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로 대체되느냐 마느냐, 그것이 문제

2025-10-16

지난 10월 1일, 오픈AI의 창업자이자 최고경영자인 샘 올트먼이 이재명 대통령과 만났다. 회동 자체도 주목을 받았지만, 현장의 진짜 ‘신스틸러(scene-stealer)’는 따로 있었다. 바로 올트먼의 통역사였다. 그는 길고 복잡한 발언을 끊김 없이 옮기며, 맥락과 뉘앙스를 정교하게 살려냈다. 단어를 옮긴 것이 아니라 의미를 전달한 것이다.

그의 통역은 글로벌 컨설팅사 맥킨지가 제시한 ‘상호 배타적이면서 전체를 포괄하는 구조(MECE)’를 떠올리게 했다. 중복 없이 빠짐없이 핵심을 명료하게 전하는 원리다. 통역사의 언어는 논리적이면서도 우아했다. 정보의 구조와 감정의 온도를 동시에 담아냈다는 점에서, 그는 AI가 따라가기 어려운 ‘인간적 소통 능력’을 보여주었다.

흥미로운 것은 올트먼의 장면 연출이다. AI의 선두주자이지만, 그는 공식 회담에서 여전히 인간 통역사를 옆에 두었다. 기술적으론 가능하더라도, 신뢰와 뉘앙스의 영역에서는 아직 인간이 필요하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거대언어모델(LLM)에 기반을 둔 통번역 기술은 문맥을 정밀하게 분석하고, 정보의 구조를 신속히 파악한다. 그러나 인간 통역이 포착하는 것은 그 이상의 것이다. 발언자의 표정, 청중의 반응, 현장의 긴장감, 숨소리, 그리고 의전이 만들어내는 공기의 결까지 그들의 언어 속에 녹아든다. 이는 정량적 정확성으로는 측정할 수 없는 정성의 영역이다.

시장조사기관들은 2034년 전 세계 통번역 시장 규모가 약 869억 달러(약 123조원)에 이를 것으로 본다. 생성형 AI가 이 중 상당 부분을 차지하겠지만, 인간은 여전히 ‘완성도의 영역’을 지켜낼 것이다. 언어는 단순한 정보의 교환이 아니라 문화·윤리·관계의 복합체이기 때문이다. 확률로 움직이는 AI는 이런 층위를 완전히 재현하기 어렵다.

특히 의료·법률·방위산업과 같이 규제와 안전 리스크가 높은 분야에서 AI 통역의 전면적 도입은 여전히 제한적이다. 원격진료나 법률자문에서는 단 한 번의 번역 오류가 환자의 생명이나 법적 책임으로 이어질 수 있다. 이 영역에서는 정확성·맥락·품질관리가 무엇보다 중요하며, 인간 전문가의 세밀한 판단이 필수적이다.

그날의 통역은 AI 시대의 본질적 질문을 상기시킨다. “기계가 인간을 완전히 대체할 수 있는가?” 그 답은 분명하다. “아직은 아니다.” 완전한 대체보다는 부분적 자동화, AI-인간 협업 쪽이 더 현실적인 시나리오다. 언어에는 여전히 인간의 숨결이 필요하다. 기술이 아무리 정교해져도, 말의 생명은 사람에게서 나온다. AI가 빠르게 모든 경계를 허물고 있는 이 시대, 인간은 무엇을 끝까지 지키게 될까.

심재훈 법무법인 혜명 외국 변호사 KAIST 겸직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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