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SK, 기업 비자 긴급점검
현대차·LG, 출장자제-중단
美 법인 없는 협력사, ESTA 윗 단계 발급 어려워
한국인전용취업비자 E-4 하세월

[디지털포스트(PC사랑)=김호정 기자 ] 미국 정부가 조지아주 현대차-LG에너지솔루션(LG엔솔) 합작 배터리 공장에 대한 기습 이민 단속을 벌이면서 ‘비자 리스크’가 한국 산업계 전반으로 확산하고 있다. 미국 현지에 공장을 건설 중이거나 운영 중인 주요 기업들은 비자 발급 상황에 문제가 없는지 긴급 점검에 착수하며 사태를 예의주시하고 있다.
사태의 당사자인 LG엔솔은 긴급 고객 미팅을 제외한 미국 출장을 전면 중단했다. 현대차도 불가피한 경우가 아니면 미국 출장을 자제하라는 지침을 내린 것으로 전해졌다. 양사는 협력업체에 대해서도 고용·비자 절차 등을 강화하기로 했다.
미국에 공장을 건설 중이거나 건설 예정인 기업들도 현지 공장 증설 등에 영향을 받을 것으로 예상되면서 일제히 대응에 나섰다.
삼성전자는 내년 가동을 목표로 미국 텍사스주에 반도체 위탁생산(파운드리) 공장을 건설 중이다. SK하이닉스는 인디애나주에 첨단 패키징 공장을 건설을 위한 인허가 절차를 진행하고 있다.
현대제철과 효성중공업, LS일렉트릭 등도 미국 제촐소 및 전력기기 사업을 위한 신규 공장 프로젝트를 진행 중이다. 이미 현지에서 생산시설을 운영 중인 SK온과 삼성SDI 역시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업계에서는 이번 사태가 트럼프 행정부 2기가 출범한 이후 감지된 미묘한 기류의 연장선에 있다고 보고 있다.
한 업계 관계자는 “트럼프 정부가 들어서면서 ESTA 비자로는 입국이 안 되는 사례가 종종 있어왔다”며 “지난 6월에는 LG엔솔 기술자들이 ESTA로 입국하려다 무더기로 거절되는 사례가 발생했다”고 말했다.
삼성전자는 이런 상황을 감안해 ESTA 비자로 미국에 출장을 갈 경우 2주 안에 돌아오라는 공지를 내리기도 했다.
문제는 전문직 취업비자(H-1B)나 주재원 비자(L1·E2), 단기 상용 비자(B1)등은 발급이 쉽지 않다는 점이다.
업계 관계자는 “협력ESTA를 이용한 비자가 아닌 정식 비자를 받아 출장길에 오르라는 원칙을 내세우며 초청창 발급 등 최대한 지원을 하고 있지만, 건설 공기 단축이나 긴급한 사안이 발생하는 경우 급히 사람을 보내 해결할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이어 “이번 사태는 ESTA를 이용한 이슈 해결이 얼마나 큰 리스크가 될 수 있는지를 증명한 사건”이라고 지적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전문직 취업 비자나 주재원 비자 등은 현지에 미국 법인이 있어야 발급이 가능한 부분이 있다”며 “협력사 대다수는 미국 법인이 없어 ESTA보다 높은 단계의 비자를 받기가 어려운 측면이 있다”고 토로했다.
협력사가 주재원 비자 등을 받으려면 원청 기업과 직접 고용을 맺어야 한다는 규정도 부담 요인이다. 원청 기업이 협력사에 비자와 관련한 원칙적인 가이드 라인을 제시하더라도 사실상 이를 지키기 어려운 구조적 한계가 있다.
정부는 이번 사태와 관련해 “유사 사례를 방지하기 위해 산업부 및 관련 기업 등과의 공조 아래 대미 프로젝트 관련 출장자의 체류지와 비자 체계를 점검하는 방안을 추진하겠다”고 밝혔지만, 당장 직면한 비자 문제를 해결하기는 상당한 시일이 소요될 전망이다.
업계 관계자는 “비자 문제는 기업이 혼자 나서선 풀 수 없는 문제인 만큼 양국 정부가 나서 협의해야 한다”며 “순조로운 대미 투자가 이뤄질 수 있도록 양국의 협의 내용을 신중히 지켜보고 있다”고 부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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