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인간과 동물, 그리고 이를 둘러싼 환경은 밀접하게 연결된다. 평범한 일상을 송두리째 앗아간 코로나19, 최근까지도 닭고기값을 들썩이게 한 조류인플루엔자(AI) 모두 사람·동물 간 경계가 무색한 인수공통감염병이다. 이럴 때 조명받는 개념이 ‘원헬스(One-Health)’다. 원헬스란 인간·동물·환경의 건강이 하나로 이어진다는 원리에 입각해 이 세 축의 공생을 모색해 나가자는 개념이다. 코로나19 대유행 이후 인수공통감염병을 대응하는 데 있어 원헬스에 대한 관심이 쏟아지기 시작했다.
일본에선 원헬스 이념 안에서 가축전염병 문제를 해결하려는 노력이 돋보인다. 특히 후쿠오카현은 일본 최초로 ‘원헬스 추진 기본조례’를 제정했다. 조례엔 원헬스 건강 정의와 원헬스 정신 구현을 위한 지방자치단체·유관기관·주민의 역할이 담겼다. 의학·수의학·환경 전문가와 행정기관 간 협력체계 구축을 비롯해 ▲온실가스 감축과 적응 대책 추진 ▲야생동물과 공존할 수 있는 마을 산림 정비 ▲환경 부하가 적은 축산물 생산·유통 단계 확립이 주요 추진사항이다.
일본공중보건수의사협회 관계자는 “동물 유래 감염병, 약제 내성균 발생, 농산물의 생산정보 등 수집해야 할 정보는 갈수록 많아지는 데다 방역 추진에 있어 행정·학계·시민단체 간 의견 충돌이 잦아지는 추세”라면서 “가축전염병을 포함한 다양한 방역정보를 통합 관리하고 유연하게 활용할 플랫폼을 구축하는 것이 새로운 과제로 떠올랐다”고 말했다.
핫토리 세이타 후쿠오카현 지사는 “후쿠오카는 일본뿐만 아니라 동아시아에 원헬스 이념을 전파하는 거점”이라며 “조례 제정 후 신규 감염병 감시체계를 강화하고, 사람과 동물 간 공생사회를 추구하려는 노력이 결실을 봤다”고 설명했다.
허주형 대한수의사회장은 “전세계 인적·물적 교류가 활발해지면서 인수공통감염병의 전파 속도는 갈수록 빨라지고, 그에 따라 사회·경제에 미치는 악영향이 커졌다”며 “국내에도 원헬스 개념을 적용해 방역·검역 정책 패러다임을 전환할 필요가 있다”고 제언했다.
후쿠오카(일본)=이문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