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자보다 36세 어린 제자 번지(樊遲)가 ‘숭덕(崇德)’ 즉 ‘덕을 높이 쌓는 것’에 대해 물었다. 공자는 “일을 먼저하고 이득을 나중에 챙기는 것”이라고 답했다. 흔히 ‘큰 덕’이라고 훈독하는 ‘德’은 ‘걸어갈 척(?=行의 왼편)+직(直·올곧을 직)+심(心·마음 심)’으로 이루어진 글자로서 ‘올곧은 마음을 실행한다’는 뜻이다. 공(功)이나 이득을 따지지 않고 사람으로서 당연히 해야 할 올곧은 일을 우선한 결과로 자연히 얻게 된 명예·지위·재산 등 모든 것이 바로 덕인 것이다. 그래서 공자는 ‘일 먼저, 얻기 나중’ 즉 ‘선사후득’을 숭덕이라고 했다. 후대 사람들은 ‘선사후득’을 달리 ‘선난후획(先難後獲, 획:얻을 획)’ 즉 ‘어려운 일 먼저, 얻기 나중’이라고 쓰기도 했다.
‘덕숭업광(德崇業廣)’이라는 말이 있다. ‘덕을 숭상하면 사업이 확장된다’는 뜻이다. 자영업을 하는 분들을 격려하고 송축할 때 많이 사용하는 구절이다. 일은 제때에 제대로 하지 않으면서 약삭빠르게 이익만 챙기려 들면 번창하기는커녕 망하는 줄도 모르는 사이에 망한다. 선거철에는 선사후득을 외치지만 당선 후에는 이익에만 혈안이 되는 사람이 많다. 사람을 잘 고르고 잘 솎아내는 것이 민주주의를 지키는 지름길이다.
김병기 서예가·전북대 명예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