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택조합 추진위원장을 상대로 단체 대화방에서 ‘도적놈’ 등이라고 표현해 모욕죄로 하급심에서 유죄를 받은 조합원이 재판을 다시 받게 됐다. 대법원이 “무례한 표현이지만 모욕은 아닐 수 있다”며 무죄 취지로 사건을 파기환송하면서다.
이 사건 피고인 A씨는 경기도 한 지역주택조합 추진위원회의 조합원인데, 2019년 12월부터 2020년 4월까지 이 추진위원회 위원장에 대해 9차례 모욕적인 표현을 써 재판에 넘겨졌다. 조합원 70여명이 모인 카카오톡 단체 대화방에서 피해자를 가리켜 “흑심으로 가득한 무서운 양두구육의 탈을 쓴 사람이라 생각하면 됩니다”를 비롯해 ‘도적놈’ ‘법의 심판을 통해 능지처참’ ‘사리사욕에 눈이 멀어 조합원의 돈을 착취하려는’ ‘자질 없는 인간’ ‘무책임한 인간’ ‘새해벽두부터 수선떠는 꼬라지란 가히 적반하장의 극치’ ‘빨리 처단해야 될 자질 없는 추진위원장’ ‘비열하고도 추악한 행태’ ‘미친개한테는 몽둥이가 약이라고 했습니다. 몽둥이질은 못하더라도’ ‘악랄한 집단’ 등의 표현으로 비난했다.
모욕죄로 재판에 넘겨진 A씨에 대해 1·2심은 유죄를 인정해 150만원의 벌금형을 선고했다. “사람의 사회적 평가를 저하시킬만한 추상적 판단이나 경멸적 감정을 표현하는 것이 모욕”이며 “A씨가 위와 같은 표현들을 쓴 상황과 표현의 의미 등을 고려하면 사회상규에도 벗어난다”는 이유였다.
그러나 대법원 3부(주심 이흥구 대법관)는 “당시 A씨가 단체 대화방에 위와 같은 글을 쓴 것은 지역주택조합 비상대책위원회 회원들에게 피해자의 불법사실 등을 알리고 앞으로의 대응 방안 등을 설명하려는 취지”라며 “무례한 표현일 수는 있으나 모욕은 아닐 수 있다”고 봤다. “A씨와 피해자와의 관계, 대화방의 성격, 대화의 맥락 및 글 게시 전후의 정황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면 부정적‧비판적 의견을 담은 경미한 수준의 추상적 표현 내지는 무례한 표현”이긴 하나 “피해자의 외부적 명예를 침해할 만한 표현된 글이라고 단정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모욕죄를 판단할 때에는 ‘상대방 개인의 주관적 감정 또는 기분이 나쁜지’ 등 명예감정을 침해하는지를 기준으로 판단하는 것이 아니라, 객관적 사정에 비추어 ‘남이 보는 명예도 깎일 만한 표현인지’를 기준으로 엄격하게 판단해야 한다는 이유다. 인격권 보호와 마찬가지로 표현의 자유도 헌법이 보장하는 기본권이라, 둘을 모두 고려해 모욕죄에 해당하는지 따져봐야 한다고도 했다.
대법원이 사건을 돌려보내면서 A씨는 수원지법에서 다시 재판을 받게 됐다.