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다 피차이 구글 최고경영자(CEO)가 10년 내 양자컴 시대 도래를 내다봤다. 수 년 내 상용화 가능한 양자컴을 확보해 미래 컴퓨팅 인프라를 선점하겠다는 구상이다. 피차이 CEO는 연내 인공지능(AI) ‘제미나이 3.0’을 선보이겠다며 내년 AI 혁신이 더욱 가속화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지난해 ‘알파폴드’에 이어 올해 양자 연구로 노벨물리학상을 2년 연속 거머쥔 구글이 압도적 연구개발(R&D) 역량으로 AI는 물론 미래 양자컴 시대 패권 장악에 대한 자신감을 내비쳤다는 평가가 따른다.

피차이 CEO는 16일(현지 시간) 미 샌프란시스코에서 열린 세일즈포스 연례 개발자회의 ‘드림포스 2025’에서 마크 베니오프 세일즈포스 CEO와 대담 도중 “구글은 몇 년 안에 상업적으로 이용 가능한 양자컴퓨터를 가질 계획”이라며 “10년 후 양자컴 현실화를 매우 낙관적으로 확신한다”고 밝혔다.
테크계에서는 양자컴퓨터 상용화 시 기존 암호·보안 체계가 무너질 수 있다는 우려가 크다. 피차이 CEO는 “3~5년 내 암호화 관점에서 양자컴에 적응해야 할 순간이 올 것이라 확신한다”며 “암호화폐 등 모든 지점에서 (보안이) 취약한 지점이 오는 순간 신뢰 격차가 매우 심각할 수 있다는 문제를 모두가 염두에 둬야 한다”고 당부했다.
피차이 CEO의 낙관에는 최근 구글 양자 연구진이 노벨물리학상을 받았다는 점이 자리한 것으로 보인다. 올해 노벨물리학상은 거시 세계에서 양자역학적 효과에 대한 연구로 성과를 거둔 존 클라크, 미셸 드보레, 존 마티니스에 돌아갔다. 드보레는 미 예일·UC샌타바버라 교수 겸 구글 양자 AI 수석과학자다. 마티니스 또한 UC샌타바버라 명예교수로 2014~2020년 구글에서 양자 하드웨어를 연구했다. 구글 내에서는 지난해 AI 단백질 분석 기술인 ‘알파폴드’로 수상한 데미스 하사비스 딥마인드 CEO에 이은 2년 연속 쾌거다.
피차이 CEO는 “2주 전 샌타바버라의 구글 양자 연구소에 방문해 팀을 만나고 하루 뒤 수석과학자가 노벨상을 받게 됐다”며 “구글은 10년 이상 양자를 연구해왔고 제품화 관점에서 양자컴 팀은 텐서처리장치(TPU) 팀과 다르지 않다”고 강조했다. TPU는 구글이 2016년부터 데이터센터에 도입해온 자체 설계 AI 칩셋이다. 선제적인 TPU 개발·도입으로 효율적인 데이터센터 구축에 성공했듯 양자 시대에도 기술력 우위를 바탕으로 인프라 선점에 나서겠다는 뜻이다.
오픈AI에 선제권을 빼앗긴 AI 시장에서도 본격적인 반격에 나서겠다며 성공을 자신했다. 피차이 CEO는 “오픈AI가 챗GPT를 내놓은 후 ‘구글에 경쟁자가 생겼고 진정한 AI 리더는 오픈AI’라는 헤드라인이 나올 때 당신의 반응은 어땠느냐”는 베니오프 CEO의 질문에 “소비자 시장에 선제 출시한 오픈AI의 공로를 인정한다. 구글이 그 순간을 포착해 잘 실행해야 했다”며 과오를 인정했다.
다만 “구글은 2017년 트랜스포머 발표 후 검색·포토 등에 적극 도입해 극적인 개선을 이뤄왔고 (챗GPT 출시) 6개월 전에 엔지니어 한 명이 ‘자아’가 있다고 생각해 유명해진 챗봇도 개발했었다”며 “구글 상황을 아는 사람들은 모두 몇 달 후에 챗봇 출시가 가능하다는 것을 알았으나, ‘구글’이 출시해도 괜찮을만한 안전 수준에 도달하지 못했었다”고 회고했다. 스타트업인 오픈AI와 빅테크인 구글이 처한 환경이 달라 쉽사리 ‘불완전한’ AI를 출시할 수 없었다는 의미다.
그는 이어 “구글은 인프라는 물론 구글 리서치·구글 브레인·구글 딥마인드 등 세계적 수준 연구진을 보유하고 있고 이 역량을 통합해 올해 제미나이 3.0을 내놓을 계획”이라며 “제미나이 3.0은 지난 몇년보다 더욱 눈에 띄는 발전을 이룬 더욱 강력한 AI 에이전트”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