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 성산포성당 [한국의 아름다운 성당 50선⑰]

2024-11-13

성당 입구에 들어서면서 보이는 분홍색 지붕으로 되어 있는 성당의 모습은 바닷가에 있는 아름다운 전원주택을 연상하게 한다. 제일 먼저 눈에 들어오는 것은 잔디밭 마당에 세워져 있는 “고맙습니다. 서로 사랑하세요” 라는 김수환 추기경님의 말씀이 새겨진 돌 폿말이다.

고개를 조금만 돌리면 눈앞에 성산일출봉이 확 들어온다. 가슴이 탁 트일 정도로 환상적인 풍경이다. 가까이서 보는 일출봉보다 적당히 먼 거리에서 보는 경치가 훨씬 운치가 있다. 넓은 잔디밭과 갈대숲을 지나면 성산 일출봉이 손에 잡힐 듯 다가온다. 성산일출봉만 훤히 보이는 것보다 갈대와 소나무 숲을 지나 보이는 일출봉이 훨씬 멋있다.

기도처 중간 벤치에 앉아 일출봉을 바라보고 있으면 모든 근심 걱정이 사라질 것 같다. 매괴동산 갈대숲 사이로 난 수로를 따라 바닷물이 성당 마당까지 깊숙이 들어와 있으며, 주변을 돌아가며 기도할 수 있는 십자가의 길이 마련되어 있다. 이미 몇 번이나 들렸지만 올 때마다 오기를 잘했다는 생각이 든다. 아마 우리나라 성당 중에서 주변 풍경이 가장 아름다운 성당이 아닌가 한다. 이런 멋진 모습의 성산일출봉을 감상할 수 있다는 것을 안다면 이를 구경하기 위해 오는 관광객도 많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기도처 입구 바위에 높다랗게 세워진 십자가에 인간을 대신하여 매달려 있는 예수님의 형상을 보면 회계하지 않고는 견디지 못할 것 같다.

성당 안 갈대숲에는 황새 한 마리가 꼼짝하지 않은 체 물고기가 튀어 오르기를 언제까지나 기다리는 모습을 보고 참 끈기가 대단하구나 하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사람이 저렇게 끈질기게 한 가지에만 집중하면 못 이룰 것이 없을 것 같다는 생각이 스친다. 고기 잡은 모습을 보고 싶어 한참 동안 기다렸지만, 일정상 더는 기다릴 수 없어 자리를 떠나왔지만, 그 황새는 기어이 고기를 잡았을 것으로 생각된다.

마침 미사를 마친 후 성당 안을 정리하고 불을 끄고 나오는데 사진을 좀 촬영해도 좋으냐고 여쭤보자 수녀님은 다시 불을 켜 주시면서 마음껏 촬영하라고 하셔서 얼마나 고맙던지. 나지막하면서 둥그런 천장은 포근하게 감싸주시는 성모님 품속 같아 기도하며 곧 응답할 것 같은 분위기다.

성산포 성당은 1955년에 성산포 공소로 설립된 이후 1973년 본당으로 승격되었다. 분홍색 기와가 씌워진 본당은 제주도 바람 때문인지 나지막하게 자리 잡았다. 본당 맞은편에는 교육관과 유치원이 있다.

지난해 여름에 방문했을 때는 심한 비바람으로 성당 입구에 서 있는 키 큰 야자나무가 부러질 정도로 휘청거려 사진도 제대로 촬영하지 못하고 돌아갔는데 오늘은 그 시간을 보상이라도 해 주는 듯 날씨가 너무나 화창하다.

성당 교유들이 바자회를 하는 날이라 성당 잔디밭에는 옷이나 책 등 생활용품이 전시되어 있다. 아내는 마침 사려고 했던 원피스를 저렴한 가격으로 사는 행운을 얻었다며 기분 좋아한다.

주소 : 제주특별자치도 서귀포시 성산읍 고성오조로 120

전화번호 : 064-782-0500

주변 가 볼만한 곳 : 성상일출봉, 우도, 우도유람선, 종달리해변도로, 아쿠아플라넷, 오조포구

조남대 작가ndcho55@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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