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년이 흘렀지만, 한화의 에이스는 역시 류현진이었다

2024-09-25

12년 전, 꼴찌 한화의 에이스는 당시 20대 중반의 류현진(37)이었다. ‘괴물’이라고 불리던 류현진은 2012년 27경기(182.2이닝) 9승9패 평균자책 2.66의 성적을 거뒀다. 이닝, 승수, 평균자책 등 투수 주요 부문 팀 내 1위는 당연했고, 비교 대상을 리그 전체로 넓혀도 정상급 성적이었다. 180이닝 이상을 던지며 2점대 평균자책을 기록하고도 두 자릿수 승수를 찍지 못한 것이 유일한 흠이었다.

류현진은 2012시즌을 끝으로 7년간의 KBO리그 생활을 마무리하고, 포스팅(비공개 경쟁입찰)으로 메이저리그(MLB)에 도전해 LA 다저스와 계약했다. 미국에서 최전성기를 열어젖힌 류현진은 다저스와 토론토에서 10시즌 간 186경기 78승48패 1세이브 평균자책 3.27의 수준급 성적을 남겼다. 다저스 시절이던 2019년엔 MLB 평균자책 전체 1위(2.32)에 오르기도 했다.

류현진은 국내 취재진과 인터뷰할 때면 “선수 생활의 마무리는 한화에서 하고 싶다”고 이야기 해왔다. 지난 시즌을 마지막으로 토론토와 계약이 끝난 류현진은 한화와 8년 총액 170억원에 계약하며 약속을 지켰다. 30대 후반이 된 류현진은 변함없는 한화의 에이스였다. 올해 그는 28경기(158.1이닝) 10승8패 평균자책 3.87을 기록했다.

완급 조절에 능한 류현진은 커브, 커터, 체인지업 등 다양한 변화구로 타자의 허를 찔렀다. 구속 저하도 도드라지지 않았다. 12년 전과 마찬가지로 이닝, 승수, 평균자책 등 투수 주요 부문 팀 내 1위를 기록했다. 한화 투수 가운데 규정 이닝을 채운 투수는 류현진이 유일하다. 25일 현재 리그 평균자책 순위는 9위인데, 스탯티즈 기준 수비무관자책(FIP)은 3.71로 카일 하트(3.05·NC), 애런 윌커슨(3.63·롯데)에 이어 3위다. 수비 효율 8위(0.650) 한화의 수비가 더 안정적이었다면 류현진도 더 좋은 성적을 남길 수 있었다.

복귀 시즌이 결코 순탄하지만은 않았다. 류현진은 자동투구판정시스템(ABS) 적응에 애를 먹으며 시즌 초반 고전했다. 일정 투구 수를 넘기면 피안타율이 높아져 팔꿈치 수술 후유증이나 에이징 커브를 우려하는 시선도 있었다. 실제로 4월5일 고척 키움전에선 4.1이닝 9실점으로 와르르 무너졌다. 12년 만에 KBO리그로 돌아온 류현진도 구단과 팬들의 기대에 부응해야 한다는 부담감을 느꼈다.

“모든 선발 투수가 그렇듯 할 수 있는 것만 생각하려 한다”며 부담감을 내려놓은 류현진은 조금씩 제자리를 찾아갔다. 결과적으로 올시즌 단 한 번의 엔트리 말소 없이 160이닝 가까이 투구했다. 28번의 등판에서 16번의 퀄리티스타트(6이닝 이상 3자책 이하)를 달성했다. 류현진-펠릭스 페냐-김민우-리카르도 산체스-문동주로 이어진 개막 선발 로테이션 가운데 정규시즌 마지막까지 살아남은 투수는 류현진밖에 없다.

류현진의 2024시즌은 28경기로 마침표를 찍었다. 그는 가을야구와 멀어진 것과 무관하게 추가 등판 의사를 전달했다. 역대급 응원을 보내준 팬들에게 끝까지 최선을 다하는 모습을 보여주기 위해서였다. 하지만 김경문 한화 감독은 “내년에 더 던져달라”며 류현진을 만류했다. 한화가 지난 24일 고척 키움전에서 패해 포스트시즌 탈락을 확정하며 류현진도 2025시즌을 바라보게 됐다. 올해 가장 큰 수확은 한 시즌을 건강하게 소화할 건재함을 증명한 것이다. 12년이 흘렀어도, 류현진은 한화 선발 마운드에서 외로이 빛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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