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기원전 5세기경 아테네는 지중해 무역의 중심지였다. 교역이 급증하면서 세계 각지의 부자와 상인들이 노예를 거느리고 모여들자 아테네는 기존 세금에 더해 ‘노예세’를 따로 물렸다. 일종의 부유세다. 17세기 영국 윌리엄 3세는 아일랜드 구교도들의 반란을 진압하는 데 필요한 경비를 마련하기 위해 창문 개수에 맞춰 ‘창문세’를 부과했다. 창문세는 주택 크기와 세금을 연계한 첫 사례로 꼽힌다.
같은 시기 러시아에서는 ‘수염세’가 등장했다. 러시아 역사상 최고 통치자로 평가받는 표트르 대제는 유럽에 비해 경제·문화적으로 뒤처진 러시아를 발전시키기 위해서는 유럽 문물을 적극 수용해야 한다고 판단했다. “긴 수염을 자르자”는 황제의 명령에 귀족과 교회는 “하느님이 주신 신성한 수염을 깎을 수 없다”고 집단 반발했다. 표트르 대제는 수염을 기르는 사람에게 매년 100루블의 세금을 부과하는 선에서 타협을 봤다.
세금 얘기할 때 빠지지 않는 단골 메뉴가 ‘거위 깃털’이다. 프랑스 루이 14세의 재무장관 장 바티스트 콜베르가 “바람직한 세금 징수는 거위가 비명을 덜 지르도록 하면서 최대한 많은 깃털을 뽑아내는 것”이라고 말한 데서 유래한다. 박근혜 정부 시절 청와대 경제수석이 조세개편안을 설명하면서 이 비유를 인용했다가 “털 뽑힌 거위들의 심정을 아는가”라는 여론의 질타를 맞기도 했다.
이재명 정부 들어서는 집값에 대한 관료·정치인의 설화가 뭇매를 자초하고 있다.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간사인 복기왕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15억 원 정도가 서민 아파트”라고 말해 한숨 깊은 서민들의 염장을 질렀다. “돈 모았다가 집값 떨어지면 그때 사면 된다”는 말로 공분을 샀던 이상경 전 국토교통부 1차관은 실언에 대해 책임을 지고 사퇴했는데도 여진이 가시지 않는다. 갭투자로 33억 원 아파트를 구입한 이 전 차관의 행태는 ‘내로남불’의 극치다. 국민 정서와 동떨어진 관료와 의원의 발언과 생각에서 과연 제대로 된 부동산 정책이 나올 수 있을까. 국민들의 고개가 갸우뚱해진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