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NDA 칼럼] 쿠르스크의 참상 외면하는 김정은...반인륜적 용병 파견 멈춰야

2025-02-23

4000명 전사상에 포로는 2명 뿐

세뇌와 가스라이팅으로 자폭 강요

푸틴과 결탁해 정권 지탱 몸부림

[서울=뉴스핌] 이영종 통일전문기자 =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불법 침공으로 시작된 전쟁이 오늘로 만 3년을 맞는다. 트럼프 대통령 취임과 함께 종전 협상 얘기가 나오고 있지만 아직 그 윤곽은 드러나지 않고 있고, 오히려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양측은 한 치의 땅이라도 더 차지해 유리한 고지를 차지하려 치열한 공방을 벌이고 있다.

전황 못지않게 우리의 관심을 끄는 건 러시아 지원을 위해 파견된 북한 전투병이 처한 상황이다. 1만2000명의 병력 가운데 1000명이 죽고 3000명이 사망했다는 게 우크라이나 군 당국과 한미 정보 당국의 대체적인 판단인 걸 보면 피해가 막심하다는 걸 알 수 있다.

지난해 10월 중순 러시아 군함으로 타고 북한 항구에서 불라디보스토크 등 러시아 극동 군사기지로 이동한 북한군 병력은 단기간의 현지 훈련을 거쳐 전장에 투입된 것으로 파악돼 왔다. 러시아 서부 격전지인 쿠르스크에 12월 중순께 집중 투입된 북한군은 우크라이나 군의 드론 공격으로 엄청난 피해를 입었고, 사실상 궤멸상태라는 판단까지 나왔다.

한 가지 의아한 대목은 1개 여단 규모인 4000명이 죽거나 다치는 치열한 전투가 벌어졌는데 생포된 포로는 2명뿐이란 점이다. 그 이유는 북한군 포로들의 심문이나 언론인터뷰, 우크라이나 군 당국의 조사나 유력 외신들의 분석 등을 통해 드러나고 있다.

치명적 부상을 입거나 낙오돼 우크라이나 측에 포로로 잡힐 상황이 되면 북한군은 자폭을 한다. 혹여 전쟁에서 이탈하거나 공격 혹은 후퇴 과정에서 머뭇거리거나 뒤처리면 북한군 내부의 정치장교 등으로 구성된 처형조가 사살하는 경우도 파악되고 있다는 게 우크라이나 특수작전군의 귀띔이다.

자폭하는 상당수 북한군은 얼굴 부근에 수류탄을 터트리는 방식을 쓴다. 전투병 파병을 비밀에 부치고 있는 사망 병사들의 시신을 통해 북한군임이 드러나는 걸 피하려 이런 끔찍한 최후를 강요하고 있는 것이다. 우크라이나 군 당국은 러시아군 측이 퇴각하면서 북한군 병사들이 떼죽음을 당한 벙커나 참호 등을 소각 처리하고 있는 정황도 전하고 있다.

포로가 되기 보다 스스로 극단적 선택을 하는 건 북한군이 어린 시절부터 철저한 세뇌를 통해 김 씨 세습 정권을 위한 사병(私兵)으로 길러진 때문이다. 폭압적 수령독재 속에서 그들은 '총폭탄'이나 '자폭정신' 운운하는 이른바 사상교양을 받아야 했고, 우크라이나 전장에서까지 '수령 결사옹위'라는 가스라이팅은 되풀이 됐다.

이는 사망한 병사들의 시신 품에서 나온 메모와 수첩 등에서 생생하게 드러난다. 미 CNN방송이 지난 1월 29일 입수해 보도한 메모에는 표 씨 성을 가진 한 병사가 "4일 병영작업을 위한 자재를 구입하던 중 로씨야(러시아의 북한식 표기) 병영 주변에서 물품을 훔쳐오는 조선인민군 특수작전 군인으로서 상상도 못할 매우 한심한 행동"을 저질렀다며 반성하는 내용이 담겨 있다.

또 "한 방울의 물에 온 우주가 비낀다는 조선인민군인의 고상한 명예와 존엄은 물론 조국의 권위와 당의 권위, 최고사령관 동지의 권위를 떨어트리게 됐으며..."라며 자책하는 대목도 있다. 목숨이 경각에 달린 절박한 전쟁터에서까지 청년 병사들을 끊임없이 궁지로 몰아가며 김정은 개인에 대한 절대숭배를 강요하는 모습이다.

병사의 메모에 "미제와 괴뢰 한국 쓰레기들에게 죽음의 철추를 내릴 날은 머지않았다"라고 적은 부분은 우리로 하여금 고개를 갸웃거리게 한다. 이역만리 유럽 전선에 투입된 북한군이 뜬금없이 '괴뢰 한국' 운운하며 서슬퍼런 대남 적대감을 드러내고 있다는 점에서다.

