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곧 눈이 내리면 세상에는 눈에 파묻힌 동백꽃 사진이 넘쳐날 것이다. 김유정의 소설 <동백꽃>에도 동백나무가 나온다. 이 소설에 나오는 동백나무는 우리가 아는 붉은 동백이 아니라 강원도에서 ‘생강나무’를 부르는 이름이다. 동백나무가 자라지 않는 중부 이북 지방에서는 생강나무 열매로 머릿기름을 만들어 사용했기에 ‘동백나무’라 불렀다고 한다.
나 역시 식물공부를 하기 전에는 생강나무와 산수유가 헷갈렸다. 멀리서 보면 두 식물이 거의 비슷하여 구분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생강나무 잎을 비비거나 자르면 생강 냄새가 난다는 사실이 흥미로웠다. 가장 큰 차이는 생강나무는 산에서 자생하고 산수유는 마을이나 공원 등에서 쉽게 볼 수 있다는 사실이다. 당연히 나뭇잎 모양도 다르다.
『문학 속에 핀 꽃들』은 저자가 야생화에 빠져 산과 들을 다니며 생겼던 궁금증을 공부한 결과물이다. 사실 우리 주변에는 식물을 다루고 있는 책은 이미 많다. 사전 형태의 책들은 식물을 구별하는 데 유용하지만 내용을 온전히 자신의 것으로 만들기에는 어려움이 있다. 그러나 이 책은 소설 속 장면을 기반으로 식물을 설명하기 때문에 독자들이 좀 더 쉽게 이해할 수 있다. 식물에 관한 소소한 지식이나 사진을 보는 또 다른 즐거움도 있다.
이 책에서는 33개의 소설과 100개의 꽃을 다룬다. 독자들에게 익숙한 소설이 많아 더 친근하게 다가올 것이다. 특히 이 책은 꽃을 외우기 위한 것이 아니라 독자가 자연스럽게 꽃에 익숙해질 수 있도록 돕는다. 나의 경우, 생소한 꽃이름이 등장할 때마다 책 내용이 더 궁금해졌다. 게다가 이 책에서는 소설과 꽃의 주변 이야기를 함께 소개함으로써 독자의 호기심을 자극한다.
자신이 읽은 소설에 이런 식물이 등장하는지 모르는 독자도 많을 것이다. 우리가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식물도 있지만 보기 힘든 식물도 다루고 있다. 그만큼 이 책에는 다양한 식물이 나온다. 이미 아는 독자라면 식물과의 추억이 자연스레 떠오를 수 있다. 만약 낯선 식물이라면 다음에 만날 기회를 미리 약속하는 셈이다.
이 책을 읽으며 자연스럽게 소소한 상식 얻는 것도 쏠쏠하다. 예를 들면, 백합과 나리가 같은 꽃이라는 사실이나 평소 헷갈리는 갈대나 억새를 구분할 수 있는 지혜도 얻는다. 이런 잔잔한 재미는 책을 읽는 과정에서 얻어지는 별개의 즐거움이다. 만약 식물에 대한 관심이 없는 이라면 이 책에 눈길을 주어도 좋다. 아마 책을 덮고 나면 책 속의 식물들을 직접 보고 싶어질 것이다. 올해가 가기 전에 이 책과 친해져 보는 것은 어떨까? 내년에 자연에서 만날 꽃이 더 기다려지지 않을까 싶다.
장창영 작가는
전주 출신으로 2003 전북일보 신춘문예 시 부문에 당선됐다. 불교신문·서울신문 신춘문예에도 당선돼 창작활동을 하고 있으며, 한국문화예술위원회 창작지원사업에 선정되기도 했다. 시집으로 <동백, 몸이 열릴 때> 와 문학이론서 <디지털문화와 문학교육> 등을 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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