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내란특별재판부) 그게 뭐가 위헌이냐”는 이재명 대통령의 취임 100일 기자회견 발언을 두고 정치권 안팎에서 논란이 커지자 대통령실이 12일 “원칙적 얘기”라고 진화에 나섰다.
대통령실 이규연 홍보수석비서관은 이날 라디오에 출연해 “(이 대통령이) 국회 입법 상황은 존중하고 말을 아끼신다”며 “적어도 위헌은 아니지 않으냐는 원칙적인 얘기를 하셨다고 볼 수 있다”고 말했다. 김병욱 정무비서관도 이날 라디오에서 “(이 대통령이) 찬성·반대 의 의견을 안 하시고, 위헌은 아니라고 말씀하신 것”이라며 “특별재판부를 ‘해야 한다, 안 해야 한다’는 의사결정이 아직 난 것은 아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위헌 소지가 없다’는 이 대통령의 발언엔 힘을 실었다. 김 비서관은 “헌법에 보면 ‘판사는 대법원장이 지명하게 돼 있다. 최종심은 대법원이 한다’ 이렇게 돼 있다”고 거론한 뒤 “입법부가 (내란특별재판부를) 만들었다 하더라도 그 구성은 대법원장이 하는 것”이라며 “전담재판부가 최종심이 아니다. 또 (최종심을 담당하는) 대법원이라는 있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현행 헌법은 “법원은 최고법원인 대법원과 각급법원으로 조직된다”(101조 2항), “대법원장과 대법관이 아닌 법관은 대법관회의의 동의를 얻어 대법원장이 임명한다”(104조)고 규정하고 있다. 김 비서관은 이 두 조항을 근거로 내란특별재판부에 대한 대법원장의 임명권만 보장하면 사법부 독립을 침해하지 않는다는 주장을 편 것이다.
이 대통령은 전날 취임 100일을 맞아 진행한 기자회견에서 내란특별재판부 설치에 관한 질문을 받자 “그게 왜 위헌인가. 국민의 주권 의지가 가장 중요하다”고 발언했다. 또 “국가 시스템을 설계하는 건 입법부 권한”이라며 “사법부는 입법부가 설정한 구조 속에서 헌법상 정의된 양심에 따라 판단을 하는 것이지, 사법부 구조를 사법부 마음대로 정하는 게 아니다”라고도 했다.
이 대통령은 그러면서 “국민의 뜻을 가장 잘 반영하는 것은 국민이 직접 선출한 선출 권력이다. 임명 권력은 선출 권력으로부터 2차적으로 권한을 다시 나눠받은 것”이라며 “그래서 대한민국에는 권력의 서열이 분명히 있다”고 강조했다. 선출되지 않은 권력인 사법부가 선출된 권력인 입법부에 비해 서열상 뒤에 있다는 취지의 주장이었다.

이 발언이 민주당이 추진하는 내란특별재판부 설치를 두둔한 것으로 해석되면서 정치권 안팎에선 논란이 번졌다. 유상범 국민의힘 원내운영수석부대표는 이날 오전 원내대책회의에서 “특별재판부의 위헌성이 분명함에도 대통령이 국민 의지를 운운하며 추진에 앞장서는 것은 사법부마저 정치권이 마음대로 흔들겠다는 전형적인 전체주의적 발상”이라며 “헌정 질서를 파괴하려는 대통령과 민주당의 폭주를 좌시하지 않고 위헌적 특별재판부 저지를 위해 끝까지 맞서 싸울 것”이라고 반발했다.
조희대 대법원장도 이날 출근길에 기자들과 만나 이 대통령의 전날 발언에 대해 “종합적으로 대법원에서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사법부는 입법부가 설정한 구조에서 판단해야 한다”는 이 대통령 발언에 대해선 “국회 입법 과정에서 대법원 의견이 반영되도록 협의하고 설득하고 노력하고 있다”고 했다. 대법원은 이날 전국 법원장 회의를 소집해 내란특별재판부 등을 안건으로 논의한다.

반면 더불어민주당은 이 대통령 발언을 고리로 내란전담재판부 설치 의지를 강하게 내비쳤다. 정청래 대표는 이날 최고위원회의에서“내란전담재판부는 국회 입법 사항이라는 것을 다시 한 번 분명히 말씀드린다”며 “사법부도 헌법을 뛰어넘는, 민주주의를 뛰어넘는 그런 행태를 보인다면 결국은 국회에서 입법을 통해서 그것을 제재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사법부에서 입법권이 있는 것처럼 혹시 착각하지는 않고 있는지 한번 생각해볼 일”이라고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