의문은 북한군 포로가 언론 인터뷰를 통해 "우크라이나군 드론은 모두 한국군이 운용한다고 교육받았다"고 말하는 대목에서 풀렸다. 북한 병사들이 '마귀드론'이라 부를 정도로 위력을 발휘한 자폭드론을 마치 우크라이나에 한국군이 파견돼 운용하고 있다는 식으로 거짓 정보로 교육시켰으니 적개심을 나타내는 건 당연한 귀결일 수 있다.

천인공노할 김정은과 북한 당국의 범죄행위는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전쟁에 투입되는 병사들에게 해외 훈련을 가는 것처럼 속이고, 가족에게조차 알리지 않았다고 하니 믿기지 않을 정도다. 한 북한군 포로는 입대한지 10년이 됐지만 부모 얼굴을 한 번도 보지 못했다고 털어놓았다. 군 복무 기간 한 차례의 휴가도 제대로 주어지지 않는다는 탈북민들의 증언이 허언이 아니었음을 알게 됐다며 탄식하는 독자들이 적지 않다.

너무나 끔찍하기 때문에 북한군 병사들의 최후를 그대로 영상 등으로 전하기 어렵지만 지금까지 인류가 치렀던 어떤 전쟁보다도 참혹하다. 자폭드론의 먹잇감으로 포착된 북한군 병사들은 숨거나 피하거나 드론을 격추시켜보려 하지만 대부분 헛수고로 돌아간다. 폭탄이 실린 드론에 죽음을 직감하고 절망한 눈빛이 카메라에 생생하게 담겨 있고, 산산이 조각나는 시신의 모습도 선명하게 드러난다.

이 과정은 모두 우크라이나 드론운용 부대에 의해 수집돼 유튜브나 SNS(사회관계망서비스) 등을 통해 공개된다. 잔혹한 장면 상당 부분이 모자이크 처리되지만 일부의 경우 그대로 드러나게 편집돼 유통된다.

심지어 방치된 병사들의 시신을 들짐승이나 가축들이 달려들어 해치는 참혹한 모습까지 포함시킨다. 우크라이나 측은 이런 영상에 "개들이 자신들의 동료들에게 보복을 하고 있다"는 설명까지 달아 북한의 보신탕 문화에 빗대 조롱하거나 모욕하기도 한다.

도를 한참 넘었지만 극한으로 치닫는 전쟁에서 인륜과 도덕을 논하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 최근에는 서방 유튜버들이 조횟수를 늘리거나 흥미를 끌기 위해 북한군 영상임을 썸네일에 부각시키기도 한다.

우크라이나 전선에서 이런 참극이 이어지고 있는데도 평양의 김정은은 아닌 보살하며 상황을 외면하고 있다. 말끝마다 '인민의 지도자'를 외치고 '민생 챙기기' 제스처를 보이고 있지만 정작 청년 1000명이 명분 없는 전쟁에서 숨져 가는데 대한 아무런 언급이 없다.

사실 북한군 대규모 파견 얘기나 나올 때 외신들은 "고기분쇄기(meat grinder)에 사람을 밀어 넣는 격이 될 것"이라며 우려를 나타냈다. 그런데도 김정은은 드론에 대한 대책이나 우크라이나전 전쟁 환경에 맞는 작전 전술 등의 준비도 없이 병사들을 사지로 몰아넣었다. 그런데도 더 큰 손실을 부를 추가 파병 얘기까지 나오고 있다니 말문이 막힐 정도다.

김정은은 올해를 떠들썩한 축하공연을 펼치면서 맞았다. 수 만명이 동원된 행사에는 노래 공연과 축하쇼가 이어졌다. 이 자리에 딸 주애를 대동한 김정은은 연신 함박웃음을 지으면서 간부들과 함께했다. 혹여 딸이 추울까 관람석을 유리온실 형태로 만들었고 주민들에게는 엄격히 금지되는 크리스마스 장식물까지 테이블에 올려두었다.

같은 시간 머나먼 이국땅 쿠르스크에서는 청년 병사들이 부모‧형제와 고향땅을 그리며 마지막 숨을 몰아쉬고, 자폭을 위해 수류탄의 안전핀을 피 묻은 손으로 뽑아들고 있었다.

은폐와 기만, 가스라이팅으로 점철된 북한의 우크라니아 병력 비밀파견은 어떤 요설로도 정당화 될 수 없다. 핵과 미사일 개발로 파국을 맞은 정권을 푸틴과의 결탁으로 버텨보려는 김정은의 몸부림에 불과하다. 반인륜적이고 용납 못할 불법 파병을 즉각 멈춰야 한다.

yjlee@newspi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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