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 22조 '민간위탁 사업비 정산검증' 내년부터 세무사도 맡는다

2024-12-21

(조세금융신문=이지한 기자) 20일 열린 서울시의회 본회의에서 '서울시 행정사무의 민간위탁에 관한 조례' 개정안이 상정되지 않아 내년부터는 세무사도 연 22조 규모의 민간위탁 사업비 정산검증을 할 수 있게 됐다.

어제(20일) 오후 1시부터 서울시의회 본관 앞에서 세무사 5백여 명이 참석한 가운데 한국세무사회(회장 구재이)는 ‘민간위탁조례 개악 저지’ 대규모 궐기대회를 개최했고 이어 서울시의회(의장 최호정)는 오후 2시부터 본회의를 열고 기획경제위원회(위원장 임춘대, 국민의힘 송파구3)가 통과시킨 ‘서울시 행정사무의 민간위탁에 관한 조례’ 개정안을 본회의에 부의하지 않기로 하고 부결시켰다.

이날 궐기대회에서는 지난 10월 대법원 승소판결 전인 2022년 현행 조례가 공인회계사법 위반에 해당한다는 금융위원회 의견에 따라 허훈 의원(국민의힘, 양천구4)이 발의했었지만 공인회계사법 위반이 아니라는 대법원 판결 후에도 폐기시키지 않은 채 계류 중이다가 17일 기습 상정해 통과시킨 서울시의회 기획재정위원회를 강력 성토했다.

대법원에서는 지난 10월 20일 연간 7천억 원에 달하는 서울시 민간위탁사업 정산검증을 세무사도 할 수 있다고 판결했다. 하지만 17일 서울시의회 기획경제위원회(위원장 임춘대)는 지난 10월 대법원 승소판결로 효력이 발효되어 2024년도 정산검증 일정을 보름도 남겨놓지 않은 상황에서 ▲사업비 결산서 검사 정의를 삭제하고 ▲사업비 결산검사를 회계감사로 변경하게 하는 등 대법원 승소판결 이전으로 환원하는 조례개정안을 긴급 상정해 통과시켰다.

서울시의회가 상임위에서 통과된 개정안을 본회의에 부의하지 않고 부결시켰다는 소식을 들은 궐기대회장의 수백명의 세무사들은 일순간 환호성을 질렀고 승리를 자축했다.

이날 서울시의회 본회의 전 열린 궐기대회에서 한국세무사회 김선명 부회장은 “현행 조례는 서울시의회가 공인회계사회의 감독기관인 금융위원회가 공인회계사의 직무라면서 재의를 요구하고 집행정지에 대법원 제소까지 하면서 2년 넘게 대법원 법정다툼 끝에 서울시의회가 지켜낸 조례”라면서 “그토록 어렵게 지켜낸 조례를 뒤집고 오로지 회계사의 밥그릇만 지키도록 개정안을 상임위가 기습상정하고 통과시킨 것은 대법원 위에 공인회계사회가 있다는 것이냐? 1천만 서울시민과 5천만 국민을 무시하는 개악이다”라고 하면서 "서울시의회는 조례개정안을 즉각 폐기하라"고 성토했다.

문제가 된 서울시 민간위탁 조례는 당초 사업비의 적정한 지출을 검증하는 제도로 공인회계사의 회계감사를 의무화하는 규정을 두고 있었지만 실제로는 공인회계사들은 회계감사도 하지 않고 예산집행 내역명세서만 표시한 정산보고서만 제출하면서 제대로 세금낭비를 막지못한다는 비판이 대두되자 2022년 서울시의회는 공인회계사들만 하는 회계감사를 세무사들까지 참여하는 사업비 결산서 검사로 바꿔 민간위탁 조례를 개정했다.

하지만 공인회계사회 감독기관인 금융위원회는 서울시 민간위탁 조례에서 사업비 결산서 검사가 공인회계사법에서 정한 회계감사 및 증명 업무라 세무사에게 허용한 것이 공인회계사법 위반이라고 재의를 요구했고 이에 서울시의회는 본회의에서 재의결까지 했다.

한편, 장관급 중앙행정기관이지만 공인회계사의 업역지키기에 사활을 건 금융위원회는 포기하지 않았다. 2022년 4월 서울시가 재의결까지 한 민간위탁 조례를 서울시가 공포했지만 즉각 대법원에 공인회계사법 위반이라면서 집행정지를 받은 후 대법원에 소송을 제기했다. 이후 2년 6개월 동안의 지리한 법정다툼 끝에 지난 10월 25일 대법원은 ‘사업비 결산서 검사는 회계감사가 아니며 세무사도 업무수행을 할 수 있어 공인회계사법 위반이 아니다‘라며 최종적으로 서울시의회의 손을 들어 주었다.

대법원 판결에 따라 세무사도 민간위탁 사업비 결산서 검사업무를 할 수 있게 한 민간위탁 조례는 즉시 발효되었으며 서울시의회는 “주민의 대표기관인 의회의 자주권을 인정한 법원의 판단을 존중한다”면서 “서울시는 시행된 개정 조례에 따라, 민간위탁사무 수탁기관의 사업비 집행·정산의 적정성을 담보하는데 만전을 기해야 한다”고 서울시에 조례시행에 따른 시정집행을 제대로 하도록 주문했다.

