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교 때는 대입을 목표로 다들 열심히 공부합니다. 하지만 누구는 실력발휘를 하고, 누구는 무너져요. 이 차이를 만드는 게 바로 ‘집공부’입니다.
유선화 판곡고(경기도 남양주) 지리교사는 ‘왜 집공부를 해야 하느냐’는 질문에 이렇게 답했다. 그가 말하는 집공부는 단순히 집에서 공부하는 것을 의미하지 않는다. 방에 틀어박혀 혼자 공부하는 건 더더욱 아니다. 가족이 한 공간에 모여 일정한 시간 동안 함께 공부하는 게 핵심이다. 사교육 의존도를 낮추고 자기 주도적으로 공부하는 습관을 기르기 위해서다. 유 교사는 첫째 아들이 초등학교에 입학한 6년 전부터 집공부를 시작했다. 현재 중1 아들과 초4 딸은 영어 공부방을 제외하고는 별다른 사교육 없이 집공부를 하고 있다. 그간의 경험을 담아 『1등급 집공부 학습법』도 썼다.

유 교사가 집공부를 시작한 데는 이유가 있다. 21년 차 교사인 그가 관찰한 결과, 고교 때 공부 잘하는 학생들은 모두 집공부를 했다. 반대로 집공부를 하지 않은 학생은 고교 때 무너졌다. 중학교 때까지 최상위권이었어도 결과는 크게 다르지 않았다. 도대체 집공부가 뭐길래 이런 차이를 만드는 걸까? 집공부를 제대로 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지난달 23일 유 교사를 직접 만나 물었다.
Intro 집공부 안 하면 고등 때 망한다
Part 1 집공부 해야 구멍 없다
Part 2 가족이 다 같이 공부하라
Part 3 엄마표 하라는 건 아니다
✍집공부를 해야 구멍 없다
조기교육 열풍 시대다. 유명 영어유치원(유아 대상 영어학원)에 들어가기 위해 만 3~4세부터 영어 공부를 시작하고, 유명 수학학원에 합격하기 위해 만 5~6세부터 사고력 수학을 배운다. 그렇게 빨리, 많이 학습하다 보니 초·중학교에선 ‘공부 잘하는 아이’가 된다. 결국 이런 아이가 대입에서도 좋은 성과를 내는 걸까? 유 교사는 정반대의 이야기를 했다. “일찍 공부를 시작한 아이 중에 고교 때 무너지는 경우가 많다”는 것이다.
왜 그런가요?
학원에서 ‘시키는 공부’만 해서 그래요. 학습에 구멍이 있다는 걸 모른 채 고등학생이 된 거죠. 상위권이 선호하는 비평준화 일반고와 자율형 공립고에서 20년 넘게 학생들을 가르쳐 보니 그런 경우가 많았어요. 중학교 때 상위권이었는데, 고등학교에서 성적이 떨어지는 거죠. 어떤 아이는 중학교 때 학원을 많이 다닌 덕분에 항상 100점을 맞았어요. 그러다 고1 첫 중간고사에서 50~60점대 성적표를 받고 큰 충격에 빠졌습니다. 이후 마음을 다잡고 공부했지만, 성적은 쉽게 오르지 않았어요. 부모님과 갈등을 겪다 공부를 놓아버렸고요. 공부를 하긴 했는데, 방법을 몰랐던 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