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달 3일 오전 11시, 서울 성수동 골목은 ‘소금빵 전쟁터’를 방불케 했다. 초저가 팝업스토어 ‘ETF 베이커리’ 오픈을 앞두고 몰려든 인파로 발 디딜 틈이 없었다. “캐치테이블 웨이팅 마감됐습니다”라는 직원 안내가 나오자 손님들 사이에서 탄식이 쏟아졌다. 문을 열기도 전에 대기표가 동난 것이다.
이날 매장에서는 소금빵·베이글·바게트가 990원, 식빵은 1990원, 단팥빵은 2930원에 판매됐다. 시중가 절반 이하 가격이다. 쇼핑백을 들고 나온 50대 여성은 “빵 5개를 1만 5000원대에 샀다. 다른 빵집이었다면 3만 원은 훌쩍 넘었을 것”이라며 “맛도 유명 베이커리에 못지않다”고 말했다.

유튜버 슈카월드와 기획사 글로우서울은 이번 이벤트를 “비싼 빵값을 바로잡겠다”는 명분으로 기획했다. 하지만 현장 반응은 단순히 ‘가격 인하’보다는 ‘맛의 경쟁력’을 강조하는 목소리가 더 컸다. 이번이 두 번째 방문이라는 한 30대 남성은 “싸다고 맛을 포기한 줄 알았는데, 식감이나 풍미가 다른 유명 빵집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며 “가격도 좋지만 결국 다시 찾게 되는 건 맛 때문”이라고 전했다. 공정위가 국립공주대에 의뢰해 지난해 작성한 보고서에 따르면, 소비자들이 일반 빵집을 선택하는 가장 큰 이유는 ‘맛’(65.5%)이었고 가격은 21.6%에 그쳤다. 반대로 편의점·대형마트에서 파는 양산빵은 가격(45.0%)이 맛(44.1%)보다 더 중요했다. 즉, 소비자 불만이 집중된 ‘비싼 빵값’ 논란은 사실상 대기업이 생산하는 양산빵에서 비롯된 셈이다. 런던베이글뮤지엄, 카페 노티드 등 유명 베이커리가 고가에도 성업 중인 것도 같은 맥락이다.
자영업자들의 시각은 엇갈린다. 온라인 커뮤니티에서는 “원재료·임대료 부담을 무시한 쇼”라는 반발과 “빵값이 비싼 건 사실, 소비자 선택일 뿐”이라는 옹호가 맞섰다.
공정위 보고서 역시 “너무 저렴한 빵은 원재료 질에 대한 선입견으로 신뢰도가 낮아 수요가 줄 수 있다”며 소상공인에게는 ‘가격 인하’가 아닌 ‘품질 경쟁’이 바람직하다고 지적했다. 유통업계 한 관계자는 “990원 빵이 소비자들의 호응을 얻은 건 사실이지만, 결국 시장에서는 가격보다 맛과 품질이 지속적인 경쟁력이 된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