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재: 부산입술대고둥 이야기
필자는 무거동의 신복초등학교 일대를 자주 다닌다. 학교 담벼락에는 학생들이 그린 타일 그림이 있어 발걸음을 멈추게 한다. 어느 여름 습관처럼 학교 담벼락을 보며 걷다가, 필자는 깜짝 놀랐다. 내 눈높이에 길쭉한 방망이 모양의 작은 달팽이가 붙어 있었기 때문이다. 다슬기는 보통 물에서 산다고 생각했기에 마른 시멘트 담벼락에 붙어 있는 이 작은 달팽이가 더욱 놀라웠다. 주변을 살펴보니, 이 작은 달팽이들이 곳곳에 잔뜩 붙어 있었다. 이 모습을 본 다른 사람도 나처럼 놀랄 것 같아 이들의 이름과 정체를 밝혀두고자 한다. 이 글에서는 신복초 담벼락에서 발견한 것을 신복초 개체군으로 부르기로 한다.
울산 신복초 개체군의 특징 (도판 1)
패각의 꼬임 방향이 왼쪽이다(도판 1A, D, E, F, G). 패각은 황색에서 갈색이다. 각정에서 각구 끝까지의 길이인 각고는 10개체에서 평균 14mm, 가로의 최대 길이인 각폭은 3mm, 나선형으로 감기는 한 층인 나층의 개수는 10개이다(도판 1A). 각정은 둥글다. 각구의 끝이 두꺼워지고 약간 퍼진다. 상판은 뚜렷하고, 하판은 내부 깊은 곳에 있고, 하축판은 발달해 순연에 도달한다(도판 1C). 주벽은 길고 뚜렷하다. 상강벽은 짧으나 뚜렷하고 주벽과 평행하지 않다(도판 1B). 하강벽과 월상벽은 없다. 한 쌍의 눈이 있고 촉각 끝에 눈이 있다(도판 1H).
문헌을 통해 종을 찾아가는 과정
문헌은 1990년 권오길 교수가 지은 한국동식물도감 제32권 동물편(연체동물 1)과 국립생물자원관 한반도 생물다양성의 생물정보를 이용하고, 연체동물 전문가 이준상 교수(순천향대학교 한국자생동물자원활용 융복합연구소)의 감수를 받았다. 패류는 연체동물 중 패각을 가진 동물을 말한다. 담수에 사는 다슬기나 바다에 사는 소라 등과 달리 육지에서 공기호흡을 하며 생활하는 달팽이나 민달팽이와 같은 연체동물을 육산패(terrestrial mollusk, land snail)라고 한다. 육산패류는 오로지 복족류(Gastropoda)이다. 복족강 하위에 병안목과 기안목 중, 신복초 개체군은 촉각 끝에 눈이 있어 병안목에 속한다. 병안목에서 패각의 꼬임 방향이 왼쪽이므로 전형적인 좌권 분류군인 입술대고둥과(Clausiliidae)이다. 권(1990)에는 입술대고둥과 생물이 3속 5종이 기록되었고 국가생물종목록 무척추동물-VI에는 4속 9종이 기록되어 있다. 신복초 개체군은 도판 1B처럼 주벽, 상강벽, 아래 월상벽이 없다. 월상벽이 없고, 나층의 수가 10~11층이며 도판 1C처럼 상판, 하판, 하축판이 뚜렷한 종은 부산입술대고둥이다.
부산입술대고둥 기재와 신복초 개채군과 차이점
권(1990)과 한반도 생물다양성의 부산입술대고둥의 기록에서는 각고 16mm, 각폭이 4mm인 데 반해 신복초 개체군은 각고는 10개체에서 평균 14mm, 각폭은 3mm이다. 나층은 선기재에서 10~11층인데 반해 신복초 부산입술대고둥은 일정하게 10층이다.
부산입술대고둥 Tauphaedusa fusaniana (Pilsbry & Y. Hirase, 1908)
Clausilia fusaniana Pilsbry & Hirase, 1908 Euphaedusa fusaniana (Pilsbry & Hirase, 1908) Euphaedusa (Tauphaedusa) fusaniana (Pilsbry & Y. Hirase, 1908)
각고는 16mm, 각폭은 4mm로 홀쭉한 방추형이다. 나층은 10~11층으로 방망이 모양이며 각층에 고운 성장맥이 있다. 각구의 끝은 두꺼워지고 약간 퍼진다. 상판은 뚜렷하고, 하판은 내부 깊은 곳에 있다. 하축판은 발달하여 수연에 도달한다. 세밀하고 기울어진 방사맥으로 덮여 있고 이것은 체층에서 판상으로 변한다. 패각은 황백색 또는 황색이다. 봉합은 깊다. 나탑은 왼쪽을 향해 말려 있다. 축순과 내순은 좁고, 작은 이로 홈이 파여 있다. 각정은 둥글어 뾰족하지 않다. 자웅동체이며 난태생으로 발생은 직접 이루어진다. 숲속의 다소 건조한 관목림 밑이나 돌무덤 속 또는 나무줄기에 붙어 서식한다. 부산 지역이 모식산지이다. 부산, 경상남도 거제도, 전라남도 거문도, 완도, 지리산 등에 분포하는 한국 고유종이다
결론
필자가 신복초등학교 담벼락에서 6월부터 11월까지 관찰한 달팽이는 패각의 꼬임이 왼쪽이고, 나층이 10층, 상판, 하판, 하축판이 뚜렷하고 월상벽이 없는 것을 통해 부산입술대고둥으로 동정하였다.
주로 자연보호가 잘 되고, 나무 아래, 돌 밑 등 다양한 곳에서 육산패류는 서식한다. 신복초 개체군의 경우 어디에서 살고 어떻게 번식할까? 담벼락 위, 학교 안, 수풀에서 번식하고, 여름에는 주로 비가 오기 전, 후에 담벼락으로 기어 나와 먹이를 찾거나 교미를 할 것으로 유추한다(권, 1990). 또한, 사진 1C와 같이 햇볕이 잘 드는 양지이면서 흙이 건조하고 낙엽이 적당히 덮인 곳에 모여 동면할 가능성이 크다(권, 1990).
글을 마치며
이준상 교수는 다음과 같이 말했다. “육산패류는 우리 주변에서 함께 살고 있음에도 잘 보지 못했을 것입니다. 이 기회를 통해 이 생물에 관심을 갖게 되면, 울산에 가려져 있는 다양한 육산패류가 이제는 눈에 띌 것입니다.”
참고문헌
권오길, 1990. 한국동식물도감 제 32권 동물편(연체동물 1), 문교부, 446p
이준상, 민덕기, 2005. 우렁이와 달팽이. 민패류연구소, 134p
환경부 국립생물자원관, 2015. 국가 생물종 목록 무척추동물-VI [연체동물 Ⅱ (복족류, 미공류, 다판류, 이애패류, 굴족류, 두족류)], 224p
환경부 국립생물자원관 한반도의 생물다양성 https://species.nibr.go.kr/
권춘봉 이학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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