하 급여 허용 등을 꾸준히 지지해왔다. ‘외식 공룡’ 맥도날드가 탈퇴를 결정한 건 팁 정책을 둘러싼 이견 때문이다.

맥도날드 최고경영자인(CEO)인 크리스 켐프친스키는 지난 2일 미국 방송 CNBC와의 인터뷰에서 팁 문화와 괸련해 “현재 불공정한 경쟁이 벌어지고 있다. 모든 계층 근로자가 연방 최저임금 이상의 급여를 받아야 한다”고 말했다.
미국의 팁 문화는 외식업계에 만연한 저임금과 맞물려 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맥도날드가 최저임금도 안 되는 급여를 주고 나머지는 팁으로 메우게 하는 미국 외식업계에 반발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코로나19 위기를 거치면서 외식업 경기는 얼어붙었지만 인건비를 포함한 각종 비용은 크게 뛰었다. 결국 부족한 인건비를 팁으로 벌충하는 외식업계 관행이 더 심해졌다. 부담은 고스란히 고객과 근로자 몫으로 돌아가고 있다. 팁에 대한 미국인의 피로도는 극에 달한 상태다.
외식 결제 시스템 운영사인 토스트(Toast)의 조사 결과 코로나19 봉쇄가 막 풀리며 외식 비용이 치솟았던 2021년 초 19.9%에 달했던 평균 팁 비중은 지난해 9월 말 19.3%로 하락했다. 모자란 급여를 팁으로 충당하기가 그만큼 어려워지고 있다는 의미다.

이와 맞물린 팁 반대 운동에 맥도날드가 앞장섰다. 맥도날드 본사가 있는 시카고를 포함해 일부 지역에선 팁 임금 제도(팁을 받는 근로자에 대한 최저임금 이하 보수 지급 허용)를 폐지했다.
다만 맥도날드의 팁 금지 주장에 ‘불순한 의도’가 깔려있다는 비판도 있다. 팁을 받으면 직원별 보수 정산 등 관리 비용이 추가로 든다. 또 맥도날드 직원은 서비스 특성상 일반 식당 직원보다 팁을 많이 가져가기 어렵다. 음식을 포장해가는 비중이 높고, 매장에서 먹더라도 대부분 고객이 직접 가져가고 치우는 방식이라서다. 맥도날드 입장에선 팁을 많이 주는 식당과 직원 유치 경쟁에서 불리할 수밖에 없다. 켐프친스키 CEO가 “불공정한 경쟁”을 언급한 배경이다.
이런 논란 속에서도 전미 레스토랑 협회 입장은 강경하다. “수입 극대화, 충분한 인력 고용, 저렴한 음식 가격을 위해서라도 팁은 필요하다”며 “팁을 받는 직원의 시간당 임금은 전국 평균을 기준으로 27달러”라고 반박한다. 팁 덕분에 많은 음식점 직원이 최저임금(미국 연방 기준 시간당 7.25달러)을 훨씬 웃도는 급여를 받고 있다는 주장이다.
여기에 인건비ㆍ식재료비ㆍ물류비 등 치솟는 물가가 부담인 미국 외식업계로선 ‘고객의 온정(팁)’에 점점 더 기댈 수밖에 없다. 맥도날드가 나서도 미국의 오랜 팁 문화를 뿌리 뽑기 어렵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