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정부 데자뷔?…부동산 ‘내로남불’ 프레임 재현에 몸사리는 여당

2025-10-24

여당이 이상경 국토교통부 1차관의 갭투자 논란으로 확산된 ‘내로남불’ 프레임 대응에 고심하고 있다. 당내에선 국민 정서를 자극할 수 있는 발언에는 즉각 사과하되 추가 언급은 자제하는 분위기다. 정책 필요성보다는 고위 공직자의 주택 보유 문제에 초점이 맞춰졌던 과거를 되풀이해선 안 된다는 위기감도 읽힌다.

내로남불 논란에 줄사퇴···문재인 정부 때 보니

이른바 내로남불 프레임은 과거 민주당 정권의 부동산 정책이 실패하게 된 대표적 원인으로 꼽힌다. 문재인 정부 시절에도 고강도 부동산 정책을 주도한 고위 관료들이 잇따라 투기 의혹과 다주택 논란에 휘말리며 불명예 퇴진했고, 이는 정책 신뢰도 하락과 동력 상실로 이어졌다.

2021년 3월 김상조 당시 청와대 정책실장은 임대료 인상폭을 5%로 제한하는 주택임대차보호법 시행을 앞두고 자신이 소유한 주택의 전세보증금을 14% 인상한 사실이 드러나 자리에서 물러났다. 2019년 3월 김의겸 당시 청와대 대변인은 서울 흑석동 재개발 지역의 25억원대 상가 건물을 매입해 투기 논란이 불거지자 의혹 제기 하루 만에 사퇴했다.

고위공직자의 다주택 논란도 정권의 발목을 잡았다. 2020년 7월 노영민 당시 대통령 비서실장은 참모들에게 ‘실거주 1주택을 제외한 부동산을 6개월 내 처분하라’고 지시했지만, 정작 본인은 서울 반포 아파트 대신 지역구인 충북 청주의 아파트를 매각해 논란이 됐다. ‘똘똘한 한 채는 지켰다’는 비판이 커지자 노 전 실장은 문재인 대통령에게 사의를 표명했다.

청와대의 다주택 처분 지침에 불응한 이들도 상당수였다. 2020년 8월 서울 도곡동과 잠실동에 주택 2채를 보유하고 있었던 김조원 당시 청와대 민정수석도 잠실 아파트를 시세보다 2억원 높게 내놓으며 ‘매각 시늉’ 논란에 휩싸였다. 결국 집을 팔지 않은 채 사의를 표명하며 ‘직 대신 집을 선택했다’는 비판을 받았다.

발언 자제령 내린 지도부 “몸 낮추는게 최선”

당내에서는 10·15 대책 발표 이후 여론 흐름이 문재인 정부 시절과 유사하게 흘러가는 것을 우려하는 분위기가 역력하다. 박수현 민주당 수석대변인은 지난 23일 최고위원회의 직후 기자들과 만나 “부동산 정책과 같은 민감한 경제 정책에 대해선 조용히, 튼튼히 정부를 뒷받침하는 게 당의 기조”라고 말했다.

박 수석대변인은 “지금 국민께 혼나고 있는 부분도 따지고 보면 국민의힘의 정치 공세에 과도한 설명으로 방어하다가 생긴 일일 수 있다”고 말했다. “15억이면 서민 아파트”(복기왕 의원) 등 여당 인사들이 부동산 관련 발언으로 민심을 자극하자 발언 자제령을 내린 것으로 해석됐다.

이 차관의 거취를 두고도 여당은 말을 아끼고 있다. “대통령이 책임을 물어 내보내야 한다”(박지원 의원) “장본인은 스스로 책임져야 한다”(윤준병 의원) 등 공개적인 사퇴 요구가 나오긴 했지만, 당 지도부는 지난 22일 한준호 최고위원의 사과 표명 이후 사실상 침묵을 유지하고 있다. 민주당의 한 재선 의원은 “정부 정책의 필요성보다 공직자의 주택 보유를 문제 삼기 시작하는 건 또다시 스스로 프레임에 갇히는 일”이라고 말했다.

‘실거주 주택 외 처분’ 같은 내부 지침을 다시 내놓는 방안에도 부정적 기류가 강하다. 지도부 소속 한 의원은 “문재인 정부 때도 그런 지침들로 인해 오히려 내로남불 프레임이 더 강화되지 않았나”라며 “이제는 현실적이고 실용적으로 접근해야 한다고 본다”고 말했다. 그는 “정부가 불가피하게 부동산 정책을 집행하더라도 실수요자들에게는 ‘불편을 드려 죄송하다’고 몸을 낮추는 것이 최선”이라며 “적어도 ‘너희는 뭐냐’라는 소리는 듣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당내에서는 다주택자를 ‘투기 세력’으로 규정하고 도덕적 기준을 높였던 과거에 대한 반성론도 나온다. 수도권을 지역구로 둔 민주당 한 의원은 “부동산 정책의 필요성에 집중해야 하는데, (당시) 도덕성 잣대를 과도하게 높여 문제 해결을 더 어렵게 만든 측면이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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