하지만 이것이 끝이 아니었다. 그동안 금융위원회가 나서 공인회계사법 위반을 주장했다가 대법원 판결로 회계에 관한 감사 및 증명업무로 공인회계사법 위반이라는 주장을 할 수 없게 되자 이제는 공인회계사회가 직접 나섰다.

판결 직후 10월 29일 언론을 통해 공인회계사회 최운열 회장(전 민주당의원)은 “서울시 조례가 원상회복돼 민간위탁 사무 회계투명성이 확보될 수 있도록 여러 방법으로 대응할 것”이라고 공언한 후 지난 17일 기경위는 이미 효력을 잃은 금융위원회 해석에 기초해 회계감사로 회계사만 하도록 허용하는 허훈 의원(국민의힘, 양천구2)이 대표발의한 개정안을 2년 만에 되살려 기습상정 통과시키기에 이르렀다.

한국세무사회는 즉각 성명을 발표하고 “서울시의회가 양당이 합의하고 서울시와 함께 2년 동안 숙의를 통해 의결하고, 공인회계사의 밥그릇을 지키려는 금융위원회에 맞서 2년 6개월의 오랜 소송을 통해 겨우 발효된 민간위탁 조례를 제대로 한번 집행해 보지 못하게 조례를 개정하는 것은 천만 서울시민을 대표하는 서울시의회의 만행을 규탄한다”면서 “1천만 서울시민과 5천만 국민을 위해 혈세낭비를 막고 국민편익을 위해 대법원 승소판결로 정당성이 입증된 현 조례를 사수하겠다“고 밝혔다.

서울시의회 기경위의 과거회귀 조례개정안 통과로 졸지에 세무사들이 민간위탁 정산검증을 한번 하지도 못하고 전국적인 개정확산도 중단될 위기에 빠진 한국세무사회는 본회와 지역세무사회 중심으로 111명의 시의원을 찾아 ▲서울시의회가 대법원 승소판결로 정당성을 입증받은 현행 조례를 마치 패소한 것처럼 과거로 환원하는 것은 부당하고 ▲발효되어 한번 시행도 하지않고 재개정하겠다는 것은 특정자격사 이익 외에 이유가 없으며 ▲조례에 회계감사로 명시하고도 실제로는 회계감사를 하지않아 회계감사 복원해도 실효성이 없고 ▲회계감사를 제대로 하려면 재무제표 작성과 기장이 필요해 추가비용과 업무과중으로 다수 민원이 발생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결과 서울시의원 대부분이 법원 승소판결까지 받은 개정조례를 한번도 시행하지 않고 다시 바꾸는 것과 회계사에게만 회계감사를 하게 하였던 종전의 조례로 원상회복하게 되면 특정자격사 로비설까지 제기되고 있는 상황에서 많은 부담을 느껴 개정안 필요성에 부정적 의견이 다수를 이루자 서울시의회 최호정 의장(국민의힘, 서초4)은 여야 원내대표와 협의를 거쳐 본회의에 부의하지 않기로 하고 부결시켰다.

궐기대회 내내 서울시의회 본관 앞에서 궐기대회 내내 사자후를 토한 한국세무사회 구재이 회장은 “서울시의회 의원님들의 현명한 판단에 진심으로 감사드린다” 라면서 “세무사는 내야할 세금을 잘 내고 어디에 세금이 쓰여야 하는지, 낭비는 없는지 가장 잘 아고 찾아내는 세금전문가로 앞으로 국민의 혈세인 22조원의 전국 민간위탁 사업비를 단 한푼의 세금낭비도 없도록 제대로 지킬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오늘을 기점으로 1만7천 세무사와 한국세무사회는 지자체의 민간위탁 사업비 정산검증뿐만 아니라 국가와 지방 보조금, 공익법인 출연금, 아파트 공동주택과 주상복합, 지식산업센터 등 집합건물 등 수많은 공적 영역에서 세금과 준조세 등 세출과 관리비 등 공공자금의 지출의 적정성을 검증하는 전문가로 국민과 공동체를 지키는 사회적 역할을 다할 것을 선언한다”고 단단한 각오를 밝혔다.

민간위탁조례 개정안 통과가 무산됨에 따라 세무사들은 당장 2025년 새해 초 통합 사업비 검사 입찰을 통해 총 7천억 원에 달하는 2024회계연도분 민간위탁 사업비에 대한 결산서 검사 업무를 맡을 수 있게 된다. 서울시는 새해 초 민간위탁 사업비 검사인 참여공고를 통해 세무사와 세무법인 등을 대상으로 검사인을 선정하게 되며, 선정된 검사인은 3~4월까지 수탁기관별로 사업비 결산서 검사를 해 지자체에 사업비 결산서 검사보고서를 제출하게 된다.

한편, 전국적으로 모델이 되는 서울시의 민간위탁 조례가 최종 확정됨에 따라 전국 지자체별로 민간위탁 사업비 정산검증에 세무사가 참여할 수 있게 하는 조례개정이 잇따를 전망이다. 우선 내년 2월 민간위탁 조례를 개정해 세무사를 참여시키도록 결정한 경기도의회나 개정안이 발의된 경상북도의회를 비롯해 전국 지방자치단체 대부분이 조례개정 의사를 표명하고 있어 전국 광역 및 기초자치단체 민간위탁 조례가 개정되면 세무사가 정산검증 업무를 도맡게 되어 세출검증전문가로 세무사의 위상이 크게 높아질 것으로 전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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