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는 2019년 11월 전기 픽업트럭인 ‘사이버트럭’을 처음 공개했다. 당시 쇠구슬을 맞은 방탄유리가 쩍 갈라지면서 머스크의 체면을 구기긴 했지만, 3년 뒤인 지난해 11월 머스크의 상상은 현실이 됐다. 국내에선 최근 가수 지드래곤(권지용)이 지난달 출국길 인천국제공항에 타고 나타나 화제가 된 바로 그 차다.
“깡통로봇을 닮았다” “직선 디자인이라 안전성이 떨어질 것 같다” 등 디자인에 대한 평가는 갈리지만, 소재 면에서는 높은 평가를 받고 있다. 그간 자동차 차체로 강성이 뛰어난 강철을 가장 많이 썼는데, 사이버트럭은 스테인리스스틸로 양산한 첫 사례다.
전기차로 자동차 산업을 뒤흔든 테슬라가 자동차 소재에서도 혁신을 만들어낼까. 가공하기 까다롭기로 유명한 스테인리스스틸을 일론 머스크는 어떻게 다룬 걸까. 머스크의 해법 속엔 자동차 제조 기술의 미래를 가늠해볼 수 있는 힌트가 있었다.
목차
1. ‘나무 자동차’가 강철로 바뀌기까지
2. 사이버트럭 원조는 영화 ‘백투더퓨처’ 그차
3. ‘붕어빵’처럼 한번에 찍어낸다
4. 탄소섬유, 마그네슘…신소재 찾기 경쟁 중
1. ‘나무 자동차’가 강철로 바뀌기까지
자동차의 차체는 차량의 구조적 강도를 확보해 탑승자를 보호하는 역할을 할 뿐 아니라, 성능과 연비 등에도 영향을 미친다. 업계에선 차중을 10% 줄이면 연비를 7%가량 높일 수 있다고 본다. 차체가 무조건 단단하다고 좋은 것도 아니다. 충돌사고 시 에너지를 흡수하지 못해, 탑승자가 다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적절한 강도와 유연성, 또 양산을 위한 재료의 적정 가격도 중요하다. 자동차업계는 전동화 추세 속 배터리의 무게를 상쇄하기 위한 해답도 차량 소재에서 찾고 있다.
자동차 제작에 처음부터 강철이 쓰인 건 아니다. 초기 차량은 마차에서 ‘말’의 자리를 ‘엔진’이 대신한 정도였기에, 골격과 내장 대부분을 목재로 만들었다고 한다. 나무는 가벼우면서도 탄탄하고 원하는 모양으로 만들기도 쉽다. 문제는 이 ‘나무 자동차’가 20세기 초 미국의 거친 도로를 달리기엔 역부족이었다는 점이다.
그래서 자동차업계는 나무보다 좀 더 단단한 금속으로 눈을 돌렸다. 양산모델 중에선 1908년 포드의 ‘모델T’ 차체에 처음 금속이 사용됐고, 1914년 닷지가 ‘시리즈116’을 개발하며 차체 전체를 강철로 만들었다. 강철이 자동차 차체의 표준 재료가 된 건 2차 세계대전 이후 철강 산업이 빠르게 발달하면서다. 철광석은 어느 지역에서나 쉽고 저렴하게 구할 수 있었고, 철을 추출해 제련하는 과정도 그리 어렵지 않았다. 가공 비용이 저렴하기 때문에 자동차 값을 낮출 수 있다는 장점도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